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불신)


 1.휴...소시민의 삶을 살고 있어요. 하찮은 기분을 매순간 느껴야 하는 신세죠. 음 하지만 괜찮은 점도 있어요. 의미 같은 건 전혀 추구할 필요 없고 재미만 있으면 되거든요.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내 삶이 힘든 이유는 해낼 수 있는 것에 비해 자의식의 크기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겠죠. 뭔가를 이루기도 전에 이자를 땡겨 쓰듯이 자의식만을 미리 키워놓은 거예요. 뭔가가 되거나...뭔가를 갖기도 전에 말이죠.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꿈이라는 것은 매우 효율이 좋은 에너지기관 같은 거예요. 무한동력이라고 해도 좋겠죠. 꿈은 근거없이 나를 당당하게 행동하게 해주는 좋은 것이었어요. 내세울 것이 당장은 하나도 없어도 나를 기죽지 않고 걷게 해주고 웃을 수 있게 해주는 뭐 그런 거였죠. 비록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꿈은 어린 시절의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 역할을 잘 해줬어요. 꿈을 가졌던 부작용을 겪고 있긴 하지만...그래도 종합적으로 보면 꿈을 가졌었던 게 도움이 된 거예요. 


 하지만 어쨌든 이제는 잠재력이 자산인 나이가 아니예요. 어쩌면 될 수도 있는 것...어쩌면 가질 수도 있는 것들이 나를 기분좋게 해주지는 않죠. '어쩌면'이나 '언젠가는'같은 말은 이제 인생에 없어요. 대신에 '30%' '60%' '80%'같은 말들을 쓰죠.  



 2.자주 쓰듯이 말을 잘하는 녀석도 말이 많은 녀석도 좋아하지 않아요. 왜냐면 말을 잘 하는 녀석들은 말보다는 믿음직한 다른 무언가로 채워넣어야 하는 부분들을 말 따위로 채워넣으려 하니까요.


 말은 말일 뿐이거든요. 물론 말을 잘 하는 건 재미있어요. 말을 잘하는 녀석도 재미있고요. 하지만 그 순간을 때우는 것 빼고는 다른 용도가 없는 거죠. 


 하지만 말에 힘이 있다고 믿는 녀석들은 정말이지 좋아할 수가 없어요. 말을 하는 쪽이든 듣는 쪽이든 둘 다요. 말을 들은 것만 가지고 돈이나 호감을 줘버리는 사람들은...글쎄요. 모르겠어요. 뭐 자신의 판단력을 믿고 그러는 거겠죠. 



 3.그래서 가끔 오해를 사곤 해요. 누군가가 나를 설득하기 위해 길게 말을 하면 나는 고개를 끄덕여요. 전혀 의심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전혀 믿지도 않아요.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는 건데 그걸 뭐하러 내가 굳이 결정하겠어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여 주거나 말을 끝까지 마치게 해 주면 나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하나 봐요.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거죠.


 '좋아, 이제 우리 이거 같이 하는 거지?'


 라고요. 그러면 뭐라고 하겠어요. 당연히 안한다고 하는 거죠. 그럼 상대는 왜 자신을 믿지 않냐고 이유를 가르쳐달라고 해요. 사실 할 말이 없어요. 솔직이 짜증나는 거예요. 재미도 없는 말을, 자존심 상할까봐 끊지도 않고 다 들어 줬는데 감사하다는 말조차 안 하는 거 말이죠. 나 같은 소시민에겐 말은 재미가 있을 때에야만 가치가 있는 거거든요.



 4.휴.



 5.그러나 판단력이라는 것이 과연 있긴 있는 걸까요. 인간이어서 가장 안 좋은 점은 자기자신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거예요. 뭘 생각하거나 계산할 일이 있어도 결국 자신의 좌표를 기준으로 계산을 하게 되거든요. 나는 나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나를 별로 믿진 않아요. 최대한 안 믿으려고 노력하는 중이예요.


 내가 이번주의 나를 믿었다면 지금쯤 sk네트웍스를 잔뜩 가지고 있었겠죠. 역시 이번주에도 나를 믿지 않길 잘 했어요. 다음주에도 안 믿으려고요. 



 6.듀게에 썼듯이 뭘 많이 안다고 해서 더 똑똑한 녀석이 되는 건 아니예요. 어떤 녀석이 뭘 많이 알게 되어봤자 그 녀석의 본질과 통찰력은 그대로거든요. 어떤 경우엔 지식을 쌓아서 더 시야가 좁아지는 녀석들도 있어요. 모처럼 쌓은 지식으로 거인의 어깨를 빌리려 하긴 커녕 자신의 입장을 강화하는 데에 써먹기 시작하면 의미가 없죠. 자기자신에게 들려주기 위한 헛소리를 더 그럴듯하게, 더 매끄럽게 해낼 수 있게 될 뿐이예요.



 7.늘 말하듯이 그래서 주식시장이 좋아요. 왜냐면 주제도 모르고 건방진 녀석들이 실제로 대가를 치르는 유일한 곳이거든요. 내가 관측할 수 있는 세상 중에서는요. 일상 생활에서는 건방진 녀석들이 건방을 떨어대도 별 일 없이 그냥 넘어간단 말이죠.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건방진 녀석을 싫어할 필요도 이유도 없어요. 건방진 녀석이 옳다면 그건 자신감의 표현이고, 건방진 녀석이 틀렸다면 어차피 건방을 떨어댄 대가를 치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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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해놓고 보니 좀 이상하네요. 나를 믿지 않는 나를 믿는다니 말이죠. 하지만 말 그대로예요. 내가 나를 믿지 않고 있는 동안에는 나를 믿을 수 있는 거죠.








    • 너를 믿지마..너를 믿는 나를 믿어!! 는 천원돌파 그렌라간
    • 6번내용은 공감이 많이 됩니다 연말 잘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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