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바낭] 인생 게임을 만났다는 느낌적인 느낌,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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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는 타이틀 화면 짤. 젤다의 전설 : 등반의 숨결)


이 게임을 하면서 계속 떠오르는 단어는 탐험, 그리고 모험입니다.


어린 시절 동네 뒷산을 오르며 괜히 아무 돌멩이, 나뭇가지에게 상상력 투사해서 망상에 빠지던 경험.

평상시에 안 가 보던 동네 골목에서 괜히 두근거리며 '이 골목을 빠져 나가면 뭐가 나올까?'라고 상상하던 소박한 탐험과 모험의 기억들.

티비에서 해 주는 마법사, 용사들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보며 나와 내 친구들을 주인공 삼아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혼자 히죽거리던 추억.

그런 느낌들 그대로... 는 오버이고 어느 정도 되살려주는, 그런 느낌의 게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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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눈에 보이는데는 다 갈 수 있고, 가면 어디든 꼭 무언가가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산, 들, 강, 나무랑 돌멩이만 굴러 다니는 세계입니다. 

사람들 모여 사는 마을 같은 것도 몇 개 없고 몬스터의 밀도도 아주 낮아요. 거의 맨땅 위주에 있는 곳에만 적당히 있는 수준.

그런데 돌아다니는 게 질리지 않고 가도 가도 즐겁습니다!!!


일단은 풍경이 아름다우면서도 변화 무쌍하고. 낮, 밤. 맑은 날과 흐린 날, 바람 불고 비 오고 눈 내리는 날씨들이 잘 구현되어 있구요.

그게 또 그냥 그림만 좋은 게 아니라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칩니다.

격하게 춥거나 더운 지역에 들어가면 주인공이 해당하는 리액션을 보이며 체력이 떨어지고. (화산에 접근하면 그냥 불이 붙어 버립니다 ㅋㅋㅋ)

밤에는 몬스터들이 자고 있어서 군락지를 조용히 통과해서 갈 길 가거나 암살하거나 할 수 있고.

비가 내리면 시야도 좁아지지만 바위와 나무, 경사로가 미끄러워져서 등반이 어려워집니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글라이더의 활공 속도와 거리가 달라져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할 때 원하는 쪽으로의 바람의 변화를 기다리고.

풀밭에 불화살을 쏴서 불을 질러 그게 몬스터 쪽으로 번지면 저절로 몹들이 처리되기도 하고, 화염으로 인해 생기는 상승 기류를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갈 수도 있구요.

번개가 치면 철제 아이템을 다 내버려야 살 수 있고, 그걸 이용해서 철제 아이템을 강력한 몹에게 던져 낙뢰를 유발, 한 방에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요소들이 실시간으로 변화하며 작용하고.

또한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바람의 방향에 따라 이리 눕고 저리 눕고 하는 풀밭의 모습. 밤이면 나타나는 반딧불이들과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들.

이런 것들이 단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모두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쳐서 정말로 플레이어가 미지의 세계 속을 탐험하는 느낌을 만끽하게 해 줍니다.



그리고 이 세계에는 어디에 가든 무언가 있고, 그걸 또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발견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몹들은 주로 군락지를 이루며 버티고 있는데, 그냥 닥돌해서 마구 베고 쏘고 해서 정리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주변 환경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화약통을 쌓아 놓고 있다면 불화살 한 방으로 그냥 정리해버릴 수 있고. 

나무로된 탑 위에 몰려 있다면 도끼로 기둥을 베어서 붕괴 시켜 버릴 수도 있구요.

근처 언덕을 잘 돌아 보면 굴릴 수 있는 바위들이 있어서 그걸로 습격을 해도 되고 뭐뭐뭐 이렇게 대부분의 군락지에 수월한 공략 포인트가 있어 전략을 생각해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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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살 한 방으로 군락지를 정리하는 신나는 상황. 잔인한 링크놈 같으니)


하다 못 해 '등반'도 그냥 막 오르는 게 아니에요.

언차티드, 툼레이더 같은 류의 등반 게임(...)과는 다르게 젤다에는 '여기를 잡고 올라가시오'라는 특정 등반 포인트가 없습니다. 그냥 아무데로나 막 오르면 되구요.

대신에 스태미너 게이지라는 게 있어서 오르다 이 게이지가 바닥나면 힘을 잃고 떨어집니다.

그래서 높은 산을 오를 땐 미리 잘 둘러보고서 오르는 중간에 잠깐 쉬면서 게이지를 회복할 포인트들을 확인하고 그 방향에 맞춰 올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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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쌔신 크리드 시리즈가 떠오르는 이 물건과 스크린샷 구도. ㅋㅋㅋ

실제로 어쌔신 시리즈의 '뷰포인트 동기화'와 같은 기능(꼭대기까지 기어 올라가면 맵의 디테일이 밝혀집니다)을 하는 탑이고 맵 전역에 수십개가 배치 되어 있습니다.

