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많아지고 있나봐요

호러영화를 못봅니다. 어릴적에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봤는데.. 볼 영화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된 이후로는 보지를 않아요. 못본다기 보다 안본다고 해야 할까요?? 


호러에도 장르가 여럿이지만.. 대부분의 호러 영화를 건너뜁니다. 신체가 훼손되는 것도 암울한 미래가 암시되는 엔딩도.. 부조리한 삶이 계속되고.. 선한 사람이 쭉 고통받을거라는 식의 이야기도 싫어요. 과거에는 조금이나마 있던 용기나 자신감 같은게 점점 마모되어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주위에 호러팬중 한분에게 물어봤더니.. 영화를 보면서 저건 영화고 현실이 아니라는 객관화가 가능해서 괜찮다고 하시더군요. 거리감.. 적당한 분리.. 그런게 좀 부족한가 싶기도 도 합니다. 어떤 소설이나 영화를 보고 나면 한동안 그 분위기에 젖는 경우가 많았지요. 그래서 날이 갈수록 호러 영화는 못보겠더라구요. 


어찌보면 저에게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 같은 영화도 호러입니다. 부모의 관심을 못받은 아이들이 저들끼리 살다가 그중에 하나가 죽는 이야기, 게다가 실화가 바탕이죠. 설경구가 나왔던 선물같은 영화도 호러입니다. 아동이나 여성에 대한 강간과 성폭행이 시놉시스에 보이면 그 영화는 백퍼센트 안보게 됩니다. 모르고 본다면 몰라도.. 그 불편함이 견디기 힘들어요. 


나이가 많아져서 겁이 점점 느나 봅니다. 때로는 제가 쓴글에 달린 댓글들도 무섭습니다. 그래가지고 세상을 살겠냐고 하실 수도 있겠고 쓴 글이 몇개인데.. 엄살이냐 하실지도 모르지만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글에서 악의나 비아냥을 읽을때는 마음이 섬뜩해져요. 


어찌보면..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일상이 호러영화의 한장면 같기도 합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부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착한 사람들이 좀 오랫동안 잘되고.. 돈만 밝히고 주변에 민폐를 끼치고 끔찍한 범죄를 사주하는 사람들이 폭망하는 그런 시나리오처럼 일이 흘러갔으면 싶습니다. 그걸 위해서.. 소심하게라도 뭘해야 될지 고민을 하게 되는 요즘이기도 합니다. 

    • 차라리 신체훼손이나 피튀기는 호러는 "저건 다 분장이야, 가짜라니까"라고 되새기며 볼 수 있는데, 암울한 현실을 다룬 사회물이야말로 진짜 호러라는 생각이 들어서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긴 합니다.


      부산행은 신나게 달려가 보고선 서울역은 마지못해 보는 심정이랄까요. 둘 다 괜찮은 영화이지만 내가 굳이 돈내고 시간들여 왜 이리 우울해지는 영화를 봤을까 싶더라니까요. 

    • 제가 요즘 그럽니다 ㅜㅜ


      지키고 싶은 대상이 많아지면 두려움도 그에 비례하여 커지는 것 같아요.


      그게 물질이건 사람이건 혹은 어떤 이념같은 것이건 간에.

    • 제가 그래서 오히려 반대로 호러 영화에 무감각해졌다니까요…곡성 보고 나서도 다른 분들 다들 잠 못잔다고 난리인데도 가습기 피해자들 사례를 보니 곡성 따윈 제 머릿속에서 그냥 증발해버리더라는…그 뿐인가요…최근에 대혁명 관련 영화들 보고 있는데, 단두대에서 사람 목을 무슨 공장에서 물건 찍듯이 썰어대고 있는데도 아무런 느낌이 없더라는…제 분노가 임계치에 다다른것 같아요.

    • 지킬 게 많아진 기성세대 또는 부모가 되었다는 뜻인 것 같아요. 저도 무서운 거 못봅니다.

      어르신들이 신데렐라형 드라마나 보면서 하하호호 하는 것도 이해 돼요...
    • 우리 어머니도 슬픈 설정이나 억울한 설정이 뒤범벅된 극은 피하시더라구요.

      저는 낮에 우연히 먼나라 후원모집하는 광고에서 "엄마가 엄마여서 미안해"라는 성우 목소리가 들리는데 숨이 차오르고 눈물이 쏟아져서 죽겠더라구요.

      아오 적응이 안돼요.


      아무도 모른다.. 볼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실화라는걸 알고나서부터 공포영화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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