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요즘 시국에 대한 알멩이 없는 잡담입니다
1.
저든 누구든 뭐 그네찡에게 뭘 기대한 사람이 있었겠습니까. 상식적인 반응이라든가, 양심이라든가 말이죠.
하야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이 정국 시작될 때부터 보나마나한 일이었고. 끝까지 배 쨀 거라는 것도 그랬구요.
그래도 세 번의 담화 중 어제 담화는 꽤 그럴싸했습니다.
첫 번째 담화는 그냥 jtbc가 던진 떡밥을 덥석 물고 자폭하는 꼴이었고.
두 번째 담화는 첫 번째 담화의 삽질을 수습하는 의미 이상은 없었죠.
반면에 어제 담화는 나름 그럴싸한 떡밥을 정치권에 투척해서 탄핵 하나로 흘러가던 흐름을 흔들어 놓는데 성공했고.
또 (하야할 것도 아니고 탄핵은 아예 언급도 안 하면서도)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착각하기 딱 좋은 뉘앙스를 던져서 최소한 아직 남아 있는 4% + 알파에게라도 좀 불쌍해 보일 여지를 얻었습니다.
뭐 얼른 좀 꺼져주길 바라는 사람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는 당연히 없겠습니다만. 그래도 최소한의 잔머리라도 굴리는 모습을 보여서 나름 인상적이었다는 얘깁니다.
역시 사람은 위기에 처하면 평상시에 자신도 모르던 숨은 능력이 발휘 되... (쿨럭;)
2.
어제 발언에 대한 반응들 중 재밌었던 게 뭐냐면 조선, 중앙, 동아의 반응입니다.
지금까지 진보 언론을 능가하는 (특종 러시에 완전 자극적인 썰까지 다 퍼나 나르며. ㅋㅋ) 공격력과 무자비함으로 그네찡을 단두대에 세울 것처럼 굴더니. 어제 담화에 대해선 직접 좋은 평가를 하지는 않으면서도 결국 아주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더군요.
뭐 그네찡이 던진 개헌 떡밥 때문이겠죠. 그걸로 새누리당과 그 구성원들에게 일발역전의 기회가 생길 테니 말입니다.
그러고보면 진정한 강자(?)의 조건은 역시 염치와 체면 같은 거 신경 안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엔 대통령 본인과 관계자들이 빠져나가기 위한 꼼수일 뿐인데, 그 결과가 본인들 이익에 부합하니 바로 또 편들어주는 태세 전환 말이죠.
그리고 다시 한 번, 어제의 3차 담화가 '먹힐 사람들' 에게는 제대로 먹힌 전략적인 한 방이 맞구나 싶구요.
물론 얼른 하야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겐 개뿔도 안 먹혔지만, 애초에 그런 사람들은 신경도 안 쓰고 짠 작전일테니까 뭐.
3.
안철수가 민주당 의원들을 데려가면서 국민의당을 창당할 때 민주당 지지자들이 자조적인 이야기로 '그래도 박지원 같은 걸 제거해줘서 고맙네.' 라는 농담을 하던 모습을 기억하는데. 그 땐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요즘 물 만난 박지원의 모습을 보니 그 얘기가 이해가 갑니다. 안철수가 그렇게 싫다고 하던 '구태'의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양반이네요. 근데 그 구태를 짱 잘 하는 만렙!! ㅋㅋㅋㅋ
그동안 저 양반 왜 저렇게 안철수는 안중에 없는 것처럼 행동하지... 싶었는데 오늘 기사들을 보니 어제 3차 담화 관련해선 아예 다른 소릴 하고 있더군요. 안철수는 계획대로 2일 탄핵 발의, 박지원은 비박 배려하자며 9일 탄핵 발의.
게다가 어제 추천한 특검 후보도 보아하니 박지원 본인 라인으로 추천했다는 것 같은데. 이러다 안철수는 박지원에게 이용만 당하고 상품 가치 다 떨어져서 초라하게 은퇴하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듭니다.
