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암공)


 1.오늘은 몸이 너무 아파서 무언가를 했어요. 한데 도저히 혼자 할 수는 없어서 같이 할 사람을 구했어요. 


 무언가라고 하니까 수상하고 비밀스러운 것 같네요. 그냥 스파였어요. 같이 온 사람이 사진을 너무 열심히 찍어서 사진은 그만 찍는 대신 한번 더 데리고 오겠다고 약속하고...그리고 뭐 헤어졌네요.



 2.3일간의 행복에서 인상적인 대사가 있어요. '사람들은 네가 네 쓸쓸함을 해결하고 싶을 때만 자신들을 불러낸다는 사실을 이미 눈치채고 있다.'예요. 이건 정말 맞는 말이예요. 나만 해도 나를 그렇게 불러내려는 녀석은 안 만나거든요. 평소엔 연락도 안 하다가 그들의 처지나 사정은 신경도 안 쓰고 불러내려는 녀석과 누가 진짜로 친하게 지내고 싶겠어요. 불러내서 만나도 이미 투덜거렸던 말을 하고 하고 또 하는 게 전부인 사람에게요.


 생각해 보니 나는 사람들에게 만나고 싶어지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을 안했던 거죠. 이렇게 쓰면 마치 지금부터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쓰는 것 같지만 당연히 아니예요. 얼마전에 썼듯이 세상의 소금은 되고 싶지가 않아요.


  

 3.내가 사람을 좋아하는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어요. 늘 쓰듯이 사는 건 재미가 없거든요. 이젠 드라마도 재미가 없어요. 예전엔 드라마 보는 걸 좋아했는데...이제 45분짜리 드라마는 한 10분이면 봐요. 


 사실 사람을 만나거나 모임을 열어도 거기서 끝이거든요. 쓸데없는 커리큘럼이나 낯간지러운 참여를 유도하는 게 없어도...그럴 만한 상대라면 알아서 화학반응이 일어나겠거니 하고 아무 시도도 안 해요. 그리고 답은 뻔하게도, 아무 일도 안일어나는 거예요. 다가가려는 노력을 안하니까요.


 그리고 요즘은...사람을 만나는 것도 재미가 없어졌다는 걸 알게 됐어요. 누군가와 만나서 얘기를 하면 '왜 이렇게 집중을 못하세요?'라는 말을 자주 듣고 있어요. 상대에게서 저런 말이 나올 정도라면 상대를 위해서라도 돈 안주고 만나는 일반인을 만나는 건 그냥 그만둬야겠다 싶어요.



 4.휴.



 5.그야 답을 알고는 있어요. 아무것도 하기는 싫으면서 행복감에 젖어 있고 싶다면 답은 마약이죠. 하지만 마약을 하면 매우 높은 확률로 감옥에 가게 될 테니 그만둬야겠죠. 감옥에 가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짜증을 느껴야 할 테니까요. 


 한국은 지구에서 내가 적응해낼 수 있는 유일한 나라겠지만...마리화나가 합법화되려면 시간이 꽤나 걸리겠죠.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해요.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나라에 가면 꽤 괜찮지 않을까 하고요. 하루종일 마리화나를 피우고, 도미노피자를 시켜먹고, 졸리면 자는 걸로 하루를 때우는 거면 돈이 그리 안 들거든요. 더이상 돈을 불리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이 그냥 완만히 죽음을 기다리는 삶을 사는 거면 괜찮을 것 같아요. 마리화나를 물고 유치원 때 재롱잔치 영상을 무한반복해놓으면 시간이 잘 갈 거예요.


 하지만 그러려면 마리화나가 떨어질 때마다 마리화나를 사러 밖에 나가야 하는데...그러면 꽤 짜증날 것 같아요. 밖에 나가긴 싫으니 마리화나 배달 서비스를 해줄 사람을 구해야겠죠.

 


 6.아마도 그래서 바에 자주 가는 것 같아요. 왜냐면 바에 가면 모두가 나를 환영해주거든요. 나는 이 사람들에게 잘 보일 만한 아무런 노력을 안 했는데 마치 둘도 없는 절친이 온 것처럼 환영해 주니까요.


 '장사하는 곳에 손님이 가면 당연히 환영받지 않나?'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야 그렇겠지만...여기서 내가 환영받는 건 좀 웃긴 이유예요.


 다른 남자들은 술집에 올 때 지랄하거나...큰소리를 치거나 아니면 말을 많이 하거나 아니면 이런 건전한 곳에서 진도를 뺄 수 있을 만큼 빼보려고 하던가 뭐 그러려고 오거든요. 돈을 낸 것 만큼...아니면 그 이상 직원들을 피곤하게 하려는 건가 싶을 정도로요. 


