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소사이어티는 우디 앨런의 필모 중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할까요?

며칠 전 우디 앨런의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공교롭게도 또 우디 앨런의 영화 얘기군요.

뒤늦게 팟캐스트로 에프엠진 김혜리 기자의 수요 재개봉관  '카페 소사이어티' 편을 들었어요. 김혜리 기자는 '카페 소사이어티'를 우디 앨런의 약체 중 하나로 소개하면서  '매직 인 더 문라이트', '로마 위드 러브'와 비슷한 수준의 작품으로 평가를 하더라구요. 최약체로는 '제이드 스콜피온의 저주'를 언급했습니다.


이런, 저는 '매직 인 더 문라이트'는 정말 행복하게 봤고, '로마 위드 러브'도 나름 즐겁게 봤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이드 스콜피온의 저주'를 정말 좋아한답니다. 40년대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우디 앨런식 코미디로 장르 교배시킨 거, 이런 시도야 우디 앨런 세계에서는 특별할 것도 없죠. 완성도에 있어 정말 별 볼일 없는 작품 맞을 거예요. 하지만 이상하게 저는 좋았어요. 취향이겠죠. 저는 관객과 평단 두루두루 호평을 받은 '라디오 데이즈'는 또 지루하게 본 편이거든요.


딴데로 이야기가 샜는데 여튼 김혜리 기자는 '카페 소사이어티'를 우디 필모 중 약체의 하나로 소개하며 노화가 상당히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합니다. 

유대인 캐릭터의 재활용, 호흡이 짧은 단타성의 유머들(그마저도 익숙한), 인물들은 갈등을 치열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장애는 술렁 술렁 넘어버리니 이야기는 그냥 흘러버리고 밋밋하다.... 등등

다소 의역은 했지만 대충 저러한 근거로 작품을 혹평한 듯 해요. 대부분 동의 합니다.


저 역시 '카페 소사이어티'를 기대보다는 싱겁게 보긴 했어요. 30년대 헐리우드를 배경으로 한다고 했을 때 제가 상상했던 건,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헤일 시저' 풍의 유쾌한 소동극에 '미드나잇 인 파리' 식의 명사들 등장이 더해진 판타지였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쾌하고 리드미컬한 전개, 소화 가능한 수준으로 적당히 쌉싸름한 정서가 좋았어요. 꽉 찬 여운으로 하루 종일 머릿속에 맴도는 게 아닌, 그냥 아 영화 잘 봤다! 가볍게 털어내고 다시 일상으로로 무리없이 복귀 가능한 딱 그만큼의 쌉싸름함이요. 캘리포니아와 뉴욕에 대한 스케치도 재밌었죠. 단순히 배경으로만 작용하며 때깔을 자랑하는 수준이 아니라 분위기 자체를 지배하는 인상이랄까요.   

저도 저 나름의 기준으로 앨런의 다른 작품과 묶어 군을 나눈다면, '멜린다 앤 멜린다' 정도? 그럭저럭 볼만한? 강 중 약에서는 딱 중 ?


아 그리고 스몰 타임 크룩스-제이드 스콜피온의 저주-헐리우드 엔딩- 애니씽 엘스로 이어진 밀레니엄 시절의 암흑기보다는 그래도 지금 타율이 더 낫지 않나 싶어요. 노화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봅니다.   


  



 

    • 마지막 문단에 언급한 영화들 보단 훨 낫다고 저도 동감하고요ㅎㅎ. 그래도 전체 필모에 비해선 좀 처지는 편이겠죠.

      블루 재스민으로 뽝 한번 방점을 찍었고, 약약약 나왔으니 조만간 또 기대할만한 작품이 나오겠죠. 어쨌든 이렇게 길게 자주 영화 만들어 주는게 어딥니까. 할배 화이팅.
    • 보는 동안 '구리다', '별로다'라는 생각까진 안 들었지만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았고 보고 나서 금방 휘발되더라고요. 미드나잇인파리, 블루재스민에 비하면 턱없이 약하긴 한데... 음, 그래도 대놓고 약체라 할 정도인진 잘 모르겠어요. 이게 약체이면 우디 앨런 필모에서 약체가 너무 많지 않나요...??;;;
    • 저한테 있어서 우디 앨런 최약체는 <매직 인 더 문라이트> - <로마 위드 러브> - <스윗 앤 로다운> 이렇게 세 편인데요. 남들은 거의 다 <제이드 스콜피온의 저주> 꼽더라구요 ㅎㅎㅎ 저도 글쓴님처럼 <제이드 스콜피온의 저주> 정말 좋아해요. 마법이나 최면에 걸리는 것, 특히 무대에 불러내서 그러는 장면과 설정 자체도 너무 좋구요. 펠리니의 <카비리아의 밤>에서 줄리에타 마시니가 최면(?)걸리던 장면도 생각나고 좋아한답니다아... <카페 소사이어티>를 보기 전에 했던 기대도, 보고나서 <멜린다 앤 멜린다>와 비슷한 급이라는 본문에도 무척 공감하고요. <이레셔널 맨>은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분덜리히님과 김혜리 기자님 모두 ㅎㅎㅎ) 비슷한 계열로 <스쿠프> 같은 전작들이 더 좋긴 했지만 그 영화도 좋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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