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8m 고산에 도전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상에는 가지 못하고 5800m 지점에서 돌아왔어요.
Huayna Potosi는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즈에서 약 한 시간 반 쯤 거리에 있는 고산이에요.
어마어마한 초고도의 산에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올라가기 쉬운 6000m 산'으로 투어사에서 포장되어서 팔리는 '관광 상품'이더군요.
'고도에 적응한 신체 건강한 사람'이라면 오를 수 있는 산이라는 뻔뻔스러운 거짓말로 관광객들을 유혹하죠.
남미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에서 관광객들의 돈을 따내기 위해서라면 뭐도 팔 수 있을려나요.
이런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도전은 해보고 싶었어요. 전에 4000m , 5000m 이상의 고산에 가본 적이 있었고, 평소에 산을 좋아했었거든요. 170달러라는 돈에
6000m이상의 초고도 산을 등정할 기회가 얼마나 있겠어요. 대신 라파즈에는 8일동안 있으면서 고도 적응을 했고 (라파즈는 3700m) 가본 사람들의 실패담, 성공담 모두 읽고,
고산병에 대한 조사도 철저히 했어요. 약도 먹었고요. 무엇보다도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는 안전하게 돌아오자가 목표였어요.
일정은 2박 3일이었어요.
첫번째 날 : 베이스 캠프 (4600m) 2시간 등산. 1시간 동안 암벽 등반 연습. .
두번째 날 : 하이 캠프 (5200m) 2시간 등산.
세번째 날 : 하이 캠프에서 정상 (6088m), 정상에서 베이스 캠프. 라파즈로 돌아옴. 9시간 등산 (대부분 얼음/돌덩이를 걸음)
첫번째, 두번째 날은 할만했어요. 단지 자는 곳은 고도가 높으니까 잠을 잘 수가 없더라고요. 2일만에 겨우 2시간을 잤어요 ㅠㅠ
세번째 날은 밤 12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바로 정상으로 가요. 그 전날 겨우 1시간을 잤는데 9시간을 등산해야 한다는 미친 스케쥴...
게다가 단순 등산이 아니라 거의 빙벽 등반 수준이에요. 60도 이상의 얼음 언덕을 몇 시간동안 올라가야 하거든요... (중간에는 거의 80도 가량의 얼음도 있었다는)
이 모든 것을 5200m 이상의 고도에서 해야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죠 ㅋㅋㅋㅋ
한 발짝을 딛을 때마다 쓰러질 것 같았어요. 산소가 부족해서 숨을 쉴 수가 없어요. 몸에 산소가 없으니까 힘도 없더라고요. 입맛이 없었지만 힘들 내기 위해서 억지로 에너지바와 초콜렛을 입만에 들이부었는데도 에너지가 전혀 나지를 않았어요. (보통 등산할 때 초콜렛을 먹으면 10분 후쯤에 에너지가 나야하는데) 고산병 약 부작용으로 손과 팔은 저리고, 몸에 힘은 없고, 날씨는 더럽게 춥고,
심장은 미친듯이 뛰고, 숨을 쉬어도 쉬어지지가 않고... 이런 미친 짓을 한 3시간 했어요. 속으로 (주어없음) 욕을 더럽게 하니까 뭔가 힘이 나더라고요 ㅋㅋㅋㅋ
"Un poco mas"(조금만 더)와 "Un momento"(잠깐만)을 계속해서 외치면서 정말 인생에서 제일 미친 짓을 이어나갔어요.
사실은 진작 포기할려고 했어요. 근데 사람 마음이라는게 참 간사한게 한 언덕을 넘고 나면 다음 언덕을 넘고 싶고, 그게 계속 이어지더라고요. 계속해서 버티다 보니 반 이상을 왔고,
그냥 정상까지 갈까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가이드가 제가 숨쉬는 것과 에너지를 보고 아마도 돌아가는게 좋다고 말을 했어요. (그래도 제가 정상으로 가고 싶다면 존중해 줄 사람이었어요) 돌아갈 때 또 에너지가 필요가기 때문에 그것도 중요하다면서요. 참고로 제 가이드 후안은 이 산의 정상을 무려 1300번 이상 등정한 베테랑 가이드에요. 남미에서 제일 높은 산 아콩카쿠아도 갔었고요.
후안은 산에서 산소 부족으로 쓰러지고 죽은 사람들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ㅋㅋ 자기 가이드 친구들도 3명이나 산에서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들으니 뭔가 정신이 팍 들더라고요.
내 인생에서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있는데 산에서 죽을 수는 없어! 보름달과 별들이 비치는 조용한 설산을 보면서 잠깐동안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후안에게 돌아가자고 말을 했어요.
그 부분이 5800m 지점이었고요.
그룹에 있는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다 정상에 갔다와서 (도대체 어떻게... 미친 인간들) 조금 아쉬웠지만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뭐 그 사람들은 산소가 부족한 곳에서 적응을 더 잘하는 사람이였나보죠. 사람 몸은 각자 다 다른거니까요. 어떤 프랑스 여자애는 자기는 약도 안먹었는데 전혀 고산병 증세를 느끼지 못했다는... 뭘까 슈퍼휴면인가.
사실 산 자체는 좀 별로였어요. 그렇게 멋있는 산은 아니였거든요. 그냥 돌무지에 얼음 덩어리? (얼음도 깨끗하고 색깔 예쁜 얼음이 아니라 더러운 얼음) 그리고 뭔가 시간에 쫓겨서 중간중간 쉬면서 사진찍도 그럴 세도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사실 경험 자체로 보면 그닥 재밌는 등반은 아니였어요. 6000m라는 타이틀이 없었다면 안 갔을 거에요. 차라리 멀리서 보는 산이 더 멋있더라고요.
이제는 고산 지대는 그만!!! 근데 볼리비아는 가는 곳이 다 높아요 ㅠㅠ 빨리 이 나라를 떠야지...
*사진 올리는 법을 까먹었어요. 사진이 궁금하다면 여기에. http://imgur.com/a/z1nq4
와 멋진 경험이네요. 도전 용기에 박수라도 드리고 싶어요.
저라면 가지도 못하고 중간에 포기할 듯....
에이그 난 그림의 산이네요 체력미달로 못감.
우와 대단하십니다.
저는 고산이라고 해봐야 산중턱에서 빙하 하이킹 한번 해본것 외에는 기억나는게 없네요.
여자시군요
전엔 좀 높은 산에서 전문가 여성을 봤는데 중턱 쯤에서 올라가고 내려가고 또 만났어요.
세달째 배낭여행 우울하기도하다 하셨지만 그저 부러울 뿐입니다 그 시간과 행동력과 체력이. 5800이라뇨 대단하십니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하신 겁니다. 정상까지 욕심내지 않고 결단을 내리신 점도 참 박수쳐 드리고 싶고요.
아마 평생 좋은 추억으로 기억나실 겁니다.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