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모임과 연기력)


 1.몇번 썼듯이 이런저런 모임을 시도해 봐요. 언젠가 썼듯이...나는 재수없는 녀석이긴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모임에 나가서까지 재수없게 행동할 필요는 없어요. 그래서 그러지 않죠. 모임에 나왔는데 재수없게 구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기분이 안좋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건 작용의 경우고 반작용으로 내 재수없는 모습이 나오게 되는 경우는 몇 번 있어요.



 2.한번은 어떤 모임에서 이상한 녀석들을 보게 됐어요. 한데 녀석들은 뒤로 숨어 버리고 중재자-심지어 모임장도 아닌-사람이 나서서 제게 자신이 대신 사과할 테니 마음 푸시라고 말해 줬어요.


 이건 두 가지가 잘못된 일이었어요. 첫번째로는, 중재를 맡은 사람은 전혀 잘못한 게 없는데 대신 사과할 이유가 없잖아요. 두번째는, 왜 내가 녀석들 때문에 마음이 상하겠어요? 그래서 말해 줬어요. '1년에 1억도 못버는 것들때문에 왜 내가 기분이 상하겠어요?'라고요.(거긴 약간 허세를 떠는 모임이어서 그 기준에 맞춰 말했어요.)


 그러자 중재자가 '저도 1년에 1억 못버는데요?'라고 말했어요. 아차 싶어서 다음에는 꼭 본색을 드러낼 땐 해당되는 녀석들에게 하자고 마음먹었어요.



 3.또 한번은 어떤 모임을 시도해 봤어요. 역시 재수없게 굴 필요는 없어서 온 힘을 다해 존대말을 하고 나긋나긋하게 굴었어요. 웬 놈팽이가 좀 늦게 왔고 음식...찌개 등등이 나와서 나는 덜어먹을 그릇을 사람 수대로 가져왔어요. 그러자...뭔가 이상한 분위기가 시작됐어요.


 그들은 자신들이 더러워 보여서 이러는 거냐며 뭐라고 하기 시작했어요. 이런 게 뭔진 알아요. 박힌 돌들이 박힌 돌 행세를 하는 거죠. 그래서 넘어갔어요. '하하, 요즘은 다 각자 덜어먹지 않아요?'라고 대답해 줬죠. 굴러온 돌이니까 그렇게 굴어야겠다고요. 이렇게 글로 쓰면 잘 전해지지 않겠지만 하여간 분위기가 꽤나 이상했어요. 


 그들은 계속해서 내게 틱틱거렸고 나는 그냥 그만히 있었어요. 마침 성비가 딱 맞았는데 나중에 온 웬 놈팽이는 알파 행세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요즘 골프를 치러 다니느라 바쁘다고 떠들어서 '골프 그거 서민 스포츠잖아요.'라고 자동반사적으로 말하려다가 간신히 멈췄어요. 그리고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 녀석들은 이미 친한 것 같았어요. 음식을 앞접시에 덜어 먹는 내 앞에서 보란 듯이 자신의 수저로 서로 먹여주고 그러는 걸 보며 '왜 이러는 거지...'싶었어요.


 휴.


 틱틱거림이 계속되어서 옆에 있는 모임장에게 '자꾸 왜 저러는 거죠? 이러면 싸움이 날 수밖에 없는데...'라고 말하니 정색하는 표정으로 '그러면 이 모임 오지 마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포기했어요. 놈팽이는 웬 주식 사이트를 보여주며 자신이 이번에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다느니 하는 말을 하고 이번 신혼여행에 5천만원을 썼다고 묻지도 않은 말을 계속 했어요.


 왜 대체 액수를 말하는 걸까 궁금했어요. 어차피 모든 건 상대적이잖아요. 5천만원은 누군가에겐 쉬운 돈일 수도 있고 어려운 돈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에 결혼하신 거냐고 물어보자 결혼도 하고 5천만원짜리 신혼여행도 다녀왔지만 데리고 살아 보고 결정하려고 혼인신고는 안했다는 말이 돌아왔어요. 그냥 그런가보다 했어요.



 4.휴.



 5.어쨌든간에 나는 아예 폭격을 가하거나 말거나 둘 중 하나예요. 나는 딱총 같은 건 쏘지 않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잘 해 보려고 그들을 상대로 '선생님'이란 호칭을 썼어요. 그러자 그들은 그렇게 부르는 게 기분나쁘다고 또 뭐라고 하기 시작했어요. 점점 피곤해졌어요. 


