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라이트를 봤어요

'문라이트'를 봤습니다. 금요일이고 요즘 컨디션이 나쁘지만(세번째 하는 감기, 무슨 피부염으로 얼굴이 엉망, 체기...) 좀 걷고 싶었고..걷다 보니 극장이었어요. 환절기는 언제나 힘이 들어요. 왜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이 든 사람들이 겨울을 잘 버티다가 환절기에 많이 떠난다고 주변 사람이 제게 웃으며 그러던데, 이제 봄이 오는구나 느껴지는 볕이고 환절기는 그냥 몸이 좀 그래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요.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영화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봤습니다. 그냥 별 일 없어요. 물론 한 아이가 자라서 한 남자가 되는, 온전한 한 인간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그 살아가는 시간을 별 일 없었다고 칭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달빛 아래에서는 흑인도 푸른 빛을 띤다고 말해준 후안도 그냥 죽었다고 대사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어느 순간 영화에서 사라져버립니다. 시간이 그만큼 흘러갔고 있을 수 있는 일이 있었다는 걸 전후 사정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그런 류의, 물론 그 죽음이 중심인 이야기도 아니지만 대체로 어떻게 어떤 식으로 죽었는지 하는 사건 자체를 보여주기 식으로 영화가 흘러가지 않는 편이에요. 단절이 있죠. 그 다음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결과가 그저 나와요. 오히려 영화는 늘 있던 것, 그래서 늘 괴로운 것들, 바꿀 수 없는 사람의 성격 같은 것을 흐름 속에서 유심히 보게 하더군요. 그러면서 가닥이 잡히고 그러면서도 나아가요. 리틀이라고 별명으로 불리던 샤이론이 자신에게 곁을 내어 주는 후안과 테레사를 만나고 숨을 쉬게 되죠.


그래서 이 영화는 '문라이트'라는 영화 제목과 관련된 이야기가 거의 다고, 어느 순간 자신이 누구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그걸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말라고 말해주던 후안과의 대화가 거의 결정적입니다. 이미 주어진 상황, 익숙한 괴로움에서 오는 억압과 배척, 불안 속에서 나아가기만 하는데도 영화는 충분히 재미있었어요. 후안이 샤이론에게 바다의 흐름을 느껴보라며 수영을 가르쳐주던 때에 일렁이는 파도를 날것처럼 잡아낸 장면처럼 느끼는 것이 중요한 영화였어요. 뭐랄까, 극적인 사건이나 사건의 전개 자체를 보여주는 걸 의도적으로 배제하면서도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속시원히 말해지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느끼고 따라가고 이해할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좋았습니다.




+ 셰프의 스페셜은 별로 맛은 없어 보였어요. 그래도 마지막 장면은 좋았어요.














    • 주인공이 갑자기 근육질이 되어 나타나서 뜨악했는데 의외로 섬세한 연기를 해내서 한 번 더 놀랐죠.


      주인공 역을 맡은 세 명의 흑인 배우들이 다들 참 좋은 연기를 보여준 것 같아요.  

      • 샤이론의 몸짱 강의 유튭에 올려서 돈 좀 벌것같아요

        흑인판 보이후드 같은 데 보이후드가 더 좋았지만 문라이트는 상영시간이 짧아서 좋았어요
      • 건축학개론 생각도 좀 나더군요.


        "이제훈이 엄태웅이 되다니!"하면서 놀란 사람들이 많았기에.(외모, 성격 다 포함)

    • 진짜 주인공의 인생을 '별 일 없다'고 해야 될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는 정말 별 큰일이 안일어나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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