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받아들이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테크 세계는 항상 더,더,더를 외치죠. 항상 업그레이드가 되어야하고, 더 빨라야 하고, 더 많은 것들을 처리해야 하죠.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그것을 사회에 도입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정말 간단한 것 - 한국에서는 이미 몇 년전부터 상용되었던 전자 교통카드 같은 것도 

미국 뉴욕에서는 아직도 종이카드 메트로카드를 쓰고 있고요 (그 쓰잘데기 없는 것에 1달러나 주어야하고...)

gps가 발달하고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데도 여기 콜롬비아에는 택시 기사들이 gps도 모르고 심지어는 길도 몰라서 승객이 길을 알려주어야 하고.


사무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많은 프로그램와 소프트웨어가 존재하는데도, 사람들은 아직도 불필요한 야근을 하고, 사무실에 꼬박꼬박 출근을 해야해요.

일을 하기에는 충분한 원격 소프트웨어가 있는데도, 사람들은 꼭 오피스에 가서 '보고'를 해야해요. 스카이프, 구글 행아웃, 줌, GoToMeeting 등 소프트웨어는 참 많은데도 말이죠.

지문인식 기술이 있어도 꼭 패스워드를 만들어야 하고, 핸드폰 문자 메세지로 인증을 해야 하고, 아니면 온갖 서류를 내야 하고. 

기술이 있으면 뭐해요. 사람들의 인식을 고치는게 더 힘든데. 


그런데 돈이 기술쪽으로만 몰려서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만 우대되고, 막상 사람들을 이해하고 시스템을 바꾸려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우대받지 못하는 것 같네요.


단편적인 예시들이지만, 딥 러닝이다 AI다 해서 완전 최첨단 기술을 만들려는 기업이나 정부를 보면, 

인간의 과제는 더 빠르고, 더 많이가 아닌, 있는 것을 적용시키고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기술 개발뒤에는 '최대한 많이'를 외치는 자본주의의 시스템이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과연 그 메세지를 전파하는 사람은 누구인지도 생각해봐야겠죠.

    • 그 '사회에 도입하는' 과정을 가장 앞서서 하고 있는 주체들이 바로 말씀하신 테크 인더스트리 애들인데요? 말씀하신 gps 나 지문인식 같은 경우는 언뜻 생각하기에는 정말 편리하지만, 실제로는 내 bio data 와 감시의 문제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서 사실 이걸 사람들의 인식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나이브한 감이 있고요. 한국의 예에서 보듯 active X 같은건 모두가 싫어하지만 정부산하단체 관련한 이권들과 시큐리티의 책임을 소비자한테 넘기는 정책의 문제점들이 크죠. 온갖 종류의 경로를 통해 자신들의 테크놀로지가 꼭 필요한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실리콘벨리가 꿈꾸는 유토피아죠. 아이러니하게도 현 자본주의의 핵심 이데올로기 중 하나이고요. 즉, 다국적 기업의 테크놀로지가 당연한 미래의 필수요소가 되는 과정은 지금 그 어느때보다도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데요
    • 지문, 홍채 인식이 간편용이/ 속도 면에서 좋겠지만 안전을 따졌을 때는 패스워드가 더 낫다고 생각해요. 안 그래도 금감원같은 데서 상용화 계획해서, 데이터 수집 한다던데... 이게 조만간 상용화되고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서 통합적으로 쓴다고 가정했을 때, 이거 데이터베이스 유출될 걸 생각하면 끔찍하네요. 사실 기술 개발은 진작에 이뤄지지만 상용화되고 생활에 친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려요. 사실 이런 면에서 한국이 엄청 빠른 건 사실입니다. 진짜 성격 급한 거 인정...

    • 기술이 보편적으로 사회 전 계층에게 스며들지 못할 경우, 정보 접근성이 낮은 사각지대의 사람들은 졸지에 사회와 단절되는 위험에 처해지는 것 같아요.

      노인들이 늘상 하던대로 기차역 창구에 가서 표를 사려 했더니, 이미 어플로 다 매진이 되어서 취소표 나올 때까지 하염없이 역에 앉아 기다렸다는 기사를 보고 쎄했습니다. (그들이 집에서 나오면서 어플을 켰으면 충분히 표를 구할 수 있었던 거래요.)

      정보의 양극화가 피부로 다가와요. 지금의 어르신들이 스마트폰을 느릿느릿 누르며 저기, 이건 뭐 어떻게 하는 거냐... 물으시는 게 언젠간 내 모습이 되겠죠. 저도 빠릿빠릿한 사람이 아니라, 이렇게 놀라운 속도로 달라져가는 세상을 못 따라잡을까봐 가끔 무서워요. 그리고 늙으면서 경험으로 얻으며 자랑처럼 쌓인 생활의 지식들이 쓸모를 잃어버리는 것도 참 냉정한 것 같구요. 말씀하신대로 개발한 기술을 상용화시키는 것도 중요하고..상용화된 그 기술에 대한 접근 문턱이 높지 않도록 뭔가를 상용화(?)하는 것도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그게 제대로 '상용화'가 된 모습이겠죠.
      • 글을 다시 보니 개발해놓은 기술을 제대로 못 써먹는 행태에 대한 지적이었던 것 같군요. 핀트를 좀 엇나간 댓글이었다면 죄송요^^;
    •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개발된 기술이 완벽하지가 않은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개발되는 기술은 대부분 다른 기술들과 연계되어 있는 기술이 대부분이죠 때문에 기본되는 기술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으면 그 기술을 바탕으로하는 고급 기술은 아무리 좋아봤자 뭔가 모지라게 되는것이죠.

      예를 들자면,

      npm start 면 알아서 잘 돌아가는데 npm install 전에는 아무 소용없죠, 그런데 저 커맨드를 알아도 디렉토리로 가는 커맨드나 node를 모른다면 기술 있어봤자 그저 쓸데 없다는 소리죠.

      결국은 진입장벽이 높은 기술은 그만큼 실행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고 전반적인 기술의 보급은 단계적으로 실행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것이죠. 아는 사람들에게는 별거 아닐지 몰라도 모르는 사람에겐 어렵고 귀찮을 뿐이죠. (그래서 하던 방식을 고수하는 경우가 생기는거겠죠)
    •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의원이 ‘The future is already here, It's just not very evenly distributed.’라는 말을 인용해서 꽤 회자됐던 기억이 나네요.
      근데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서도 보면, 사이보그들만 있는 공안 9과에도 사이보그화 되지 않은 한 명이 들어가 있잖아요? 오류에 대한 상호 보완적인 역할로요.
      기술이 발달해도 물리적이고 원시적인 쪽이 더 확실한 방법일 때도 있고,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사회가 받아들이는 속도에 대해서도 배려해야겠죠.
      어떤 학교들은 아직도 합격자 발표를 인터넷 홈페이지가 아닌 벽에 방을 붙여 한다고 하던데, 저는 이 방식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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