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회.



아이를 데리고는 아무래도 길게 참여하기 어려울 듯해서

아이는 동반하지 않고, 친동생과 함께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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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간식을 챙겨먹고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뱃심이 든든한 것이 집회에서 큰 도움이 되더군요. 

소리를 크게, 많이 내야 했는데 뱃속에 든 게 없었으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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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부근에 나갔을 때 이미 행진 시작중이어서, 섞여 들어갔습니다.

제대로 오래 행진한 건 처음인데요-저도 이 부분 잘은 모르지만, 저뿐 아니라 이렇게 긴 구간을

집회 행진을 할 수 있었던 건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중간에 한 번 잠시 멈춘 때를 빼고, 종로 3가-청계천-남대문시장 대로-남대문을 돌아 

광화문 광장까지, 걸은 거리를 생각하면

평소에 그만큼 걷지 않는(걸을 수 없는;;)거리인데

신기하게도 다리가 별로 아프지 않았습니다.


행진하는 동안은 적어도, 경찰의 영향력을 거의 느낄 수 없었습니다.

저번 주에 보았던, 경찰들과의 부딪힘도 별로 없었습니다.

심정적으로 경찰도 우리 편인가? 하는 나이브한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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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동안 구호를 외쳤습니다.

이 소리가 청와대까지 들리지는 않겠지만,

소리를 크게 내는 것이 지금의 본분(?)이라 생각하고

배에 힘 꽉 주고 소리 내었습니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중 저는 '퇴진하라'를 맡았습니다. ㅎ

앞뒷사람이 '박근혜는'이라고 부르짖는 타이밍을 잘 맞춰 퇴진하라, 를 외치는데

뜻을 같이한다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곁에서 함께하던 동생이 "정말 소리 잘 지른다 언니 목소리 귀에 쏙쏙 박힌다"

격려같지 않은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뱃심으로 소리를 내서인지,귀가한 후에도 목이 별로 아프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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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3가에서 청계시장 쪽으로 접어드는데

시장 상인인 듯한 분이 확성기로

"여러분 감사합니다"하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롯데영플라자 부근에서는 어린 여학생들이 노변에 서서 앳된 목소리로, 집회자들 대신 '박근혜는'을 거듭 외쳐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대문 시장 앞을 지날 때에는

행진하는 이들을 보며

"빨갱이들이야"라고 말하는 어떤 할머니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화가 났지만, 개의치 않고 갈 길을 갔습니다.




#

차들이 바삐 다니던 대로 한가운데를, 다같이 천천히 걸어가는 동안

평화로운 집회 기분에 젖어,

국민의 절반은 길로 나온 듯한 이 분노를 느끼고 청와대에서 "이제 이만 하야하겠습니다"

발표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이 되기 매우 어려운 일임을 알면서도, 꿈을 꾸듯 생각했습니다.



#

광화문 광장에 돌아와 문화제에 참석했습니다.


9시가 가까워질 무렵

동생도 많이 지쳐하고 저도 배가 고파서

밥이라도 먹고 다시 오든지 하자,라고 하고 

자리를 빠져나와 근처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광장으로 돌아와 보니...


아까 그 길을 걷고, 그 길에서 다함께 한뜻으로 소리쳤던 것이 꿈인양,


광화문 대로에는 다시 차가 다니고, 

경찰들이 남은 집회자들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남은 집회자들은 이순신상 앞쪽으로 몰려 있고,

그 앞으로 광화문 대로는 평소와 거의 같은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

정말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안전하게, 광장까지 다다르고

안전하게 문화제를 즐길 수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절대로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말 드물게 한 뜻이 되어 모였는데,

정작 청와대에 숨은 누군가에게 털끝 하나 직접적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니.

기회가 아쉽다, 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거기 모인 그 누구라도 위험에 빠뜨릴 순 없고,

조금이라도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될테니.

다만 아쉽고 아쉬웠습니다. 가슴속에서 불이 이는데, 이것을 닿겨야 할 무리들에게 닿일 방법이 없으니.

이렇게 뛰쳐나왔다 해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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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때마다 수많은 사람이 모이면.

그 인파가 압도적이 되면 될수록,


그 자신들은 끄떡하지 않겠지만,

외부에라도 우리의 목소리와 모인 모습이 전해져

어떤 형태의 압박으로라도 그들에게 다시 전해진다면

그것도 소용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하고.



걷는 동안 외치는 동안, 그리고 돌아가는 동안 생각했습니다.








    • 아이가 체험을 간 동안 낮에 가려고 했는데 어찌어찌 못가고 있다가 차라리 체험갔다 돌아온 아이를 데리고 가자고 맘을 먹고 저녁 7시에 출발을 했습니다.

      애가 힘들어할까봐 걱정이 되긴 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경험이었어요. 길도 생각보다 많이 막히지 않았고 광화문대로를 도보로 걷는데 뭔지 모를 해방감도 느껴지더군요.

      8시 좀 넘어 도착해보니 그래도 시청 덕수궁앞에도 시위하시던 분들이 걷고 계시고 앞쪽 이순신 동상 부근에는 아직도 사람이 많았어요. 슬슬 퇴장하시는 분들이 촛불도 주고 가시고 앉아서 한시간 넘게 실컷 구호도 외치고 왔습니다. 아이한테 설명도 해주고요. 다음주에도 기회가 되면 아이 데리고 가려고 합니다.
    • 한발짝 시위현장을 벗어나 청계천쪽으로 가니 일상적인 모습들을 보면서 저도 요즘의 시위라는게 저들에게 무슨 위협이 될까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모여있던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저도 점 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저들도 두려워하리라 생각합니다.
      • 저도 그 점이 아쉬웠어요. 사람마다 무리마다 위협으로 느끼는 포인트가 다른데, 우리가 이렇게 많이 모인들 직접적으로 그들의 목을 조르지 못하는 한


        이같은 시위도 위협이 될 수 있을까 하고...


        하지만 냐옹님 말씀처럼, 지금으로서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도 길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수 많은 사람들과 어울린건 전에 야구장 밖에 없는데 한번 같이 걷고 싶네요.


      빨갱이들이야 하는 할망구를 생각하니 화가 나는데 화를 내면 지는거죠.

    • 낼부터는 집회에 나가려고요. 그동안 계속 일하다 보니 못나갔는데 친구랑 같이 나가야겠네요.
    • 행진 참여 못한게 넘 아쉽네요. 저녁에 와서 박근혜 물러가라 외치니 속이 뻥뻥 뚫려서 넘나 좋은 것 캬~

      • 저도 이번주에는 행진에 참여하려고 합니다.
    • 이번엔 4시~6시 반 1부에 참여했습니다. 다음 주에는 저도 행진하고 돌아와서 2부까지 참여하려고 해요.


      -직장에 와서 이번 일에 대한 의견을 얘기하니 뭐 저런 식으로 계속 있지 않겠느냐. 하야하면 뭐하느냐, 누가 그 다음에


       나오겠느냐면 쌩하고 시크한 표정으로 난 뉴스도 안보고 지겹다고 말하면서 절 못마땅하는 보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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