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중력)


 1.카톡을 했는데 5분 안에 답장하지 않는 인간들은 전부 지워버렸어요. 


 그들은 나중에 바빴다는 말을 하며 연락해오지만 실제론 아니거든요. 그들은 바쁘지도 않고, 휴대폰을 15초에 한번씩은 확인해요. 5분이면 그들이 휴대폰을 20번정도 확인하는 시간이예요. 그리고 답장은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고요. 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카톡을 보내면 그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일단 답장부터 보내요.



 2.그렇게 하고 나니 사람이 그리 남지 않게 됐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그들은 원래부터 없었던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없는 걸 있다고 착각해온 거예요.



 3.보통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최근에 짬이 날 때마다 그 사람의 어떤 행사에 보낼 화환, 꽃 바구니를 스케치하곤 했어요. 물론 대부분은 플로리스트가 알아서 하는 거지만 어느정도의 레이아웃이나 포인트 부분에 쓸 장미는 뭘로 하면 좋을까...하면서 아이디어스케치를 하곤 했죠. 


 왜냐면 화환이 아주 많이 갈 텐데 내가 보내는 화환과 꽃바구니가 제일 눈에 띄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거든요. 천박한 화려함 직전에서 멈춘 요란하게 화려한 정도의 화환과 거기에 들어갈 허세력 강한 글귀를 생각해보곤 했어요. 아이디어 스케치를 완성한 뒤론 꽃을 엮어서 사선의 날개 모양으로 고정할 수 있는지 또다른 모양은 가능한지 플로리스트를 좀 귀찮게 하기도 했고요. 오랜만에 대학교 때 좋아하는 수업의 숙제를 열심히 준비하던 그런 느낌을 느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약간 망설이다가 그 사람도 지워버렸어요. 아마 그 사람은 정말 바쁘긴 할 거예요. 하지만 문제는, 나 때문에 바쁘지는 않은 거니까요. 물론 이건 그 사람 잘못은 아니예요. 그 사람의 기준에서 중요한 사람이 되지 못한 내 잘못이죠.



 4.휴.



 5.친구가 말했어요. '자네는 늘 완벽한 승리를 바라는군.'이라고요. 하지만 언젠가 썼듯이 0와 99는 같은거예요. 100%에 도달하기 전에는 100이 된 게 아니거든요. 물론 사실은 0%과 99%는 완전 다르고 100%와 99%는 거의 같은 거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사실이 아니라 인식이니까든요. 


 그러다가 어쩌다보니 이건희에 대한 얘기도 나왔어요. 친구가 말하기를 '이건희도 완벽한 승자가 되지 못했네. 비디오에 나온 그 모습이 어디 승자의 모습인가?'라고요. 친구는 이건희라면 그를 위해 24시간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대한 아방궁을 가지고 있을 줄 알았는데 실망이라고 했어요. 하긴 그건 나도 그렇긴 했어요.



 6.그런데 그 영상에서 약간 감동한 장면이 있었어요. 이건희가 여자들에게 직접 돈...현금을 건네는 장면이요. 그게 포르셰든 다른 무언가든 이건희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누군가들에게 뭔가를 사고 직접 돈을 내거나 카드를 긁진 않을거예요. 비서가 주겠죠.


 그 당시의 상황도 비서가 포주에게 돈을 주거나 콜걸들에게 주거나 상관은 없어요. 거기서 이건희가 직접 여자들에게 돈과 말을 건넨다는 건 본인의 의지가 작용한 일이겠죠. 이 돈은 한 명의 남자로서 내가 직접 이 여자들에게 건네야겠다는 의지요. 


 그냥 그 장면을 보며 인간은 아무리 중요해져도, 아무리 거대해져도 결국 인간 이상의 뭔가는 될 수 없는 거 아닌가...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7.위에 쓴 행사녀를 생각하면 역시 권력에 대해 고찰해 볼 수밖에 없어요. 매력이라는 권력은 중력 같은 거라는 거요. 중력은 어떨 때는 작용하고 어떨 때는 작용을 멈추는 일 없이 쉴 새 없이 작용하잖아요. 돈이라는 건 그것을 쓰는 순간에 쓰는 양 만큼만 유효한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매력은 딱히 발휘하려고 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냥 발휘되는 거예요.


 이렇게 매력이라는 건 강한 권력이라고 그동안 꽤 많이 쓰긴 했지만 최근엔 약간 관점이 바뀌었어요. 중력에 비유했듯이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자연 현상 같은 거라고요. 그리고 제어할 수 없는 힘은 귀찮을 수도 있는 거죠. 자석이 원하는 철만 골라서 끌어당길 수 없듯이 매력도 원하는 타겟에만 발휘할 수가 없는 거죠. 위에 말한 행사녀가 어느날 한 남자가 보낸 카톡-카톡이라기보다 시에 가까운-들을 보여주며 푸념을 한 적이 있어요.


 '이봐 은성씨. 로맨티스트와 스토커는 별 차이가 없어. 걔네들이 나한테 하는 행동들을 보면...걔네는 사실 똑같다고. 문제는 내가 걔를 좋아하냐 싫어하냐지.'








    • 특별해서 잘 쓰려고 5분 더 걸리는지도.


      완벽한 승리란 말은 더더욱 이상하죠 승리인지도 확실치 않고 승리의 정의도 애매하고요.


      저도 그걸 보며 사람을 사람 같이 못보는 난 무척 작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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