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는 것.

글이 정말 쓰고 싶은데 안 써질 때가 있고, 그냥 저냥 쓰고 싶진 않은데 쓰여질 때가 있고 그래요. 요즘에는 택배 상자 크기에 딱 맞지 않는 책처럼, 딱 맞춰 쏙 들어가지 않아 덜컹덜컹거려서 조금 힘드네요. 욕망과 행위가 일치하면 기분이 좋을텐데, 참 어렵네요.


부산국제영화제를 지난 주말에 다녀왔습니다. 이름 있고, 사람 많이 참가하는 영화제는 처음으로 가본지라 두리번거리며 '영화제'를 배웠어요. 예상외로 영화제는 그렇게 특이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언제나 가던 영화관이지만 상영하는 영화들이 다양해서 선택권이 넓어지는거구나, 라고 깨달았습니다. 어울리는 분들과 함께, 예매도 양자택일 정도로 선택해서 구매했기 때문에 '영화 고르기'의 즐거움 같은걸 전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심지어는,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를 부산에 도착 한 후에야 들어가 볼 정도였습니다. (정말 저답지 않았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만큼 뭔가 고려하고 생각해야 할 것들을 주최진한테 넘겨서 머리를 편하게 쉬었구나 싶었습니다) 영화의 전당에서 야외 상영을 관람할 때에서야 약간의 비일상을 느낄 수 있었죠. 떠들썩하고, 들떠있고, 어수선하고, 다들 무언가를 위해서 흥분해 서로 앉아 있거나 서 있거나 돌아다니거나 하는걸 보니, 아 무언가 다른 순간에 있긴 하구나 싶었어요. (레드 카펫과 거대 영상막에서 연예인들이 인터뷰하고 호응하는 비명소리들이 들렸지만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어서 배경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다섯 편의 영화를 보았는데, 시간 순으로 [시 읽는 시간], [프란츠], [하트 오브 스톤], [유타 가는 길], [만델라이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아쉽게도 마음을 크게 뒤흔드는 영화는 없었으며, 어떤 영화들은 아쉽거나 별로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나도 흐릿하게 모든 영화를 좋아하진 않는구나, 정말 좋아하는 영화를 발견하는 것은 각도와 방향과 순간이 맞아 떨어져야 되는구나 했습니다. 좋은 영화를 찾아내어 즐기는 시간들은 이 전보다도 훨씬 어렵고 소중해진 것이죠. 아니, 최근 영화관에 가서 다양한 영화를 보면서도 끌림이 그렇게 다양하게 요동치진 않았지만, '영화제'의 영화를 보면서도 동일하여 그런 생각들에 확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 [시 읽는 시간]은 좋았습니다.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영화 각각 자세하게 글을 쓰고 싶지만, 묘하게 또 그냥 잊고 기억나는 것들만 기억하고 싶은 감정도 있습니다. 크게 스포일러에 손색이 없는 수준에서 한 두마디씩 느낌만 쓰자면, [시 읽는 시간]은 사람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뤄서 좋았습니다, 심지어 사실을 다루고 있었으며, 엔딩 크레딧에 시집이 올라갔습니다. [프란츠]는 남자주인공이 끝까지 미웠습니다, 이해할 수 없었어요. [하트 오브 스톤]은 성인들이 연기하는 아이들 동화 같았습니다. [유타 가는 길]은... 우리(한국)는 답을 이런 식으로밖에 찾을 수 없는가, 서성였습니다. [만델라이로 가는 길]은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습니다, 감독에게요. 이쯤이면 적절할 듯 합니다.


요즘 사는 것, 나쁘지 않습니다. 일상을 흘려보내면서 가끔은, '이렇게 살면 안 돼!'하고 발버둥치다가도 얼마의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런 비명을 질렀냐는듯 부드럽게 뒹굽니다. 비일상이었던 연애도 서서히 일상으로 접어들면서 마음은 더욱 평온해집니다. 이렇게, 다들, 넷에서 실종되는 것인가 하고 납득하게 되기도 합니다.


'감정에 휘둘린다'는 말이 어떤 말인지 이해하고 대응하게 됩니다. 이런 거구나 싶어서, 다들 어떻게 이렇게 살아왔던가 하고 생각해보게 됩니다. 저는 아직도 제 감정이 멋대로 구는게 낯설어서 어떻게 챙겨줘야 할 지, 달래줘야 할 지 잘 모릅니다. 무엇을 해야 풀리고 좋아지는지를 몰라 다양하게 시행착오를 겪고 있습니다. 그것은 정말로, 고통스러우면서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있답니다.


P.S. 아아, 정말 아무 의미없는 이야기지만, 부산국제영화제의 로고가


부산

국제영

화제


인데, 이게 신경쓰이는 다른 분들은 없는 건가요.

    • 아주 들뜨지 않고 가라앉지 않고 지금이 기분 좋은 일상 같습니다.

    •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재밌을 것 같은 영화들이 많이 상영되던데 듀게에 후기가 안 올라와서 


      궁금하던 참이었어요.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 받은 <라라랜드>, <우등시민>, <프란츠>, 그 외에도


      <Arrival>, <Toni Erdmann>, <I, Daniel Blake> 등 볼 게 많던데... <프란츠>는 별로였군요. ^^

      • 다음해에 가게 된다면 취향에 맞춰 예매해볼 생각입니다. [프란츠]에서도 빛나는 몇몇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로 충분치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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