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1.또 한 주가 끝났네요. 흔히 쓰이는 '물타기를 한다'라는 표현은 안 써요. 대신에 '증원군을 보낸다'라는 말을 쓰죠. 인격화시켜둬야 더 이입할 수 있거든요. 예전에 언젠가 썼듯이 돈은 나의 에밀리인형이니까요.
왜 저렇게 말하냐면 주식을 사는 순간 병력을 투입한 거거든요. 전쟁이 시작된 거예요. 그리고 만약 내 병사들이 전쟁에서 지고 있으면 그나마 남은 병사들을 살리거나 증원군을 보내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하는거죠.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정찰병들의 희생은 무의미한 개죽음이 되는 거예요. 증원군을 더 보내봐야 소용없을 것 같으면 이미 보낸 병사들을 철수시키고, 증원군을 보내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면 보내는거죠.
이번 주의 어떤 전쟁터를 보고...이 전쟁터는 가지고 있는 모든 병력을 투입해야 하는 전쟁터라고 마음먹게 됐어요. 나는 건방진 편이지만 주식에서는 '안다'는 말을 잘 안 써요. 애초에 투자라는건 '좋은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좋은 주식'을 사는 건데 그 둘은 매우 별개의 것이고 후자가 전자보다 25억배쯤 어려우니까요. 다음 주~다다음 주에 걸쳐 전병력을 투입하고 향정신성의약품을 과다복용하고 싶네요. 비틀거리며 정신을 차려 보면 이겨 있거나 아니면 져 있겠죠. 이겨 있으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거고 져 있으면...향정신성의약품을 다시 과다복용하는 거죠. 그야 이 짓을 2017년 내내 반복하고 싶지는 않으니 병력을 투입하는 타이밍은 정말 잘 재야겠죠.
2.어제는 누군가를 만났어요. 그자가 최근엔 아무도 말해주지 않던 나의 약점에 대해 말해 줬어요. 사실 나도 내 약점에 대해 알아요. 정확히는, 안다고 생각하는 것뿐이겠지만요. 왜냐면 아무래도...사람들이 내 약점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몇 년간 행동한다면 나는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거죠.
'뭐지? 사실은 내가 약점이 없는거였나?'
라고요. 그래서 나의 약점을 똑바로 말해주는 사람의 말을 듣고 역시 나의 약점은 사라진 게 아니었구나...라고 알게 됐어요. 그자는 '내 눈에 잘 보이는 약점이면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잘 보이는 약점인 거예요.'라고 말했어요.
'왜 아무도 그걸 말해주지 않았던 거죠?'라고 투덜거리자 그자가 간단히 대답해 줬어요. '그걸 말해줘봤자 여은성님은 메신저를 미워하실 거라는 걸 다들 알테니까요.'
3.그래서 결론이 뭐냐고요? 언제나의 결론과 같은 결론이죠. 내년에는 위험한 다리를 좀 더 자주, 많이 건너자는 거예요. 그자는 그냥 약점을 없애는 게 더 쉽고 빠르지 않냐고 물어봤지만 나는 그럴 수 없어요. 30년동안 없애지 못한 약점을 이제 와서 없앤다? 이런 건 무리죠. 언젠가 말했듯이 이젠 체인지가 아니라 업그레이드 또는 다운그레이드만이 남아있는 인생이예요.
'그래봐야 결국 약점은 사라지지 않는 거 아닌가?'라고 한다면...내게 실체는 중요하지 않거든요. 중요한 건 인식이예요. 그리고 나는 실체든 허상이든 더 마음에 드는 쪽을 잡고 싶고요.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건 마음에 드는 허상을 실체화할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가 없는가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허상 속에서 살더라도 어제처럼 가끔씩 충격요법을 받아야 열심히 살아갈 동력도 생기는 거겠죠.
적도 아군도 아닌 사람을 만나는 건 가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가감없는 정확한 단점을 짚어주는 사람은 독설가가 아니라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인가봐요.
4.휴.
5.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나왔어요. 그야 늘 말하듯이...나는 아마도 결혼을 하지 않아요. 하지만 어떤 한밤중에 어떤 낯선 역에 와 있다고 가정해 봐요.
나를 고조시켜주는 밤의 내음 때문인지...아니면 어떤 다른 이유에선지 갑자기 마음을 먹는 거예요. 이 낯선 역에 와버린 김에 오늘밤은 돌아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는 거죠. 그렇게 마음을 먹고 가만히 앉아 있는데 저 멀리서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열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는 거죠.
열차가 들어오는 걸 바라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는 거예요. 이 낯선 곳에서 무언가 설레는 일이 일어나줄지 그렇지 않을지는 알 수 없다는 거요. '설렐 만한 일이 쉽게 다가와준 적이 있었던가? 그냥 어쩌다 오게 된 이곳에서 머문다고 해서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나줄까?'라는 생각이 들면 그냥 열차를 타고 안정되고 편안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기분도 드는 거죠. 지금 이 열차를 타지 않으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이 내려진다...라는 걸 생각하며 마지막 열차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런저런 기분이 드는 거예요.
내년까지가 내가 생각하는 결혼의 마지막 열차라고 여기고 있어요. 마지막 열차라고 하기엔 이른 시간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선을 봐서 결혼하는 것에 있어서는 마지막 열차라고 정해 두고 있어요.
뭐 열차에 타든 타지 않든 마지막 열차가 지나갈 땐 마지막 열차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열차를 탄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열차를 결국 보내버린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보곤 해요.
흠...꿀꿀한 얘기는 그만하죠. 내년에 어차피 실컷 할건데요.
어느 범위에서 살 때 약점없이 살아질 수도 있겠네요.
누구나 그런 경우 꽤 되죠 괜히 싫은 저기 차가 오는데 탈까 말까,아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