이런저런 잡담...(추석)


 1.내가 싫어하는 추석이네요. 그리고...내가 싫어하는 긴 연휴고요. 여러분은 어떤 걱정이 있을 때 그 걱정을 없애버릴 수 있나요? 


 언제나 메모리를 잡아먹고 있는 프로그램이 쉬지 않고 돌아가는 것처럼 걱정을 멈출 수가 없어요. 



 2.뭐 특별한 걱정을 하는 건 아니예요. 나의 걱정은 다른 사람들의 걱정과 같아요. 하찮다는 거요.


 뭐 특별한 해결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예요. 나의 문제 해결 방법 또한 다른 사람과 같아요. 노력하는 거죠. 덜 하찮은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거요. 


 그야 어떤 사람이 되어야 스스로를 덜 하찮다고 여기게 될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죠. 누군가에겐 그게 프리미어리거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우주비행사, 누군가는 유명 시인, 누군가는 명문대 교수, 또 누군가는 연쇄살인범이겠죠. 중요한 건 원하는 존재가 되려면 노력 없이는 안된다는 거예요.



 3.그래서 말인데 노력을 멈추는 건 정말 싫어요. 주말도 싫고 공휴일도 싫어요. 저녁이나 밤도 싫고요. 예전엔 밤을 좋아한다고 썼지만 낮에 비해 그렇다는 거예요.


 왜냐면 노력을 안하는 동안에는 불안해하는 것밖에 할 게 없거든요. 다른사람들의 눈에는 내가 식사를 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술을 마시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 메모리를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불안해하는 게 1순위인 거예요. 식사를 하면서 불안해하거나 술을 마시며 불안해하는 게 아니라 불안해하면서 식사를 하거나 불안해하면서 술을 마시는 거죠. 그러니까 차라리 노력을 계속하는 게 좋아요. 예전에 썼듯이 주식시장이 1년 내내 24시간 가동되면 식사는 배달 햄버거로만 때우고 술따윈 안마실거예요. 운동도 왔다갔다 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안 가겠죠.



 4.휴.



 5.그래서 설날이나 추석 연휴가 공휴일과 연계되어 길어질 때는 매우 기분이 좋지 않은 거예요. 강제로 노력을 멈추게 되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거든요. 그리고 그 기간 동안은 나아질 가능성이라곤 전혀 없는 채 하찮은 상태로 박제되어 버리는 기분만이 드는 거예요. 하찮음이라고 하는 최악의 악덕에 박제된 채로 시간을 곱씹게 되는 거죠. 



 6.그야 프리미어리거가 되거나 우주비행사가 되거나 해도 여전히 하찮기는 할 거예요. 프리미어리거나 연쇄살인범이나 우주비행사가 되어도 여전히 인간이니까요. 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했다면 하찮은 것과는 별개로 하찮음에 대한 걱정은 멈추게 되겠죠. 그건 어쩔 수 없는 하찮음이니까요. 어쩔 수 없는 건 걱정하지 않거든요. 전쟁을 걱정하는 친구에게 전쟁이 나면 자살하면 되니까 걱정말라고 한 것처럼요.



 7.어쨌든 이제 추석을 쇠러 가야 해요. 이젠 어른이 됐기 때문에 추석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거든요.








    • 어쨌든 추석 잘 쇠시고요.

    • 걱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불안하다고 느낄 때면. 정처 없이 걷습니다. 걷고 또 걸어요. 지금도 집 뒤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한 시간 걸었습니다. 귀에 이어폰은 필수죠. 베토벤을 들었습니다. 킹스스피치에 나왔던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부터 듣습니다. 다리가 아프거나 눈이 감길 것 같으면 집으로 들어옵니다. 생각해보니 오늘 새벽에도 눈 뜨자 마자 운동장을 한 시간 넘게 걸었더군요.

      가끔 제주올레길을 떠올립니다. 지금처럼 번화하기 전의 올레길에서. 끝없이 펼쳐진 해안도로를 걸었습니다. 사람 한 명 만날 수 없었고, 가끔 속도를 내고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한두 대 있을 뿐이었죠. 하늘도 바다도 더없이  쾌청했고, 말을 나눌 사람도 없어 묵묵히 걷고 또 걸었습니다. 가끔 내 자신이 흔들려서 피곤하다 싶을 때면 그렇게 걷던 날이 떠오릅니다. 

      추석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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