 그들이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봐서 적당한 직업을 댈까 하다가 역시 거짓말은 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백수라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그들은 어떻게 먹고 사냐고 물었어요. 그냥저냥 먹고 산다고 대충 얼버무렸어요. 그러자 계속 말꼬리를 잡으며 방금 전에 백수라고 하지 않았냐고, 왜 제대로 대답을 안하냐고 물어왔어요. 아무리 '그냥저냥 먹고산다.'라고 끝내려고 해도 그들은 화제를 돌릴 생각이 없었나봐요.


 결국은 '아직도 용돈을 받고 사시나?'같은 말을 하며 그들이 실실 웃기 시작했는데 그때서야 눈치챘어요. 


 이 녀석들이 편먹고 이러는 거라는 걸요.


 그래서 이젠 포문을 열어도 될 것 같아서 도야가오(자신넘치는 표정)를 지어보이며 대답해 줬어요.


 '아 용돈은 안 받아요. 왜냐면 50년어치 용돈을 한번에 받아서요. 그래서 더이상 용돈을 받을 필요가 없죠.'


 이 말은 완전히 사실은 아니예요. 하지만 완전히 거짓도 아니죠. 언젠가 썼듯이 나는 완전히 거짓말인 말은 안 하거든요. 왜냐면 완전히 거짓말인 말을 하면 표정때문에 들켜버리니까요. 어쨌든 이 말을 한 건 굴러온 돌 행세는 끝내려고 한 거예요. 그리고 녀석들 표정을 보니 굳어져가는 콘크리트, 시멘트, 또는 찰흙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기분이 좋았죠. 아니 사실, 그렇게 자신넘치게 말하면 누구든 믿어버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어쨌든 그냥 가면 도망가는 거 같아서 계속 있었는데...여기 쓰진 않겠지만 짜증나는 짓거리들은 계속됐어요. 나는 모든 걸 넘겨줬지만 단 하나는 참지 못하고 정색했어요. 짜증나는 놈이 자꾸 오를 주식을 추천해 달라는 거예요. 그것도 공손한 태도가 아니라 말해 보라는 듯이 계속 물어왔어요.


 결국 유일하게 약간 정색하면서 '나한테 돈을 가져오세요. 그런 거 물어보지 말고.'라고 말하자...또 어린애같이 투정부리는 꼴을 봐야 했어요. 젠장. 그날 소소하게 한방이라도 먹이고 돌아온 건 정말 잘한거였어요. 



 6.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내가 누군가를 짜증나게 만드는 건 작용이 아니라는 거예요. 반작용이라는 거죠. 내가 나에게 아무것도 안 한 상대를 짜증나게 만들 때는 돈을 지불했을 때뿐이거든요.


 말이야 이렇게 쓰긴 하지만 사실 이것도 아니예요. 나는 술집에 가면 직원을 최대한 편하게 해주거든요. 마치 친구들이랑 노는 것처럼요. 심지어는 사장이 직원에게 술을 어서 마셔서 빨리 빼라고 압박을 주면 술을 얼음통에 버려 주기도 해요. 그야 이건 불순한 목적이 있긴 해요. 이 직원을 밖에서 만나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요. 하지만 어쨌든 나는 누군가에게 지랄하는 짓은 의도적으론 안해요. 나는 착하다니까요!



 7.소제목을 저렇게 쓴 건 지금 하는 몇 개의 모임은 나에게 좋은 대접을 해줬기 때문이예요. 그럴 이유도 없는데 말이죠.


 그래서...내가 반작용으로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걸 하고 있어요.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거요. 가지고 있는 모든 연기력을 쥐어짜내서 최대한 안 나쁜 나, 최대한 재수없지 않은 나를 연기해내려고 노력하고 있죠. 가끔 실패하는 것 같긴 하지만 진짜로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해내려고 노력해요. 그거 말곤 내가 보답할 수 있는 게 없거든요.


 그리고 만약 안 좋은 일이 일어나서 모임을 나가는 일이 있어도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냥 나가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어요. 포문을 열고 탄두를 난사하며 수류탄들을 몇 개 던지면서 떠나고 싶어도 절대 그러지 말자고요. 휴. 아니 애초에 그럴 일이 없어야겠죠. 좋은 모임을 찾기란 힘들잖아요.








    • 역시 여은성님 글은 재미있어요.ㅋㅋ
    • 항상 듀게에서의 여은성님의 연기를 즐겁게 보고있습니다.
    • 그렇게 불편한 자리에서 오래도 버티셨네요. 혹시 처음에 미운털이 박힌 건 아닐까요.

      뭐.. 우리들 누구나 그렇게 말하죠.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저 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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