근데 어쌔신 크리드의 다양한 랜드마크들과는 다르게 이 탑들은 전부 모양이 똑같아요.

하지만 거의 모든 탑들이 서로 다른 공략법을 찾아 등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탑 하부에 몹 군락지가 있어 먼저 정리해야 한다든가. 너무 추운 곳에 있어 체력이 계속 떨어진다든가. 하단이 기어오를 수 없게 되어 있어 인근의 높은 곳에서 활공으로 내려가야 한다든가 등등등. 무엇 하나 오르는 방식이 똑같은 게 없고 다들 약간씩은 머리를 써야 하기 때문에 생긴 건 다 다르지만 결국 오르는 방식은 모두 똑같은 어쌔신 시리즈의 뷰포인트 공략보다 오히려 안 질립니다.


그리고 심지어 미니맵에도 힌트가 있습니다. 확대해서 여기저기 지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이한 모양을 한 지역들이 있어요,

그래서 그 곳을 찾아가면 거의 100%의 확률로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찾아내고, 우연히 마주치는 즐거움으로 하는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진정한 탐험 & 모험 게임!!!


미션을 받아서 수행할 때, 요즘 대세대로 미니맵에 콕. 하고 점을 찍어주면 거기로 달리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 그냥 말로 대애충 설명이 나옵니다.

'서쪽 세상의 뜨거운 바람이 부는 지역에서 무언가를 만날 수 있다' 는 말을 듣고 무작정 서쪽으로 가다 보면 사막이 나오고, 거길 헤매다 보면 마을이 나오고, 그런데 마을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들로 부터 사막 어딘가의 마을에 누군가를 만나보란 얘길 듣고 헤매다 마을을 찾고, 또 대화를 나누고, 조건을 듣고 임무를 수행해서 결국 마을에 들어가고. 거기에서 또 새로운 임무(북쪽 어디 지역 어딘가에 도적의 소굴이 있다네)를 듣고 거기로...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게임이라 사실 진입 장벽은 좀 있습니다만.

이 진입 장벽은 그냥 장벽이 아니라 극복하는 순간 큰 성취감과 기쁨을 주는 장벽이라서.

처음엔 힘들고 조금 지루하지만 한 번 성공하고 나면 그 후로는 말 그대로 '탐험의 즐거움'이 되어 줍니다.

또 그렇게 해매다 보면 의도한 미션이 아닌 다른 미션을 우연히 마주치게 되기도 하거든요. 그 역시 아주 반가운 일이죠. ㅋㅋ


그 외에도,


높은 산을 타고 올라가 반대편 세상을 바라보는 순간 펼쳐지는 아름답고도 흥미진진한 풍경들.

'뭔가 이상하다' 싶은 건물 배치를 보고 찾아가서 세세히 뒤져보면 나타나는 숨은 아이템이나 던젼.

숲 속을 헤매다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며 나타나는 공터에서 만나는 거대 유니크 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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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랑 싸울 수도 있습니다!!)


뭐 이렇게 쉴 새 없이 예상치 못 한 무언가를 만나고 또 만나는 일의 반복이다 보니 딱히 미션을 진행하지 않아도 그냥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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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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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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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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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집한 재료들로 요리도 해 먹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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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도 찍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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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본은 벽 타고 산 타기...;)


암튼...


뭐 소감 정리하기가 워낙 어려운 게임이라 대충 막 마무리를 해 보자면.


게임의 장르와 특성, 게임 시스템과 미술과 음악과 스토리 뭐 기타 등등 모든 게 탑클래스로 수준이 높은 가운데 또 서로 완벽하게, 그리고 조화롭게 결합되어 있습니다.

탐험과 액션, 퍼즐과 스토리가 서로 따로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늘 어우러져서 함께 흘러가는 느낌.

오만가지 대작 게임들을 다 경험하며 무딜만큼 무뎌진 제 감수성에 어린 시절 8bit 컴퓨터의 거대한 도트로 구현된 던젼을 헤매며 두근거리고 설레던 그 기분을 오랜만에 다시 되살려 주는 걸작입니다.

제가 게임 제작자라면 정말 이 게임 하면서 자괴감의 쓰나미를 겪을 것 같아요. 늙어 죽을 때까지 애 써도 이런 거 비슷하게도 못 만들 것 같아서. ㅋㅋ

지금껏 해 본 오픈월드 게임들 중 가장 게임 속 세상에 깊이 빠져들었던 경험이 '레드 데드 리뎀션'이었는데, 확실하게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체험이라고 강려크하게 주장합니다.


굳이 단점을 지적하자면 위유 & 스위치의 기기 성능 한계로 인해 해상도와 프레임이 널뛰기 하는 상황이 종종 생긴다는 것.

그리고 칼과 방패, 활의 내구력이 너무 약해서 맘에 드는 무기 하나를 오래 써먹을 수 없어서 아쉽다는 점.


