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없음] 뒤늦게 본 007 스펙터, 비밀은 없다, 유 아 넥스트 잡담

1.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시리즈는 홀짝홀짝으로 오락가락하는 게 개성인가 봅니다.

첫 작품이었던 카지노 로얄은 아주 흥분되는 데뷔작이었는데 반해 퀀텀 오브 솔라스는 전편에서 칭찬받았던 부분 중 상당수를 집어 치운 좀 애매한 물건이었고.

역시 스카이폴은 카지노 로얄에서 느꼈던 기대를 다시 충족시켜주는 수작이었는데, 스펙터는 또 다시... 뭐 이렇네요. 톤이 너무 달라서 감독이 바뀌었나 했더니 그것도 아니고. 각본가가 바뀌었나 했더니 메인 작가는 그대로이고. 스카이폴이 흥행이 안 좋았었나? 해서 검색해보니 007 시리즈 역대 흥행 1위 기록 세웠다는 기사가 뜨고. 이래저래 정말 미스테리네요(...)


전체적 인상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예전 007 영화로 돌아갔네?' 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수다쟁이 찌질이 보스와 강철 체력 행동 대장. 감정선 따위 신경 안 쓰고 막 전개되는 로맨스. 개연성보단 '희한한 볼거리'를 추구하는 액션.

근데 그 와중에 희한하게 싼 티가 나는 셋트들이라든가. (사막 비밀 기지 나오고 폭파되는 장면에선 정말 007이 아니라 007 패러디 영화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ㅋ)


모니카 벨루치를 그렇게 낭비해 버린 거야 뭐 헐리웃 영화에 유럽 여배우들 출연해서 보릿자루 취급 당하는 꼴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러려니 합니다만.

크리스토퍼 발츠는 도대체 왜... ㅋㅋㅋ 연기력으로는 극복할 수가 없을 정도로 빼도 박도 못 할 찌질이 캐릭터라 보는 내내 배우가 불쌍했네요.


그래도 레아 세이두가 예뻐서 시간이 아깝진 않았습니다.

같이 본 녀석은 별 불만도 없더군요. "007 영화가 원래 이런 거 아냐?" 라고 말하니 딱히 따질 말도 없고. ㅋㅋ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다시 한 번, 참으로 궁금합니다. 왜 갑자기 복고 007로 돌아갔을까요.



2.

흥행 망한 영화를 나는 재밌게 봤는데 망할 영화가 아닌 것 같아 아깝다. 라는 경우와

흥행 망한 영화를 나는 재밌게 봤는데 그래도 왜 망했는지는 이해가 간다. 라는 경우가 있잖습니까.


개인적으론 올해 개봉 영화들 중 탐정 홍길동 같은 영화가 전자의 예로 떠오르고. 후자의 예로 딱 들어주고 싶은 영화가 바로 '비밀은 없다' 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다 맘에 드는 영화였지만 흥행 망한 건 이해가 돼요.

듀나님 리뷰처럼 '남성 위주 시각에 매몰된 관객들에겐 재미 없을 걸!!' 뭐 이런 관점을 들이댈 것도 없이 그냥 이런 내용, 이런 톤의 영화가 흥행이 잘 되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ㅋㅋㅋ


스포일러 없이 스토리 얘기를 하기 힘든 영화라 줄거리 관련 이야기는 생략하고.


보면서 여성판 올드 보이 비스무리한 냄새가 풍긴다... 싶었는데 보고 나서 검색해보니 박찬욱이랑 관련도 있고 또 개봉 후에도 박찬욱이 호평을 한 내용도 있고 그렇더군요. 개인적으론 '아가씨'보다 이 영화가 더 올드 보이 시절 박찬욱 영화 느낌이었습니다. 좋은 의미로요.


정말 오랜만에 김주혁과 손예진의 연기가 맘에 들었고.

그 외의 캐릭터들도 다 괜찮았습니다. 나쁜 놈이든 불쌍한 놈이든 간에 다 대체로 납득이 가고 살아 있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이 영화 특유의 과장된 느낌에도 불구하고... 라는 얘깁니다.


암튼 감독의 전작 '미쓰 홍당무'와는 아주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쓰 홍당무'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여전히 좋아할 수 있는 영화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워낙 흥행이 망해서 iptv vod로도 2500원 밖에 안 하던데 감독의 전작이 맘에 드셨던 분들이면 한 번 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3.

이런 영화가 있었습니다.



별로 안 유명한 저예산 B급 호러 영화이고 본 사람들의 평가가 아주 좋지는 않은데도 불구하고 어쩌다가 보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론 맘에 들었습니다.

보는 내내 '나 홀로 집에'가 생각나더라구요. 걍 그 영화의 호러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 는 가운데 주인공이 참 멋집니다.

사실 이야기는 아귀 안 맞는 부분 투성이고 개연성 떨어지는 부분을 세어 보자면 끝이 없으며 배우들 연기도 뭐... 그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는 동안 시간은 잘 가고 또 결정적으로... 주인공 캐릭터가 좋아요. 결말까지 끌고 가는 내내 좋고 결말에선 더더욱 멋지구요.


걍 큰 기대 없이 킬링 타임용으로 보기 딱 좋은 영화였으니 그런 용도로 활용하면 좋을 법 합니다.



끝.

    • 비밀은 없다 극장에서 못봤는데 뒤늦게 보고나서 너무 아쉽더라고요. 이렇게 내 취향인것을.....
      • 감독이나 배우들도 많이 아쉬울 것 같더라구요.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심지어 비평가들 평가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고 널뛰기를 하더군요. 흠;

    • 나름 007 팬인데 스펙터는 아직 못 봤군요. iptv VOD 로 뜬지도 한참인데 언능 봐야겠습니다.

      • 고전 007 스타일이다. 혹은 고전 007 시리즈에 대한 오마쥬가 많은 영화다. 라고 생각하고 보시면 저만큼 실망하진 않으실 겁니다. ㅋㅋ

    • 2번 진짜 공감하네요. 저도 <비밀은 없다>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사람들도 이해는 갔습니다. 


      같이 영화본 친구는 (여기서부터 스포일 수 있음)






















































      "<웨스트윙>을 보려고 TV를 틀었는데 <퀴어 애즈 포크>와 <위기의 주부들>이 짬뽕된 괴작을 본 것 같아!"라고 일갈하더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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