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좀비)

 

 

 1.하아...이번주는 힘들었어요. 열심히 살았죠. 너무 열심히 살아서 후회될 정도로 열심히 산 한 주였어요. 다음 주도 엄청 바쁠 것 같아서 벌써부터 걱정이고요. '대체 왜 이렇게 노력을 싫어하는 거지?'라고 묻는다면...노력의 부작용 때문이예요.


 지나치게 열심히 노력하는 건 내가 하찮은 존재라는 걸 망각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뿐이거든요. 스스로가 하찮은 존재라는 사실을 잊거나 무시하는 건 인지력과 통찰력을 굉장히 깎아먹는 일이 되는거고요. 그래서 너무 열심히 노력하는 건 늘 경계하고 있어요.


 

 2.늘 말하듯이 이 도시가 미쳐서 이런거예요. 내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땅의 농사꾼이었다면 열심히 노력한 만큼 수확물의 양과 질이 좋아졌겠죠. 보람도 상쾌함도 있는 그대로...노력한 만큼 마음껏 느끼면 되는 거고요. 땀흘려 일한 사람에게 찾아오는 온몸에 퍼져나가는 충실감, 벅찬 느낌같은 게 뭔진 나도 알아요. 겪어 봤으니까요.


 다만 이 미친 세상에서는 그게 수확물과는 전혀, 쥐뿔만큼도 상관없는 거라서 문제인 거예요. 여긴 아무리 봐도 인간이 웃음거리가 되고 인간의 노력도 웃음거리가 되는 곳이거든요. 이 도시가 모든 것을 격하시켜 버리는 걸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슬퍼요. 드립이 아니라 진짜로요. 노력과 수확물이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이 도시가 점점 괴물로 변해가는 거라고 여기고 있어요. 이 도시의 제 1 문제점이 바로 그거라고요.



 3.최근에...중구에 갔다가 밤거리를 좀 걷고 싶어서 광화문 쪽을 걸었어요. 어느 순간 갑자기 밤거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련한 느낌이 들었는데 아주 어린 시절에 느껴본 그런 감정이었어요. '지금이라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할 용기를 낼 수 있다.'뭐 이런 거 말이죠. 그래서 그러려고 했는데...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미 좋아한다고 말해버렸거든요. 


 '아니 그럼 뭐 된 거 아닌가? 대체 뭐가 문제란거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예요. 왜냐면 진짜 대답을 듣지 못했거든요. 일반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 러시안 룰렛과 같아요.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이 나올지 안 나올지 알 수가 없는 진짜 러시안룰렛인거죠. 그러나...내가 한 건 빈 총으로 러시안룰렛을 하는 것과 같았어요. 처음부터 총알은 안 나올 줄 알면서 방아쇠를 당기는 거 말이죠. 그러니까 진짜가 아닌 거죠. 거기엔 진짜 대답도 없는 거고요.



 4.휴.



 5.한 9월까지만 해도 언젠가 잘 되면 뭔가 다른 사람이 되어서 다른 곳에서 살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희망이라고 해도 되겠죠. 하지만 최근엔 극적인 변모 같은 건 없을 거라는 걸 문득 알게 됐어요. 어떻게 알게 됐냐면 그냥 알게 됐어요. 내가 바라는 것 만큼 잘 되어도 체인지가 아닌 업그레이드가 일어날 뿐이고 여기를 결코 떠날 수가 없을 거라는 거요.



 6.뭐...그래서 듀게에 쓰는 징징거림은 징징이라기보다 비명 같은 게 되어버린 거라고 봐줬으면 좋겠어요. 



 7.언젠가 말했던가요? 내가 사는 도시에는 좀비가 우글거린다고요. 물론 좀비가 되어버린 게 완전히 그들 탓은 아니지만, 문제는 이미 그들은 좀비가 되어버렸다는 거죠. 나는 좀비들이 잠깐씩이라도 인간으로 돌아오는 순간을 보고 싶었지만 잘 모르겠어요. 잠깐이라도 인간으로 돌아온 좀비들과 이야기해 볼수록 알게 되거든요. 그들은 어쩔 수 없는 어떤 순간까지 몰려버려서 좀비가 된 게 아니었다는 거요. 좀비가 된 녀석들은 좀비가 되는 데에 애초에 저항감이 적었던 녀석들이 대부분이예요. 그냥...세상을 더 쉬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좀비가 된 경우가 거의 다예요.