암튼 박지원을 보면서 정치란 게 저같은 라이트 유저(?)들에겐 이해하고 예측하기 참 어렵고 복잡한 게 맞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뭐랄까... 요즘 하는 꼴이 거의 김기춘급으로 보기 싫은 박지원이지만 역시 능력은 있는 인간이라는 걸 느꼈구요.
그 능력을 전혀 제가 바라는 쪽으로 쓰지 않으니 3배로 싫어지는 게 문제입니다만.
4.
탄핵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이번 정국 이후로 대다수의 국민들은 정치권에 더 큰 환멸을 느끼게 될 거란 생각이 듭니다.
(친박 빼고) 다 같이 뭉쳐서 그네찡 극딜하다가도 '개헌'이란 떡밥이 떨어지자 바로 혼란에 빠져 자기 밥상 챙기기에 몰두하는 꼴이라니.
대통령 & 친박과 거리를 둬서 이미지 세탁하고 미래를 도모해 보려던 새누리 비박들도.
대세가 그러하니 에라 일단 묻어가자... 라고 숨 죽이고 있던 민주당 내 개헌론자들도.
국민의당의 이러저러한 사람들도.
애초에 의도가 빤하기 그지 없는 어제 3차 담화를 두고 다들 진지하게 낚인 척을 하며 개헌개헌거리는 꼴을 보니 정말 없던 정나미가 더...
5.
그동안 나름 짧지 않게 살아오면서 느낀 대한민국 정치판의 한계 내지는 제 맘에 안 드는 점이 뭣인고 하니 '결국엔 민주당'이라는 겁니다.
압니다.
저를 포함한 국민들이 진보 정당을 찍으면 진보 정당이 되죠.
이런저런 핑계로 다들 진보 정당을 꺼려하며 민주당을 찍고 있으니 이런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 게 맞긴 한데,
또 그동안 이 나라 시국이 그렇게 맘 편하게 소신대로 찍게 해 주질 않는다는 핑계를(...)
뭐 늘 새누리 라인 쪽은 별 일 없으면 무난하게나 당선되거나 승리하는 거고. 그 반대편은 뜻 다른 사람들을 어거지로 모아 놓고 풀파워로 힘을 모아 원기옥을 발사해야 간신히 새누리랑 대적할 수 있을 정도... 뭐 이런 선거를 끝도 없이 겪다 보니 늘 욕하면서도 민주당을 찍게 되죠.
지금 시국 역시 민주당의 행동 중 맘에 안 드는 것, 우려되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어서 답답해 죽겠습니다만.
그래도 오늘 아침 뉴스들을 보고 있자니 역시 결국엔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게 민주당 밖에 없네요. 하암.
+ 사족.
전 이재명 시장을 좋아하지 않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길 바라지도 않습니다만.
나중에 혹시라도 새누리 비박 + 국민의당 개헌론자들이 합체해서 대선 후보를 내놓는다면 그걸 꺾을 수 있는 건 문재인보단 이재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요즘 살짝 들고 있습니다.
저번 대선의 문재인 & 안철수 구도. 내지는 이번 미쿡 대선의 클린턴 & 샌더스 구도와 좀 비슷한 구석이 보여서요.
무슨 소리냐면, 문재인 찍을 사람이면 대부분 맘에 안 들어도 이재명에게도 표를 던질 분위기인데.
반대로 이재명 찍을 사람들 중엔 후보가 문재인이 될 경우 떨어져나갈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는 얘깁니다.... 만.
게시판에 정치 관련 글을 쓸 때마다 늘 강조하는 바이지만 전 정치 하나도 모릅니다. ㅋㅋㅋㅋ 그냥 제 느낌이 그렇다는 거죠.
제 소박한 바람은 문재인 대통령도 아니고 이재명 대통령도 아니고 걍 비새누리 대통령 뿐이에요.
내년에도 누가 대선 후보가 되든 새누리가 아니면서 가장 당선 확률 높은 사람 뽑는 소심하고 줏대 없기 그지 없는 투표를 하겠습니다(...)
+ 사족 2.
김여진씨 발언이 정말 맘속을 후벼 파네요.
그렇죠. 제가 원하는 것 역시 질서 없고 불명예스럽고 빠른 퇴진입니다.