 하지만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해요. 요즘은 상대가 Q나 Y가 아니라면 입도 안 열거나 아예 테이블이나 소파에 엎드려서 자버리기도 해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무기력함'때문에 그들에게는 너무나 반가운 사람이 되는 거죠. 그들 입장에선 완전 하루를 날로 먹는 거니까요.



 7.어느날 그렇게 자고 있는데...가끔 그렇잖아요. 원래 자던 곳이 아닌 곳에서 꿀잠을 자다 보면 자신이 어디서 자고 있는지 깜빡 잊어버리는 거예요. 자고 있는데 어떤 소리에 너무 놀라버렸어요. 대충...


 'XX씨(직원이름) 개념을 처말아드셨나요?'


 뭐 대충 이런 말이었어요. 나는 내 방에 누군가-도둑이라던가-가 침입한 줄 알고 일어났는데 생각해보니 Q의 가게였어요. 그리고 내가 자기로 하고 옆의 직원은 휴대폰게임을 하고 있기로 했던 것도 생각났어요. Q가 노크없이 들어오면서 날린 멘트였던 거죠. Q는 직원에게 자신이 있던 방에 가있으라고 하고 내 옆에 앉았어요. 


 순간적으로 나는 Q에게 혼나지 않을까...하는 뭐 그런 걱정을 했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열심히 놀지 않아서? 아니면 직원 버릇을 잘못 들였다는 이유로? 어쨌든 그게 뭐든...열심히 하고 있지 않아서 혼나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생각을 잠깐 했어요. 잠이 덜 깨어서였는지...


 물론 그런 일은 없었어요. 나는 어른이고 손님이니까요. 이 두가지에 속한 이상 나를 어쩔 녀석은 없죠.



 8.그리고 Q와 음식점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정말 음식점 사장을 하면 잘 할 수 있겠냐고 물어봤어요. Q는 자신있다고 했어요. 자신은 음식점을 잘 할 자신 있으니 너는 가게를 닫는 시간에 와서 셔터맨만 하면 될 거라고 떠들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럴 일은 없을거라는 걸 잘 알아요. 예를 들어 강남에서 국밥이나 곰탕을 판다고 치면 넉넉잡고 한 그릇에 11000원...2인으로 치면 22000원이예요. 그렇게 팔아서 이 바를 굴리는 것 만큼의 매상을 올리려면? 22000원짜리 국밥 한 상을 팔 때마다 인사하고 웃음짓고 카드결제를 긁어주는 걸 Q가 하루종일 수백회씩이나 해낸다...아무리 봐도 무리일 것 같아요. 그리고 식당 아주머니들을 고용해서 일을 시키고 밑반찬을 준비하고 재료를 다듬고 뭐 그런 것들...게다가 하루에 수백그릇을 팔다 보면 블랙컨슈머도 있을 수 있고 트러블도 있을 수 있고요. 


 일주일 2~3번 출근에 하루에 5시간만 일하면서도 가게를 닫고 나면 '다 죽여버리고 싶다.'라고 중얼거리며 담배를 무는 사람이 매일매일 착실하게 음식점을 운영한다? 이런 건 누가 봐도 무리거든요. 나도 Q도 이미 할 수 있는 만큼 온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중이고, 이보다 더 열심히 사는 건 불가능한 거예요.



 ------------------------------------------



 그런데 역시 한국에서 살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겠어요. 왜냐면 바에 있고는 싶은데 바에 가는 게 귀찮아서요.


 돈을 좀더 열심히 벌면 내가 바에 갈 필요 없이 바가 내게 오도록 할 수 있겠죠. 하아...그런데 노력하는 게 귀찮네요. 김세정은 대체 어떻게 저렇게 열심히 살 수 있는 거죠? 저 디폴트 표정을 짓고 있는 것만으로도 계속 노력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나라면 다른 거 다 빼놓고 저 웃는 표정을 하루종일 짓고 있으라고만 해도 못 할 것 같아요. 




 



    • 바가 내게 오도록 한다.. 라는 문장이 재미있네요. 박정희 각하는 그 로망을 벌써 30년도 전에 이루신 거였군요.

    • 사람이 멍청해지는건(한곳에만 머물게) 술과 마리화나가 별다르지 않은데 왜 구별을 할까.


      술은 보편적이기 때문이죠 보편성이란 무엇인가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행복이란 의미는 무엇인가 머물러지지 않는게 행복일 수 있을까,행복이란 단어 자체가 이상합니다.

    • 7과 8은 참 재밌네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3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7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4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89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0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5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6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3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7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1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4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4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0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3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