 솔직이 말하면 나와 가까이 지내주는 건 좀비들 뿐이예요. 나와 친구를 해 줄 녀석 같은 건 이제 없거든요. 어쩔 수 없이 친구코스프레를 해줄 녀석을 좀비들 중에서 찾아내야 하는 신세죠. 하지만 그래도 좀비 중에서 좀비가 안 되려고 마지막까지 발버둥쳐 본 녀석을 찾아내보고 싶어요. 사람들이야 '어차피 좀비들은 똑같이 좀비잖아.'라고 쉽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과연 그럴까요. 같은 좀비라는 건 없거든요. 어떤 좀비는 글리도 봤고, 영어도 잘 하고, 이화여대도 나왔으니까요. 


 게임광 남자가 게임 좀 그만하라는 여자친구에게 '스타크래프트는 그냥 게임이 아니야!'하는 것처럼 나도 그런지도 모르죠. '얜 좀비지만 그래도 그냥 좀비는 아니야! 얜 좀비가 안 되려고 노력은 했어! 누구도 얘한테 뭐라고 할 수 없어!'할 만한 녀석을 찾아내고 싶은 건지도요.

 


 8.그렇게 좀비와 가까워지면 뭐...원래라면 인간과 했어야 하는 걸 하죠. 같이 밥을 먹거나 같이 영화관에 가거나 뭐 그래요. 


 '뭐야, 그럼 좀비가 아닌 거잖아. 인간과 똑같잖아. 사람을 좀비라고 부르기나 하니까 친구가 없는 거야.'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니예요. 좀비와 같이 지내는 대신에 좀비가 나를 적당히 뜯어먹도록 냅두는 거거든요. 만약 좀비에게 나를 그만 뜯어먹으라고 하면 좀비는 뜯어먹을 다른 사람을 찾아서 가버릴 거예요. 화도 내지 않고 신경질도 내지 않고 그냥 잠깐 시선을 돌린 사이에 사라지는 거죠.


 그래서 상대가 고깃집에서 쌈을 싸서 내 입에 넣어줄 때도, 영화를 볼 때도, 바람이 등을 떠밀어주는 듯한 밤거리를 같이 걸을 때도 나는 절대 잊지 않아요. 지금 나와 함께 있는 녀석이 사실은 좀비라는 걸 말이죠. 지금 이렇게 웃고 떠들고 있어도 다음날 카톡을 하려고 하면 갑자기 전화번호를 다 바꿔버리고 사라져 있을 수도 있다는 걸 각오하곤 해요.



 9.여기서 이런 걸 마음껏 쓰는 이유는...나는 몇 년 동안 좀비들과 만나 봤는데 그 중에 듀게를 하는(아는) 좀비는 하나도 없었거든요. 정말로 한 명도 없었어요. 아니...뭐 그렇다고요. 인터넷에서 쓰는 이 닉네임을 밖에서도 그대로 이름으로 쓰고 있으니까요. 누가 안 봤으면 좋겠어요.


 아니 뭐, 그래도 좀비가 인간보다 좋은 점은 있어요. 나를 뜯어먹게만 해 주면 나의 어떤 점도 문제삼지 않는다는 거요. 그리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잘 보일 필요가 없다는 거요. 나를 뜯어먹게 해 주는 게 좀비에게 잘 보이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하긴,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좀비이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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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졌다가 몇 개월이나 1~2년 후에 돌아오는 좀비도 있어요.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린 건 신경쓰지 않는 뻔뻔스러움으로 무장하고 카톡을 해오죠. 그런 좀비를 볼 때마다 완전히 사라져버린 좀비는 지금쯤 어떻게 됐을지 가끔 생각해 보곤 해요. 


 '그들은 좀비 생활을 그만두기로 한 걸까?' 그야 그렇겠죠. 좀비 생활을 계속할 거라면 연락처를 바꾸지 않을 테니까요. 서울이 좀비 생활의 메이저리그니 굳이 2부리그로 옮길 이유가 없거든요.


 그러면 궁금해지는 거예요. 좀비를 그만둬도 좋을 정도로 좋은 일이 그들에게 일어난건지 아니면 좀비 생활이 싫어져서 그만둔 건지요. 나는 정말로 그게 궁금하지만 그걸 알 일은 없겠죠. 좀비를 그만두는 순간 그들은 연락을 끊어버리니까요.


 

 

 

 

 









    • 듀게가 지금 보다 번창할 때 마트 캐셔 까지도 듀게 회원이 아닐까 의심을 했는데


      지금은 조금 한가한 듀게지만 그래도 의심합니다 그러나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아무도 없는게 틀림없어요.


      좀비와 만나는 사람은 다 좀비입니다 나중에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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