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라이드, 쌀 수매, 백남기 농민

조이라이드에서 이런 만화를 2016년 9월 22일자로 올렸더군요.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9/21/2016092101759.html
그런데 여러가지로 동의하지 않는 바가 있어 간단간단 적습니다. (바빠서 경어 생략)

1. 일본정부가 농업보조금을 안줘서 일본 쌀이 맛있는 게 아니다. 일본 소비자들이 더 물건의 질에 까다로워서다. 일본은 쌀만 맛있는 게 아니고 식료품 대부분의 맛이 좋다. 더 나아가 공산품 (manufactured products) 질, 서비스 질도 높다. 좋고 나쁜 물건을 가려내는 유통업계 능력 (distribution channel quality)도 높다.이는 demand condition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한 나라의 소비자들이 까다로우면 생산자는 그 입맛에 맞춰야한다. 한 나라의 경쟁력에 대해 풀이한 마이클 포터의 다이아몬드 모델에서 demand condition 논할 때 일본의 예가 꼭 나오는 이유다.

2. 일본 쌀 생산과 농업 섹터 역시 한국처럼 정부에게 크게 보조(subsidy) 받고 있다. WSJ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한 해에 농업에 들어가는 정부예산이 2.3조엔 (2014년 기준) 인데, 이는 한국돈으로 환산라면 한 25조원 정도다. 한국의 농업부문에 대한 전체 재정규모는 14조원, 농업 보조금이 6조 4,642원이라고 국회예산정책처장 김준기씨는 '농업보조사업 평가'보고서에서 전한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농업생산자 지지 추정치 비율(producer support estimate, producer subsidy equivalent)은 43.1%다. 세금으로 생산비용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의 경우 이 비중은 62.4%다. (한국은 48.9%. 셋다 2015년 기준) 조이라이드 만화에서는 "식량 주권 없이 제조업 금융업에 의존하는 나라"로 일본, 홍콩, 스위스, 싱가폴을 들었는데, 일본과 스위스의 농업은 이처럼 정부의 보조를 크게 받는다. 싱가폴은 서울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도시국가다. 홍콩 역시 도시(이면서 강력한 농업국인 중국의 일부)다. (일본, 스위스 뿐 아니라 중국, 유럽, 미국 등도 정부가 음으로 양으로 농업을 보조한다.)

http://www.nytimes.com/2014/01/10/business/international/japanese-begin-to-question-rices-sacred-place.html?_r=0 (page 21
http://www.oecd.org/tad/agricultural-policies/producerandconsumersupportestimatesdatabase.htm

3. 식량자급은 나라를 지키는 데 꼭 필요하다 (food security). 식량은 국내, 국제 정치적 무기다. 곡물은 lead time 이 길기 때문에 (봄에 씨뿌려 가을에 수확) 한 해 농사를 망치면 다시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내 기억이 옳다면, 소련이 망해갈 무렵 블로우 펀치를 날린 게 바로 우크라이나 호밀 흉년이었다. 당시 레이건은 소련에 호밀을 수출하지 않음으로써 소련 패망을 앞당겼다. 요즘은 냉전시대가 아닌데가 수입처를 다변화함으로써 (특히 호주) 리스크를 낮출 순 있겠지만, 식생활은 단번에 바뀌지 않는데다가 식량생산에는 시간이 든다. 역시 몇년전인지 확실히 찾을 수는 없는데, 근현대 일본에 한 해 크게 흉년이 들어 쌀 수급이 나빴던 때가 있었다. 그때 일본에서는 부랴부랴 안남미를 수입했다. 이때 일본인들은 정부가 맛있는 쌀 (자포니카)도 수급을 못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고, 일본의 식량자급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은 '맛의 달인'을 비롯, 일본 음식만화에 종종 나오는 내용이다) agricultural products는 특성상 내년 생산과 가격 예측도 어렵다. 곡물 옵션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4. 곡물 수매는 로마시대 그라쿠스 형제 부터 시작한 것으로, 국내 농산업의 존속을 지키고 싼 값에 곡물을 공급하자는 스마트한 제도다. 필요해서 지금까지 지켜져온 것이다.

5. 쌀 수매가를 올리겠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했다. 대통령이 약속한 공약, 대통령이 지키자며 시위했다가 백남기 농민이 살수차 직수에 맞아 사경을 헤메고 있다. 사람들은 조이라이드를 보며 개념있는 웹툰이라고 댓글을 단다.

6. 이쯤에서 백남기 농민의 따님 백민주화씨 페이스북 어카운트 https://www.facebook.com/minju.beak 영업하고 저는 일하러 갑니다.
    • 윤 아무개는 상대할 가치 없음 

    • 윤서인인가 저 사람 카툰은 항상 교묘하게 진실을 왜곡해서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얼핏 봤을땐 그렇구나~ 하고 혹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요. 이번 회도 겨자님이 이렇게 확실한 데이터를 들고와서 조목조목 반박하지 않았다면 정말 그런가? 하면서 넘어갔겠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동조하고 있는듯요..

    • joyride를 조선일보 연재라 朝이라이드, 저 조자 한자 기분에 별로네요.

    • 식량의 무기화…제가 식탐이 많아서 그런지 들을때마다 젤 무섭네요.
    • 이제 농민 전체도 적으로 돌렸어! 그의 적 만들기는 오늘도 계속 되고... 뭐 저러다 어느날 갑자기 일본으로 가서 영원히 안 돌아올 듯.

    • 너무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 https://mobile.twitter.com/EdnaM100 백남기씨 따님 트위터입니다.

    • 두리뭉술하게 농업보조금이라고 퉁쳐놓고 이를 경쟁력 저하의 요인으로 끼워파는 몰염치. 뭐 조선다운 아무말 대잔치에요. 식량주권이니 밥맛이니 하는 건 연기 피우기고, 저기서 쟤네가 하고싶은 말의 핵심은 "대기업 농업 진출 반대" 피켓에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씨제이가 직접 벼생산 시작하면 그때 가서는 "신 농업혁명의 전략: 세계 농업강국의 보조금 정책", 혹은 "무분별한 쌀수입, 식량주권 위협... 식량안보는 자유무역과 대치되는 개념이 아냐" 이런 기사제목 뽑을 화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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