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자의 비애 4
* 몇년전에 똑같은 글을 썼었죠. 늘 그렇듯 같은 내용의 투덜거림입니다.
* 모처럼 이틀의 휴일이 생겼습니다. 그래봐야 남들 다 쉬는 토-일 노는거지만.
뭐할거냐는 지인의 물음에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있을거라고 했더니, 왜 그렇게 사냐고합니다.
그렇다고 이게 막 빈정거리는 뉘앙스는 아닙니다. 진짜 안타까움이 느껴지죠. 나를 걱정하는 댁은 대체 누구시길래.
이런 질문은 너무나도 익숙합니다. 여름휴가건 휴일이건 연-월차건.....이틀이상의 긴휴일이 되면 늘 뭐할거냐고 사람들은 서로 얘기하지요.
그때 메피스토의 대답은 한결같아요. 아무것도 안하거나 근거리내에서 먹고싶은거 먹고 집에서 컴퓨터하고 책보면서 쉴거라고. 그리고 사람들이 다시하는 질문도 똑같습니다.
여행안가냐고. 좀 돌아다녀야 하지 않냐고.
일입니다. 아니. 일보다 더해요. 메피스토에게 여행이란 일보다 더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입니다.
미지의 장소와 사람들, 환경을 접하며 느끼는 두근거림과 기대감..............같은건 없어요.
미지의 장소와 사람들을 보러가려면 숙박업소도 예약해야하고 차시간도 봐둬야하고...
....아니....무엇보다 익숙한 생활환경에서 벗어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합니다. 심지어 그 모든건 내가 피 땀 흘려 번 돈을 들여야하지요.
그 돈으로 나에게 훨씬 더 가치있는걸 살수도, 훨씬 더 맛있는걸 먹을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여행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많이 못봤습니다.
SNS에는 온통 여행간다는 사람들 투성이고, 휴가시즌이면 여행얘기가 사람들 대화의 반을 차지합니다. 단톡하면 언제 한번 모여서 어디 가자는 이야기.
바람은 어디서건 충분히 쐴 수 있고 집근처에는 나무가 빽빽한 야산도 있습니다. 여름엔 제법 상쾌하지요. 그러니까 안간다고 합니다.
집주변에 산과 나무와 도로와 도시, 사람들이 잔뜩입니다. 새로운 경험? 인근에 있는 모르는동(천호동 풍납동할때 동)으로 버스타고 간 뒤 집으로 걸어오면 됩니다.
그래서 안간다고 얘기하죠. 관심없는 물건을 떠벌리는 사람에게 "안사요"라고 얘기하듯.
그럼 극딜 당해야합니다. 저 인간 또 저럴 줄 알았다고.
여행을 그렇게 싫어하면 연애도 못한다고 합니다. 여행지를 다니며 서로 추억을 만들고 맛있는것도 먹어야하는데 그렇게 여행을 싫어해서야 무슨 연애냐고.
연애도 해야하고 돌아다니면서 견문도 넓혀야하고 그러면 생각도 깊어지는데 메피스토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으니 그런게 되겠냐고 합니다.
고작 여행하나 안갈뿐인데 이런 저주와 비평을 들어야합니다.
p.s : 그렇다고 정말 돌아다니는걸 싫어하는건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돌아다니는거 좋아합니다.
만일 어딘가로 가야한다면 그건 정말이지 아무런 계획도 없이 순전히 충동적으로만 결정될 일이지요.
심지어 그렇게 결정하고 계획을 세운다해도 계획완료 10분후에 "아, 귀찮아. 안갈래"라고 할 수 있는거 말이죠. 한마디로 엿장수 마음대로.
p.s 2 : 덧붙여 다행히도 연애는 합니다. 심지어 애인님은 저보다 더 심한 방콕족.
여행도 자주 가는 사람이 가는 거 같아요.
역마살 있는 사람이 있긴 합니다.
어디 가보고 싶을 때 어찌해서 가게 되면 여행자죠.
저도 제 얘기입니다. 연애 빼고요ㅎ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