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보람)
1.이렇게 돌아와서...글쓰기 버튼을 눌러보면 알게 돼요. 뭔가 말하고 싶지만 사실 나는 할 말이 없다는 거요.
그렇게 어제, 지난 주, 지난 달, 지난 해에 했던 말을 그대로 똑같이 한번 더 하게 되는 거죠. 말이라기보다는 투덜거림이겠네요.
2.하지만 늘 투덜거리듯이 이 지경까지 몰려버린 건 내 탓이 아니예요. 이 도시 탓이죠. 친구의 말대로 나는 이미 '도시화'가 너무 진행되어 버려서 딴 곳으로 갈 수가 없어요. 그리고 도시에서 사는 이상 도시에 맞춰서 살 수 밖에 없는거거든요.
3.언젠가 어떤 사람을 만나서 했던 말이 있어요. 내 목표는 이제 으스대며 사는 사람이 되는 것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고요. 그 사람이 목표가 정말 그거냐고 해서 정말 그거라고 했어요. '으스대는 상태'를 계속 유지만 할 수 있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고요.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없이.
4.휴.
5.그러나 그림을 잘 그려서 으스대게 되었든, 글을 잘 써서 으스대게 되었든 아니면 돈이 많아져서 으스대게 되었든 한번 으스대 보면 깨닫게 돼요. 나는 그냥 현실 세계에서 자의식을 한껏-99가 아닌 100까지-드러내 보고 싶었었다는 거요. 사실 그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하나 모르는 게 있었어요. 그 갈증은 딱 한번만 해보면 해소되는 종류의 것이었다는 걸요. 수면욕이나 식욕 같은 것처럼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고파지는 욕구는 아니었어요. 뭐 아직까지는 그래요.
하긴 어떤 것이든 실제로 해보기 전엔 상상했던 것과 다른 법이니까요. 자기자신에 대한 것도 그래요. 실제로 해보거나 되어보기 전엔 자기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꽤 다른 사람이었다는 걸 잘 모르는 거예요.
6.가끔 그걸 깨달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어요. '아 이런 젠장, 생각보다 난 평범하잖아? 이거 죽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곤 하죠. 어쩐지 이제 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평범하니까 죽어야 한다니 이게 뭔 소리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불안한 거예요. 여기에 곧잘 쓰곤 하는 '좋은 날'은 평범한 녀석에겐 와줄 것 같지가 않거든요. 좋은 날이 안 올 거라면 잘 해봐야 현상유지라는 건데 글쎄요...현상유지를 하려고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건 아니라서요. 만약 인생이 현상유지라면 100년 후에 죽든 간에 지금 죽든 간에 같은 거잖아요.
아니 진짜 열심히 살거든요. 이런 글만 보면 징징거리는 사람처럼만 보이겠지만 진짜 열심히 살아요.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 만약 보게 된다면 놀라실 거예요. '아니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 있었다니? 놀랍군!'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걸요.
7.만약 어느날 더이상 듀게 일기장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둘 중 하나겠죠. 내게 좋은 일이 일어난 거거나 또는 더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 거거나.
''좋은 날'이라는 게 대체 뭐지?'라고 묻는다면 뻔하잖아요. 메가로폴리스의 기준으로 좋은 일이라는 게 뭐가 있겠어요? 하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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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땀흘려 일하는 상상을 하곤 해요. 고도화된 세상에서 퍼즐조각 중 하나로 일하는 그런 거 말고요. 태양 아래서 땀흘려 일하는 거 말이죠.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하는 뭐 그런 짓거리를 하면 싹이 트고 줄기가 자라나고 열매를 맺는 걸 눈으로 확실히 볼 수 있는 일 말이예요. 싹을 보고 줄기를 보고 열매를 볼 때마다 보람이라는 게 느껴지겠죠. 감사하는 감정도 느껴볼 수 있을 거고요. 좋은 날씨가 온 것에 감사하고 나쁜 날씨가 안 온 것에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수확한 농작물을 메가로폴리스에서 온 상인이 후려친 가격으로 파는 게 아니예요. 그냥 그걸 먹고 살아가며 자급자족하는 걸 상상하곤 해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곳에서 말이죠.
물론 부양할 사람은 있어야겠죠. 왜냐면 부양할 사람이 없다면 나 같은 인간은 농사를 지으러 나가지 않고 빈둥댈 게 뻔하거든요. 아내와는 어차피 싸움질만 할 테니 꼬마아이 하나만 있으면 완벽할 것 같아요. 내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누군가가 있다면 땀흘려 일할 맛이 나겠죠.
휴.
도시에서는 감사나 보람따위가 없거든요. 모니터를 보며 늘 세가지 말 중 하나의 말을 중얼거리며 일하는 거예요.
'이 빌어먹을 외국인 쓰레기들. 하여간 인생에 도움이 안 돼.'나 '이 빌어먹을 기관 쓰레기들. 하여간 인생에 도움이 안 돼.'나 '이 빌어먹을 개인 쓰레기들. 하여간 인생에 도움이 안 돼.' 셋 중 하나의 말을 연신 중얼거리는 거죠. 이런 거에 무슨 보람이나 감사가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