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다시 시작

아주 오랜만에 게시판에 왔습니다.


그동안 저는 주중에는 아이를 돌보다가 잠이 들고, 주말에는 밀린 청소를 하느라 너무 바빴어요.

다행히 몇달간 회사 일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라서, 그나마 빨리 퇴근은 했으나

어쨌든 전 항상 시간에 쫒겨 지냈습니다. 항상 언제나 바빴어요. 나는 왜 이렇게 바쁜걸까?


어느 날 저녁에 노트북이 든 가방을 어깨에 메고 무겁게 퇴근을 하다가

문득,정말 저는 꼰대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아주 오랫동안 생각이라던가 고뇌라던가 그 모든 정신적인 활동을 정지하고

그야말로 생존활동만 했습니다.

회사에서는 fact가 나열된 보고서만 죽도록 쓰고, 그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에 들때까지 수백번을 보면서 수정을 하였고

타인이 쓴 문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들을 질책하며 화를 내며 (대체 왜 그들은 집중하지 않는거야?) 살았어요.

그 외의 시간에는 밥을 먹는다거나, 피로에 지쳐 잠을 잔다거나, 그랬어요.

그리고 가정에선 마찬가지로 열심히 죽도록 일을 했죠.

물론 아이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우나 아이에게도 저는 너무나도 과도하게 완벽한 모습을 기대하며 닥달했어요.

네 이건 꼰대에요.

저는 모두와 감정적 교류를 단절시켰고, 물론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시도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매우 노력하였으나

그 모든 것 역시 저 스스로는 '과업'으로 느끼며 행했기에 감정적 교류는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나이가 들면 꼰대가 되는구나 절절히 느꼈어요.

대화가 되지 않는, 어떠한 공감대도 없이, 그야말로 일만 하고 닥달하는 꼰대 말이죠.

정말 재미없고 재미없고 재미없는 그런 나이 든 사람 말이죠.

저는 저 외에는 그리고 제가 지금 담당하고 있는 일 외에는 할 말이 전혀 없어요.

세상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으니까요.

이렇게 하늘이 파랗고 아름답게 가을이 지나가고 있는데 저는 그 모든 것에 대한 관심도 없을 뿐 더러 세상 모두와 공감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소한 글을 쓰는 시간에는 저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삶에 대한 고뇌를 하게 되니까요.


블로그를 해야할까, 다시 무언가 에세이라던가 무언가를 써보는 시도를 해야할까 생각했습니다.

그날 저녁,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그 퇴근길에 이 이야기를 한참 생각하며 터벅터벅 집에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정작 이런 글을 쓰게 되기까지는 날짜가 꽤 지났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동안 '여전히' 일을 하고 육아를 하고 청소를 하고 그랬거든요.

삶의 무게에 허우적대며 겨우겨우 하루를 보내고 있었어요.

오늘은 내일같고 내일은 어제와 같았죠.

1년전의 일은 마치 어제와 같았으나, 달력으로 따져보니 그건 1년 전의 일이었어요. 한참 생각을 합니다.

나는 왜 이 시간들이 다 똑같을까,

이런 글을 써야지 생각을 한게 마치 어제같은데, 저는 그 지난 날동안 밤이면 피로에 쩔어서 저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죠.

노트북을 다시 켤 엄두조차 못냈어요.


오늘에서야 드디어 노트북을 켰습니다.


아주 오래전 십여년 전, 신입사원 교육이 끝나고 생긴 발톱무좀을 이제는 드디어 결국 치료를 하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발톱무좀약을 처방받고 발톱에 발랐어요.

그리고 바로 잘 수 없으니 할 수 없이 드디어 노트북을 켰습니다. 약이 마를 때까지.

이렇게 꼰대가 되어갈 수는 없으니까요.

발톱무좀이 십여년 째 발톱에서 방치되고 있으나, 이제는 고쳐야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좀 더 다른 삶을 살아보려고 노력할 겁니다.


물론 저에게는 24시간밖에 주어지지 않고, 저는 굉장히 잠이 많고 체력이 약한 (체력은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죠) 인간이지만

좀 더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졌어요.

