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1.이런저런 곳에 다닐수록 Q가 매우 똑똑하다는 걸 실감하게 돼요. 여기서 말하는 똑똑하다는 건 아는 게 많다는 뜻은 아니예요. 해봐야 마이너스인 소리는 하지 않는 감각이 있다는 뜻이죠. 사실, 평가치를 적용해보면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말은 애초부터 하지 않는 편이 나은 거거든요.
쓸데없는 소리를 잘 안 한다는 건, 반대로 하면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녀석들을 캐치해내는 것도 잘 한다는 거죠. 나와 Q가 그 동네에 대해 만든 격언이 있어요.
'물어보지도 않은 걸 먼저 나불대는 녀석들을 믿지 마라. 특히 강남에서는.'
2.몇 번 썼듯이 바에 놀러가도 꼭 해야 할 말이 있는 게 아니라면 하지 않아요. 새로 다니는 곳의 사장이 나의 침묵을 견딜 수 없었는지 자신에게 뭐 할 말 없냐고 말해 왔어요. 솔직이 너무나 갑갑하고 한숨이 나왔어요. 이 상황을 말로 설명해줘야 한다니 말이예요. 하지만 설명해야 할 것 같아서 설명했어요.
'이봐 사장님. 난 지금 여기 있다고. 이 근처에만도 갈 수 있는 곳이 20곳이 넘지만 난 여기 온 거야. 어차피 누군가의 한 달 월급을 들고 가는 거면 어딜 가든, 그곳이 어디든간에 거긴 신나는 곳이 될 수 있어. 하지만 그 모든 곳을 제끼고 내 남아있는 시간을 여기에 와서 사장님이랑 보내고 있잖아. 이걸 구질구질하게 말로 설명을 해줘야 해?'
그러자 사장은 그런 건 말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나는 말을 붙여서 하고 빼서 하면서 말을 멋대로 만드는 놈들 때문에 '말로 의사를 전하는 일에는' 신물이 난 거라고 대답해 줬어요. 그래도 사장은 역시 말을 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고 했어요.
3.좋아하는 사람과 친한 사람은 좀 다르긴 해요. 친한 사람을 만나면 이제 할 얘기가 죽음에 대한 얘기밖에 없어요.
왜냐면 친한 사람과 만나면 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거든요. 어떤 사람이 될지에 대해서 말이죠. 물론 여전히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그런데 이제 나이를 먹었고 이제 미래에 대한 얘기는 어떤 사람이 될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예요. 꼭 죽고 싶은 건 아니지만 모든 미래가 닫혀버린 지금은 꼭 살 필요도 않으니까요.
죽는 것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는 건 꼭 죽음에 관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계속 살 거라면 어떤 모습으로 살지가 어차피 너무 뻔해서죠. 그래서 어떻게 살지에 대해서는 서로 말을 꺼내지도 않아요.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 거고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살 거니까요. 어렸을 때 친구와 어떤 사람이 될지에 대해 말을 많이 했던 건 그것이 불확실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인생이 너무나 확실해요. 이미 거의 다 둬버려서 말을 놓을 곳이 정해져버린 체스게임처럼요. 그래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관심사항은 아니게 된 거죠.
누군가는 '그럼 새로운 시도를 해보면 되잖아?'라고 하겠지만...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어요. 그건 뭐 언제 써보죠.
4.휴.
5.휴...뭐 좋아요. 어제는 빙수를 먹으러 가고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빙수번개를 쳐봤죠.
번개를 치는 건 이유가 있어요. 어딘가의 맛집에 가기로 결정해도 혼자서 가는 거면 정말로...출발하는 순간까지 100% 가고싶어야 가거든요. 그 맛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97%나 95%가 되어버리면 결국 혼자서는 가지 않게도 되는 거예요.
하지만 번개를 쳐서 2명 이상 모이게 되면 출발해야 하는 순간에 '아...가기 꽤나 귀찮다'라는 마음이 들어도 출발할 수밖에 없게 되는 거죠. 그래서 번개를 쳐두곤 하는 거예요. 번개를 만들지 않으면 계획은 대체로 모래성처럼 흩어져버리거든요. 번개를 치는 건 모래성(계획)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물을 부어주는 것과 같은 거예요.
6.설날의 2페이즈가 끝났군요. 이제 내일-모레의 3페이즈만 견디면 명절은 끝나요. 늘 그렇지만 이번 명절도 정말 힘들었어요.
7.명절 때마다 명절이 짜증난다는 글을 쓰곤 하죠. 누군가에겐 기분나쁘겠지만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야 연휴가 며칠이든...심지어 10일이라도 월급은 그대로 나오잖아요. 연휴라고 해서 월급을 덜 주진 않는단 말이죠.
한데 나는 아니거든요. 빌어먹을 쉬는 날엔 빌어먹을 돈이 나오지 않는단 말이죠. 아무것도 없이 그냥 흘러가는 거예요. 평일보다 즐거울 요소는 전혀 없고 나쁜 요소만 있는 거죠. 그래서 연휴가 될 때마다 연휴라는 감옥에 갇혀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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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제 빙수번개는 실패했어요. 그래서 오늘은 그냥 무작정 나갈까 하다가...역시 사이드킥이 있어야 할 것 같네요. 램프를 문질러서 여자든 남자든 불러내지는 녀석을 불러내봐야겠어요. 차를 가진 녀석으로요.
...그야 나는 알라딘이 아니니 일방적으로 램프를 문질러댈 수는 없어요. 내가 램프를 문지르면 저쪽에서도 램프를 한 번 문지를 수 있게 되는 거죠. 그건 아주 짜증나는 일이예요.
언젠가는 일방적으로 램프를 문질러대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 빨리 연휴가 끝나야 다시 노력을 할 텐데 말이죠.
침묵이 금은 확실한데 잘 되지도 않지만 또 자신을 너무 숨기는 것도 비겁한 일이기도 하죠.
하지만 되도록이면 말을 반만 하는게 나와 상대에게도 좋다고 생각해요,외쳐서 돈 버는 사람도 아니고.
시간은 참 얌전해서 정말 말을 안해요 못하는거 같죠.
빌어먹은 돈이 안나오다 나오겠지만 월급은 그것만 주고 더 이상 안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