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결혼)
1.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결혼의 의미와 모습이 뭔지 모르겠어요. 파트너쉽일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겠죠.
어쨌든간에 내가 생각하는 결혼의 모습은 독점이예요. 서로가 서로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고 완전히 독점하는 거죠. 그러나 우리 모두 알잖아요. 인간들은 싫증을 낸다는 거요. 그래서 싫증이 나면 이혼을 하거나, 이혼해봤자 손해다 싶으면 오픈메리지같은 헛소리로 합리화를 시작하는 거죠.
2.주위의 똑똑한 사람들 중엔 결혼한 사람들도 있어요. 똑똑함과는 별개로, 결혼해서 행복해지는 타입이 아니라 결혼하면 불행해지는 타입의 인간인데도요. '그러면 결혼을 왜 한 거지? 똑똑하다면서?'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죠.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어떤 사람의 똑똑함은 그 사람이 만전일 때만 발휘되거든요. 순간적으로 이상해져 있거나 외로워져 있다면 그냥 결혼을 해버리는 거예요. 그리고 몇 개월 뒤, 술자리에서 가능한 늦게까지 있으려고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죠.
언젠가 썼듯이 '내가 뭐랬어.'라고 말하는 걸 좋아해요. 하지만 결혼한 사람들 앞에서만은 그 말을 하지 않아요.
'내가 뭐랬어. 결혼은 무덤이랬잖아. 무덤은 죽은 사람이 들어가는 곳인데 어째서 넌 산 채로 무덤에 들어갔던거지? 후우.'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 올라와도 어떻게든 참아내죠. 나는 착하니까요. 총을 쏴도 서있는 사람을 쏘지 쓰러져있는 사람을 쏘지는 않아요.
3.이쯤에서 누군가는 이럴 수도 있겠죠. '그럼 너무 똑똑하셔서 결혼을 안 하시는 건가?'라고요. 그럴리가요. 충분히 똑똑했다면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주식을 다 팔았겠죠. 젠장, 젠장, 빌어먹을, 젠장, 빌어먹을, 젠장, 젠장!!!!!!!!!!!!!!!!!!!!!! ...........젠장에 게슈탈트붕괴가 와버린 것 같네요. 아오 젠장. 이런 제기랄!
~~~~~~~~~~~휴, 잠깐 흥분했네요. 신경 쓰지 마세요. 무슨 얘기 하고 있었죠...아 똑똑한 것과 결혼. 어쨌든 결혼은 협업이거든요. 나에 대해 잘 알진 못해도 사회생활에서 한가지는 배웠어요. 나는 협업을 절대 못하는 인간이라는 걸요.
그리고 한가지 더. 위에 말한 결혼의 모습 말인데 나의 결혼생활은 '완벽하게 부양하는'모습일 걸 거예요.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느냐고 하면...그냥 알아요. 그야 처음 몇년동안은 쿨한 척하며 그럴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게 몇 년쯤 계속되면 어느날 소리지르겠죠.
'나는 너희(들)을 먹여살리는 사람이야. 단 한조각이라도, 충성심이라는 걸 좀 보여주는 게 어때?'
라고 소리지를거고 많은 지출과 함께 결혼생활이 끝나겠죠. 어떻게 미래를 아느냐고 하면 그냥 알아요. 나 자신과 30년을 넘게 같이 있어봤기 때문에, 그 정도는 알 수 있어요.
4.휴.
5.기본적으로 결혼을 안하겠지만 어쩌면 할 수도 있어요. 언젠가 썼듯이 가장 강한 인간의 감정이 있잖아요. 연민이라는 감정이요.
'가장 강하다는 게 어떤 기준이지?'라고 하면...절대로 안하겠다고 마음먹은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것에 있어서는 연민이라는 감정만이 유일한 변수라는 거죠. 연민이 별 거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연민은 사랑이나 과시욕, 지배욕, 질투, 외로움 같은 감정따위보다 한 차원 높다고 나는 확신해요.
사랑이나 과시욕 같은 건 별 거 아니예요. 사랑이나 과시욕, 지배욕 같은 감정들이 순간적으로 사람을 돌아버리게 만들어서 조니블루 킹조지V를 까주게 만들거나 펜디 모피를 사주게 만들 수는 있겠죠. 웃으면서요. 하지만 한계는 있는 거예요. 상대가 오피스텔 전세금을 대신 내달라고 하면 웃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는 거죠. 오피스텔 전세금조차 내줄 수 없는 상대라면 당연히 그보다 더한 결혼까지는 더욱 무리죠.
6.그러나 연민은 정말 무서운 감정인 게 기브 앤 테이크의 원칙조차 무너뜨리거든요. 한번 연민을 가지게 되면 그냥 상대에게 마구 퍼주게 되는 거예요. 아무리 상대가 마음에 들어도, 그것이 사랑의 감정이라면 조지V를 그냥 까주진 않아요. 까주기 전에 '이거 까 주면 넌 나한테 뭘 해 줄건데?'라는 말을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는 거죠. 거기서 상대가 심드렁해하면 조지V는 없던 일이 되는 거고요. 사랑의 감정이 강하면 강할수록 반발심이나 호승심 또한 정비례하는 거거든요. 나의 대부분의 감정은 대결을 기반으로 성립되는데 연민은 그 규칙에서 벗어난 감정이예요.
7.요즘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연민은 사람의 감정들 중 유일하게 스스로를 신이 된 듯한 기분이 들도록 만들어주는 감정이기 때문에 제어가 안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누군가에게 연민을 가져버리고, 대가를 바라지 않으면서 헌신해주는 스스로를 보면 좀더 나은 자신이 된 것 같은 기분의 함정에 빠져버리는 게 아닐까...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쨌든 언제 어디서나 계산기를 두들겨대는 어떤 인간이 만약에 결혼을 한다면 그것은 연민이라는 감정 때문일 거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내가 이 가엾은 여자를 세상으로부터 구해내야 해. 내가 안 하면 누가 하겠어?'뭐 이런 생각이 들어버리면 결혼하는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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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알긴 알아요. 모든 인간이 자신만의 가면과 자신만의 계산기를 가지고 있다는 걸요. 요즘 겪은 어떤 일은 내게 이런 생각을 갖게 했어요.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는 가면도, 계산기도 가지고 있지 않은 척 하는 걸 정말 잘하는 사람이라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