그 방법으로 무언가를 다시금 열심히 끄젹여보려고 합니다.

비겁하게도 소통할 수 있는 이런 커다란 게시판에 이런 잡담을 끄적이지만, 좀 더 단단해져서 다음에는 소통이 불가능할 수도 있는 외딴 섬인 블로그에 써야겟죠.











    • 반가워요, 10%의 배터리 님 ^^ 


      저는 모 국립공원에서 일주일 동안 등산하다가 발톱 몇 개 빠지고 발톱무좀에 걸려서 한동안


      고생했었는데 운좋게 모 제약회사의 이벤트로 공짜로 계속 약 먹고 깨끗이 나은 적이 있어요. 


      (다 나으면 시원~하실 거예요. ^^) 듀게에서 자주 만나요~

    • 영화 얘기 해요^^ 그리고 다시 정치의 계절이 오고 있습니다

    • 내 이야긴가? 하며 읽었어요.


      말씀처럼 글도 좋고....제 경우는  편한 친구들과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수다를 떠는 시간을 갖으려 노력하는 것을 매우 중허게 생각합니다.


      나이는 별로 상관 없지만 되도록 저보다 한살이라도 어린 친구들일수록 효과는 더 좋은거 같더군요.  생물학적 나이로 점점 꼰대가 되어가는 저를 아직도 격 없는 친구로 대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은 제가 일년에 한 두번 한국에 들어오는 경우에만 만날 수 있어 시간을 맞추기는 쉽지 않지만 노력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글의 경우는 글을 쓰는 공간에서 형성되는 자기규정에 함몰될 수 있다는 것만 주의 한다면 꼰대극복을 넘어 글을 쓰고 소통을 하는 과정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반추하는 즉, 생각하는 존재로서 자신을 재발견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되는거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외딴 섬같은 블로그가 실은 폐쇄적이라는 부정적 측면에서만 볼 필요는 없을거 같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보는 블로그는 그런 의미에서 커뮤니티와 별반 다를것 없다는걸 느끼고 비공개로 전환시켜 스무명 남짓한 사람들과만 교류를 하다가 결국 그마저도 접었었는데 


      가끔은 노트처럼 사용하는 글쓰기 공간을 다시 갖어볼까하는 생각이 들고는 하는데 듀게에 시시껄렁한 글 하나 올리는것도 점점 버거워지는지라 늘 생각만으로 끝나는군요.



    • 저는 반대로 직장에서 감정적 교류는 안하려고 했었는데 얼떨결에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고 있답니다. 업무상 제가 여러 부서에 일을 배정하고 진행상황을 체크해야 하는데(그렇다고 상사는 아닙니다) 각 부서와 만나다보면 각자 자기 힘든 이야기를 저에게 하소연 하는 장이 되고 있더라고요. 뭐 제가 그들의 업무를 줄여주거나 고과를 높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서로 아는데 왜?라고 첨에는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남의 고민을 자를 만큼 냉정하지는 못해서 들어주다 보니 제 힘든 이야기도 하고, 그렇저럭 감정적인 교류를 직장동료랑 나누게 되었습니다. 직장에서 일안하고 모여서 수다만 떠는 사람을 원래 싫어하는데, 결국 다 사람이 하는 일들이라 이야기로 서로의 감정을 전달 못하면 직장일도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이들수록 점점 더 알게 되는 중입니다.   

    • 개인이 글쓰는 공간을 인터넷에 갖는다는 건 양면적인 면이 있더군요. 저는 애초부터 개인적인 글을 쓸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개인 홈피도 무슨 공개 게시판처럼 열어두었는데,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정말 사람들 눈치를 많이 보게되더군요. 오히려 내가 객인 곳에서는 마음껏 내가 하고 싶은 얘기 다 하는데 말이죠.
    • 오, 반갑습니다. 저도 마치 제가 쓴 글인 건가 싶을 정도로 놀라워하면서 읽었어요. 요즘 제 마음도 그렇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저도 듀게에 게시물 1개를 남겨야겠네요! ^^;

    • 마음이 늘 그렇더라고요. 


      계속 '글'을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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