명예를 엄한 데 불러다 고생시키고 싶지 않네요.
차기 대선 투표 전략이 저랑 동일하군요 ㅎ
대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1위한 반새누리 진영 후보에게 아낌없이 투척하는, 아무 생각 없는 기계적인 투표를 계획중입니다.
그렇게 생각 없는 투표 기계가 되어갑니다. ㅋㅋㅋ
거기서 쌩뚱맞게 개헌이 튀어나오는 지점이 바로 제 환멸 포인트입니다.
이것들이 잠깐 촛불 버프 받더니 눈치도 안 보고 바로 자기들 밥그릇부터... orz
12월 2일 국회 열리자 마자 재적 과반수가 넘는 야당 단독으로 탄핵 발의를 해 놓고 새누리 애들 들어와서 탄핵의결 하라고 기다리고 있으면 됩니다. 들어오지 않고 그 날 탄핵의결 못하면 새누리당 전체가 다음날 광장에서 범죄자 박근혜와 함께 공범으로 잘근잘근 씹히겠죠. 야당은 탄핵발의까지 했으면 할 만큼 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 저것 재고 따질 것 없어요.
네. 그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벌써부터 12월 9일로 미뤄주자 어쩌자 이런 얘기가 나오니 답답해서 말이지요.
비박이네 뭐네 해도 결국 공범들인데 무슨 배려를... 쩝.
사족1에 대해 전 다르게 봅니다.
미국의 경우엔 민주당 정권8년 동안에 실직하고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생각하는 백인들이 반기를 든것이고
우리는 새누리 정권9년차죠.
미국의 우리나라의 9년 전 투표행위를 한것이고요.
그 부분은 정치 아무 것도 모르는 동네 아저씨 1번으로서 제가 느끼기에 브렉시트부터 샌더스 열풍, 트럼프 당선까지 뭔가 공통된 부분이 느껴져서 적어 본 얘기였습니다. 기존 체제, 정치가들에 대한 환멸이요. 이재명의 인기 비결은 지금껏 야당에서 보지 못 했던 화끈한(...) 언행과 정말 그대로 해 버릴 것 같은 강력한 이미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거의 그 반대 이미지에 가까운 문재인이 단일 후보가 된다면 이재명 지지자들이 과연 문재인을 뽑아줄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대선에서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기성 정치인 힐러리가 싫어서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다는 분석 기사 같은 걸 읽은 기억이 있거든요.
박지원을 끌어들이는 순간부터 안철수의 차기 야권 단일 대권후보 자리는 반쯤 날아간 것 아닌가 싶습니다. 대통령 선거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르니..
뭐 일단 나를 뽑아놓고 개헌하라... 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암튼 저도 가라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속이 꽉 찼는데요?
야권 진성? 지지층이 고민하는 포인트가 다 들어 있어요.
딱 하나 빠진게 있다면 그건 '촛불시위'에 관한것
이 촛불시위는 청와대,새누리,조선일보 따위들 보라고 하는게 아니라
야당을 격려하고 채찍질하는 것이며 국민들에게 현 정세에 가장 투푱하고 확실한 미디어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박근혜와 그 수족들이 바람대로 되지 않는것중 하나가 촛불시위와 압도적인 퇴진,탄핵 지지여론인데
그걸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힘은 촛불시위 밖에 없는거 같습니다.
안철수와 국민의 당이 의외의 선명성을 보여주고 있는 배경도 그러하고
더민당이 예전의 나쁜 버릇이 또 안나오고 있는 것도 다 촛불시위 덕이라고 봐야죠.
아마 조만간 개헌파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내며 야당내부의 분열이 가시화 될것이고
조선일보를 위시한 종편들이 보수층을 추스리는데 전력을 다할텐데 그걸 막을 힘 역시
국민의당이 어제 담화 이후 잠깐 헷갈리는 듯 하다가 바로 '어쨌든 탄핵은 그대로 추진'을 공식 입장으로 내놓게된 것. 박지원이 갑자기 슬쩍 말을 바꾸고 있는 것 모두 그러한 촛불 여론 덕택이겠죠. 국민들이 야당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모양새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