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 전 본 영화들에 대한 잡담....

[마이 리틀 자이언트]
[마이 리틀 자이언트]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최근작들에 비하면 비교적 평범한 편이고 로알드 달의 다른 작품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에 비하면 꽤 말랑말랑한 편입니다. 하지만 느긋한 분위기 아래에서 영화는 여러 좋은 볼거리들을 제공하고 있고, 스필버그의 전작 [스파이 브릿지]로 오스카를 받은 마크 라일런스의 모션 캡쳐 연기도 볼만합니다. [이티]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소박한 재미가 있습니다. (***)

[여교사]
[거인]의 감독 김태용의 신작 [여교사]는 마찬가지로 보기 불편한 작품인데, 어느 정도 감정 이입이 가능했던 전작과 달리 본 영화에서는 주인공이나 다른 캐릭터들에게 그다지 감정 이입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러니 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영화 속 이야기를 관조했지만, 전반적으로 그럭저럭 괜찮게 봤습니다. 물론 [거인]에 비해서는 두 세 단계 아래이지만 말입니다. (***)
P.S.
영화 줄거리를 듣자마자 [스캔들 노트]가 자동적으로 연상되었습니다. 그 영화가 더 추천할 만하지요.

[너의 이름]
모 블로거 평
“Japanese animation film “Your Name” is as pretty and sappy as it can be as a fantasy romance tale. There are a number of beautiful moments to impress you with their colors and details, and then there are also several music montage sequences accompanied with mellow pop songs to entertain you. I was constantly aware of its numerous plot holes and contrivances during my viewing, but I will not deny that it works to some degrees.” (**1/2)

[얼라이드]
로버트 저메키스의 전작 [하늘을 걷는 남자]가 초반에 덜컹거리다가 후반에 가서 제대로 자세를 잘 잡았다면, 그의 신작 [얼라이드]는 초반에 자세를 잘 잡았다가 후반에 가서 덜컹거립니다. 1942년 카사블랑카를 무대로 한 전반부는 고전 영화 분위기를 절로 풍기는 가운데, 브래드 피트와 마리옹 코티야르야 스타 배우들답게 영화를 잘 이끌어갑니다. 런던을 배경으로 한 후반부도 분위기 면에서 나무랄 데가 없지만, 정작 이야기가 잘 따라와 주지 않는 탓에 영화는 용두사미 인상을 남깁니다. 극장표 값은 어느 정도 하지만, 이야기를 좀 더 잘 굴릴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1/2)

[녹터널 애니멀스]
[녹터널 애니멀스]는 연기나 분위기 면에서 흠잡을 데가 없는 가운데 상당한 인상을 남기지만, 동시에 꽤나 불편하기도 합니다. 잊기 힘든 그 도입부 장면에서부터 보다시피, 감독 톰 포드는 처음부터 불편한 인상을 주려고 작정했고 이에 성공했지만, 그 결과물은 좋아하기엔 너무 좀 차갑고 거리감이 들기도 합니다. (***)

[단지 세상의 끝]
한마디로, 자비에 돌란의 전작들에 많이 심심하고 갑갑한 편입니다. (**)

[모아나]
[메리다와 마법의 숲]과 [프로즌] 이전에 나왔다면 더 신선하게 보였을 거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 [모아나]는 그런 점을 살짝 인정하면서 제 갈 길을 갑니다. 이야기야 전형적이고 뻔하긴 해도, 개성 있는 캐릭터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좋은 사운드트랙 덕분에 상영시간은 잘 흘러갑니다. 기성품이긴 해도, 이 정도의 재미를 제공한다면 괜히 툴툴거릴 필요가 없지요. (***)

[토니 에드만]
일하느라 바쁜 딸 그리고 그녀의 괴짜 장난꾼 아버지. 이것만으로 설명이 충분한 단순한 설정을 바탕으로 [토니 에드만]은 2시간 반이 넘는 상영 시간 동안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그 결과물은 의외로 부담 없을 뿐더러 많이 웃기기도 합니다. 일단 영화는 여러 작은 유머러스한 순간들을 통해 착실하고 느긋하게 캐릭터들을 구축해 가고, 그 결과 영화 속 부녀 둘 다 생생한 캐릭터들로 다가오면서 우리 관심을 붙잡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영화는 나중에 가서 상당한 웃음을 자아내는데, 그러다보면 어느 새 찡한 감정이 들기도 합니다. 느릿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알찹니다. (***1/2)

[펜스]
[펜스]는 토니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한 오거스트 윌슨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연극적 요소들과 사실적 요소들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잡으면서 굵직한 감정적 순간들을 만들어 가는데, 감독/제작자/주연인 덴젤 워싱턴과 다른 출연 배우들의 연기야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합니다. 출연진 대부분은 2010년 브로드웨이 재공연 때 워싱턴과 함께 무대 위에 올랐었는데, 특히 워싱턴과 함께 토니상을 받았던 바이올라 데이비스는 워싱턴 못지않은 내공을 발휘하면서 일급 오스카 시즌 연기를 선사합니다. (***1/2)
P.S. 윌슨은 2005년 사망 전에 이미 각색 작업을 마쳤지만, 보다시피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요.

[히든 피겨스]
마고 리 셰터리의 동명 논픽션 책을 원작으로 한 [히든 피겨스]는 1960년대 미국 NASA에서 일했던 세 흑인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 우주 개발 역사를 이들의 관점에서 바라다본다는 점도 흥미롭고 재미있지만, 무엇보다도 그 시대 사회적 차별 앞에서 물러서지 않으면서 끈질기게 전진한 그들의 모습을 보다 보면 어느 새 그들을 응원하게 됩니다. 전문가들이 일 잘 하는 건 항상 보기 재미있는 법이고, 본 영화는 그 점을 웃음과 감동을 적절히 버무려 가면서 보여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