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진 시간> 단평
뒤늦게 몰아서 이것저것 생각나는대로 주워섬길 거라 단평이라기 보다는 잡담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네요.
우선, <가려진 시간>을 개봉 다음날인가 봤는데 흥행이 부진한 게 이해가 가더라고요.
아무튼 엔딩을 그렇게 가져간 건 마음에 들었는데, 이야기의 흐름 상 전개에서 절정으로 넘어가면서
낡은 신파는 아니더라도 감정적인 피치를 좀 더 올려줬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동원이 연기를 못 하는 건 여전합니다. 사투리 섞인 억양도 변함없고요.
무엇보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는 첫 대사에서 저는 뿜을 뻔 했습니다ㅠㅜㅜㅜ
하지만 듀나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던 대로, 둘의 관계가 소아성애로 의심받는 영화 속 상황에서
관객마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게 해준 (물론 신은수의 연기도 한 몫 하지만) 닝겐 같지 않은 소년다움에 건배!
의붓아버지 역할의 김희원씨가 선을 넘은 폭력을 행사하거나 양육자로서 엇나간 모습을 보일까봐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는데,
그런 점에서는 감독이 의붓아버지라는 역할 설정 상 상상하게 되느 식상한 캐릭터로 그려내지 않아서 좋았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대사가 전체적으로 다 나빴다는 거예요.
이런 영화일수록 보고 나서 마음에 남는 대사 한 마디가 관객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줄 수 있을텐데
사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지은 싯구도 그다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아이들이 주인공이니 전반적인 대사가 현학적일 수는 없지만, 중요한 장면들에서는 방점을 찍어줬으면 좋았을 것을 싶어서
크랭크인 전에 대사 잘 쓰는 작가에게 각색 한 번만 맡기지 하는 생각이 마이 들더라고요.
감독이 아이디어나 캐릭터 구축, 플롯 구성은 괜찮은데 디테일한 감정 같은 게 좀 약한가 싶기도 했고요.
어린 수린과 성민이 처음으로 폐가에 간 날, 베란다??? 같은데 나란히 앉아서 서로 어색어색한 분위기에 있다가
어떤 대사를 하나 치고 둘이 까르르 웃는데요. 그 장면이 자연스럽게 넘어가지 않더라고요.
그 대사가 정말 재밌어서 둘이 웃고 그래서 서로 경계심을 버리고 녹아드는 게 아니라
이 타이밍엔 둘이 친해져야 하니까 웃는 느낌이랄까...
첫키스 장면도 그래요. 감정에서 넘어와서 키스(뽀뽀지만요)하는 게 아니라
넌 날 좋아하고 이제 우리는 떨어지지 않는 사이가 되는 거야 하면서 도장 찍는 느낌?
아무튼 감독의 전작들을 보고 또 소재의 신선함이나 강동원(제가 실은 팬...)에서 오는 기대감에 조금 못 미치는 그런 작품이었어요.
아... <스플릿>, <나, 다니엘 블레이크>, <닥터 스트레인지>도 쓰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네요.
(유리구두 한 짝을 흘리고 뒤돌아 뛰어가며...)나중에 이어서 쓰겠습니다.
영상은 좋았어요.
초반의 진행은 꽤 맘에 들었는데 중반이후에 갑자기 스릴러 코스프레하는부분부터는 편집이 늘어지는 느낌이더라구요.
순수 멜로쪽이 더 어울리는 감독이 아닐까 싶어요.
으왕 저는 오히려 섬세한 감정선이 덜 중요한 영화를 더 잘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몇 년 걸리겠지만 엄태화 감독의 차기작으로 확인을 해봅시다~
ㅋㅋㅋ 구두 한짝.
그쵸? 가려진 시간은 대사가 영~ 영화 볼때, 2시간 짜리 영화가 5시간처럼 느껴지는 기적을 맛봤죠.
엄태화 감독님 기대했는데 ㅜㅜ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정말 환장의 연속과 오열로 마무리...가히 올해의 영화 중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내일 이 시간에.... 는 농담인데 농담이 아니네요; 내일 이어서 쓰게 될 것 같아요ㅋㅋ
엄태화 감독이 본인의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하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일단은 다음 작품도 기대해봅니다.
다니엘 블레이크는 제가 본 곳에서는 마지막에 정말 소리내서 엉엉 우는 분도 계셨어요.
저는 조용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데 휴지가 좀 많이 필요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