딱 이 정도네요. 그 외엔 말 그대로 '완벽'한 게임입니다.

취향에 안 맞아서 난 별로였다... 라는 게이머는 분명 있겠지만, 아마 그런 사람들 조차도 완성도를 놓고 트집 잡기는 어려울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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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적인 특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뭔가 건전하고 전체 연령가스런 디즈니삘이 묻어 나는 캐릭터 디자인이 매우 닌텐도답지만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죠.)



그래서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콘솔 게이머라면 스위치를 빌려서라도, 아니면 소프트와 함께 구입해서 젤다만 끝내고 다시 파는 한이 있더라도 꼭 해보셔야할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젤다 시리즈를 많이 해 봤는데 전혀 내 취향이 아니더라... 라는 분들과. 친절한 네비게이션 없이 스스로 찾고 헤매야 하는 미션 수행 스타일을 싫어하시는 분들 정도를 제외하면 정말 거의 모든 게이머들이 즐겨 볼만한 명작입니다.


...라지만 정말로 스위치 구입해서 해 보셨는데 맘에 안 드셔도 저는 책임지지 않습니다는 걸 강조해두며 마무리하겠습니다. ㅋㅋㅋ





사족으로.


게임 그래픽을 따질 때 제작진의 기술력이나 기기 성능을 위주로 얘기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컨셉 잘 잡고 완성도 있게 구현한 '미술'의 힘은 어지간한 기기 성능은 덮어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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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인게임 그래픽인데.

위유/스위치의 구린 성능이 느껴지십니까? ㅋㅋㅋ

정말 닌텐도 퍼스트는 괴물입니다. 너티독, 343 다 필요 없(...)


    • 아, 저 초록색 옷 입은 남자 아이가 젤다인가요?


      처음 듣는 게임이지만 재미있어 보이네요.

    • 주인공 이름은 링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젤다로 알고 있죠....

      • 팬들 버튼 눌리는 대사를 정확히 읊으신 것으로 보아 닥터슬럼프 님께서 알고 조크를 던지신 걸 수도…

        • 로빈 윌리엄스 형님 살아계셨으면 누구보다도 좋아하셨을 것 생각하니 새삼 안타깝네요 ㅜㅜ

      • 의도적인 농담이실 겁니다. 닥터슬럼프님도 게임 좋아하는 분이시라. ㅋㅋㅋ

    • 사야겠네요 젠장. 앞으로 로이배티님 게임 게시물은 안보려고요
      • 훗훗훗... 뭔가 보람차지만




        정말로 스위치 구입해서 해 보셨는데 맘에 안 드셔도 저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해둡니다. ㅋㅋㅋ

    • 히잉,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구매욕이 다시 드릉드릉하네요
      • 이런 반응을 보니 뿌듯하면서도 왠지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하여...




        정말로 스위치 구입해서 해 보셨는데 맘에 안 드셔도 저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또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ㅋㅋㅋ


        근데 정말 스위치는 지금 구입하면 할 게임이 젤다 말곤 거의 전무한 수준이라.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던 저조차도 미루고 있으니 어지간하면 참고 기다려 보시는 게 나을 것도 같아요.


        게다가 혹시 정발이라도 해 버리면...;

    • 해본게 몇 개 되진 않지만 젤다시리즈를 한번도 재미있게. 그리고 끝까지 해본적이 없어서 평가좋은 이 작품은 그냥 관망만 하고 있어요.


      제게있어서 닌텐도 퍼스트파티 게임들은 어릴때부터 익숙하게 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진입장벽이 좀 있는 게임들 같아요. 전통적인 형태나 이어져오는 세계관 등이..
      • 저도 예전 젤다들은 '재밌긴 한데 그렇게 끌리진 않아...' 라는 정도였는데 이번 작품은 좀 다르더라구요.


        하지만 '닌텐도 진입 장벽'은 인정합니다. 저도 걸작 소리 듣는 닌텐도 게임들 중 전혀 취향에 안 맞아서 하다가 접은 게 다수라서요. 하하.

    • 제가 젤다죠?


      아 이미 먼저 누가 하셨네요...
      • 이 드랍을 아는 분이 많은 걸 보면 듀게가 유저 수는 적어도 덕력은... (쿨럭;)
    • 작년부터 올해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이 셋인데(페르소나5, 젤다의 전설 신작, 드래곤 퀘스트11) 정작 게임기가 없네요. 그래도 살까 생각 중이라 플스4와 닌텐도 사이에서 마음만 살피는 중인데 이 게임은 정말 호평이 많네요.




      그렇다고 게임 하나 때문에 스위치를 사자니 좀 그렇고...

      • 플스 사시는 게 낫죠. 스위치는 심지어 한국 발매도 안 됐으니까요. ㅋㅋ

        스위치는 일단 정발 부터 기다려 보고, 또 후에 마리오 오딧세이나 기타 게임들 나오는 것 본 후에 구입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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