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미몽)
1.늘 투덜거리는 글이나 늘 비슷한 관점의 글만을 써서 보는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인생은 주식 같은 거거든요. 인생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으면 어느 날엔 오르고 어느 날엔 내려요. 문제는, 인생은 팔 수가 없잖아요. 인생이라는 주식은 그냥 기업가치를 올려서 배당금을 타먹는 거 말곤 할 게 없는 거예요. 나의 최대 주주는 그야 나지만, 내 지분을 조금씩 나눠줘서 가지고 있는 녀석들도 내 가치가 올라가면 배당금을 많이 타먹게 되는 거죠.
2016년에 배당금을 제일 많이 타간 사람은 타인 중에서는 Q겠죠. 2017년에 배당금을 제일 많이 타갈 사람은 아직 모르겠어요. 자체 연말모임~신년모임을 하면서 엄청 많은 사람을 봐서요.
2.주식 얘기를 하니 은행강도 얘기를 하고 싶어지네요. 언젠가 말했듯이 일을 하게 된 뒤부터는 무언가를 할 때마다 나의 노동력과 비교하게 돼요. 순살파닭치킨을 하나 사먹을 때마다 이 순살파닭치킨이 나의 얼마 어치 노동력인지 생각해보게 되죠.
그래서 사실 '번' 돈이란 건 마구 쓸 수 없어요. 순살파닭치킨이 나의 몇 분인지...또는 나의 몇 시간인지 계산기가 돌아가기 시작한다면 헛짓거리에 돈을 쓸 수가 없게 돼요.
일년을 일해서 6천만원을 손에 넣은 사람과 어느날 은행을 털어서 6천만원을 손에 넣은 사람이 있다고 쳐요. 이 두 사람의 차이는, 똑같은 1억원을 소비해도 전자는 돈을 '쓰는' 거고 후자는 돈을 '뿌려버린다는' 거죠.
당연히 전자의 경우에는 세 병에 500만원짜리 샴페인을 사먹지 않아요. 별로 안 친한 여자 셋을 데리고 겔랑스파에 가지도 않을거고요. 그야 사먹으려면 사먹을 수도 있고 가려면 갈 수도 있겠지만 왜 한달동안의 힘들었던 시간을 2시간만에, 흔적도 안 남기고 날리겠어요? 차라리 500만원짜리 코트나 500만원짜리 시계는 살 수 있겠죠. 그럼 500만원을 쓴 흔적이 적어도 몇 년은 남으니까요. 게다가 전자의 녀석은 직장에도 다니고 거미줄 같은 인간관계도 있을거니까 그런 것들이 필요할 거예요.
3.하지만 은행을 털어서 6천만원을 가지게 된 녀석은 절대 그 6천만원을 제대로 쓸 수 없는거예요. 이 돈을 차곡차곡 나눠서 완만하게 소모한다...그렇게 해서 다음 번 은행털이를 하게 되는 날을 가능한 늦춘다는 생활 방식은 불가능해요. 그야 머리로는 알아요. 이 돈을 두세달만에 허공에 뿌려버리면 은행을 털러 가는 날...즉 위험한 날이 더 빨리 올거라는 거요. 하지만 결국 써버리는...아니, 뿌려버리고 마는 거죠. 제대로 쓸 줄을 모르니까요.
그럼 어차피 수백만원을 한방에 써버리는 김에 그걸로 코트나 시계를 사면 되지 않느냐? 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문제가 있어요. 은행털이에게는 제대로 된 사교관계가 없거든요. 비싼 시계나 비싼 코트를 사봐야 그걸 걸치고 갈 만한 모임이 그에겐 없는거예요. 그리고 비싼 실물자산들은 나름대로의 관리가 필요하단 말이죠. 은행털이를 하면서 사는 그런 녀석이 튀어나온 보풀을 솔로 정성들여 빗어주고 옷의 결을 잡아주고 시계 부품이 얽히지 않게 매일 감아주고 가죽에 땀이 차지 않게 관리하고 그때그때 오버홀을 맡기는 착실한 짓거리를 한다...이건 무리죠.
은행털이범들은 그런 놈들이예요. 괜찮은 물건을 '가지고 있는'것조차 잘 해내지 못하죠. 애초에 녀석들에겐 괜찮은 물건이 필요가 없는 거예요.
4.휴.
5.'그래서 결국 뭐지? 허튼 짓이나 하는 은행털이범이 나쁘다는 건가?'라고 한다면 아니예요. 둘 다 나쁜거예요. 전자의 착실한 녀석은 결국 평생 허튼짓을 하며 살지는 않을거거든요. 뭐 가끔 울컥하는 날이나 아주 슬픈 날이나 아주 좋은 날에는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착실한 녀석은 다음날 후회하며 다시 자신의 착실한 일상으로 돌아갈 거예요. 그걸 스스로 '정신차렸다'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럼 은행털이범은 좋은 건가라고 물으면 그것도 아니죠. 은행털이범에겐 둘 중 하나밖에 없거든요. '경찰에 잡히는 날이 오늘이거나, 아니면 오늘은 아니거나.'이 둘중에 하나 말이죠. 어차피 경찰에 잡히긴 잡힐 건데 오늘 잡히지 않았다면 그냥 오늘이 잡히는 날이 아니었을 뿐이니까요. 결국 뭐냐면...살아있다는 건 어떻게 살아있든 나쁜 것 투성이라는 거예요. 죽으면 죽었다는 거 하나빼고는 다 좋거든요.
6.도박꾼도 마찬가지예요. 정신나간 도박꾼이야 망하기 전까지는 망할 걱정을 안 하고 살겠죠. 그야 정신이 나갔으니 금방 망하겠지만요. 아니면 시작하기도 전에 망했거나요. 하지만 어느 정도 냉정한 도박꾼이라면 이대로 가면 언젠가는 망한다는 걸 잘 알거든요.
하지만 정신나간 도박꾼이든 냉정한 도박꾼이든 돈을 따면 허튼 짓은 해요. 어이없는 샴페인도 마시고 어이없는 곳도 가는데 꼭 사람을 몇 명씩 데리고 가는 거죠. 그렇게 며칠 놀아요. 그리고 그 돈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가장 허튼 짓을 한번 더 하는 거죠. 바로 도박이요.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중얼거리면서요.
7.은행털이와 도박꾼에겐 공통점이 있어요. 은행털이가 잘 되거나 도박에서 크게 이긴다고 해서 그게 그들을 다른 사람으로 바꿔주지는 않는다는 점이요. 착실한 사람들은 잭팟이 터지면 다른 식으로 착실하게 살 수도 있거든요. 베스킨라빈스 지점을 열어서 사장이 되거나 작은 상가건물을 사서 건물주가 될 수도 있을거예요.
좋은 일이 일어나도 결코 그 돈을 처지가 나아지도록 쓸 수가 없다는 게 진짜 직업, 진짜 직장을 가진 사람들과의 차이점이예요. 그들은 이 세상의 칩이라고 할 수 있는 돈을 잠깐 꿈을 꾸는것처럼 마구 써버리고 정신을 차리면 다시 다음 번 은행을 털거나 다음 번 도박장으로 향하고 있는 거죠.
강도나 도박꾼이나 자신들의 장점을 살려 나중 까지 잘 살았다는 말은 없죠.
운좋게 그돈이 생기면 조금씩 쓰며 착실히 살려고 그짓 할리가 전혀 없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