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제 오랜 친구였어요.
나이가 들면서 덜하긴 한데 어릴때부터 전 인터넷커뮤니티에 이것저것 소소한 것들부터 인생의 중요한 고민거리까지 낱낱이 쓰고 조언을 구하는데 익숙했죠.물론 듀게도 그중 큰 축을 차지했고..
누군지도 모르는 그들에게 제 고백을 하며 답변을 듣는것 자체가 좀 위안이 많이 되었어요.
언제부터인가.. 갈곳이 마땅찮습니다.
거슬리는 이야기들이 아무렇지 않게 쓰여지고 동조하는 댓글들을 보다보면 그냥 밥맛이 뚝 떨어져서 정을 붙이기 어려워요.
나이가 들어서 그럴수도 있을거에요.전 이전보다 더 편협해졌고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대한 호의도 이전과는 다를테니까요.
그런데 체감상 근래 그 혐오감의 정점을 찍는 느낌.
집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 커뮤니티를 가면 세상의 모든 가치는 투기와 부동산돈으로 귀결되는 글들을 많이봐요. 은마아파트 삐까번쩍하게 지어서 재개발 빨리빨리 해서 남아도는 내돈 빨리 투자처 찾아야하는데 서울시는 저러고 있다..민주당이니 서울시니..좌파것들 의 농간. 은마아파트를 50층넘게 짓고 랜드마크로 만들어 관광객유치하면 전국민이 이익을 얻는다는 글과 동조댓글들까지 보고나면...아..내가 이런 사람들이랑 대화하고 있었던 거구나 싶어서 식겁.
한국사회는 여성 역차별로 얼룩져있다고 부르짓고 어떤 사유도 없이 차별적 발언을 일삼으며 자긴 사실 페미니즘을 공부했다는 글들이 아무런 태클도 없이 일상적으로 올라오고 동조되는 수많은 사이트들을 보면 그냥 빈정이 상해서 글을 안남기게 되더라고요.
불과 몇년전까지만해도 자정작용이 있던 커뮤니티들이었던것 같은데 시류와 맞물려서 목소리 큰 사람들만 남아서 서로서로 위로해주는 광경들.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서 설왕설래의 방향이 세금의 문제. 사회적 문제들의 우위싸움.유가족들의 특혜문제로 시끌시끌하고 스스로 자기논리에 자부하며 그들의 비극은 안타깝지만..으로 시작해서 그러나 이제와서 어쩌라고.로 끝나는 패턴의 글들로 가득찬 어떤 카페의 자타냉철인들의 고백들을 줄줄이 읽다보면 그냥 싸울 전의도 안생깁니다.
요즘 강남구청장의 행보가 큰 논란인데 그렇게 오랜시간동안 어떤 집단이 공들여 쌓은 사이버전사들이 인터넷을 이렇게 만든건지.
원래 세상은 그런 사람들로 가득찬건지.
내가 변한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