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미스 슬로운 - 이 관계는 어떤 관계인가

제시카 체스테인의 '미스 슬로운'을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워싱턴 D.C.에서 거주하는 한 여성 로비스트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승률 100%를 자랑하는 슬로운 씨는 미국 상황에서 거의 이기기 어려운 총기관련 로비일을 맡습니다. 부띠끄 로비회사 (슬로운씨 말 마나, 작다는 소리죠)에선 총기 구입을 어렵게 하려고 하고, 반대편에선 그 법을 좌절시키려고 하죠. 제시카 체스테인은 매 장면에서 힘있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영화가 막바지로 가면서 슬로운씨는 법정에 서게 됩니다. 법정에서 그녀는 자기가 정기적으로 현금을 주고 섹스를 사던 남창과 마주합니다. 남자는 이제까지 자기 이름을 포드라고 했었죠. 슬로운씨는 그 이름이 가명이라고 생각했었구요. 그러나 그 남자이름은 정말로 포드였습니다. 법정에서 남자는 자기 직업이 에스코트 서비스 제공자라고 말합니다. 몸도 파느냐고 묻자 때때로 판다고 하죠. 다른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고 물으니까, 구매자가 원하는 건 다 판다고. 그리고 어떨 때는 구매자 스스로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기도 한다고 증언하죠.


슬로운씨가 호텔에서 그 남자를 만날 때, 이 여자는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말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프로페셔널한 서비스를 원한다고 했죠. 당신 호텔방에서 담배피지 말아요. 주목을 끌게 되잖아요. 프로답지 않아요. 두번째 만나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내가 갖지 못한, 가질 수도 있었던 그런 삶이예요. 성공하기 위해서 포기한 삶이죠. 나는 그게 어떤 건가 느끼기 위해서 현금을 지불해요.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정신적으로 약해진 슬로운씨는 평정을 잃고 이렇게 말합니다. 제발 나가줘요. 여기 돈 있어요. 당신이 이제까지 번 돈 중에서 가장 쉽게 번 돈이네요 (*섹스를 제공하지 않았으니까). 


슬로운씨가 남자에게 던진 말 중에서 가장 모욕적이었던 건 그 마지막 문장이었을 겁니다. 포드라는 이름의 남창이 자기의 사적인 영역으로 들어오려고 할 때, 관계를 맺으려고 할 때, /당신 돈 벌려고 이 일을 시작했잖아요. 여기 돈이 있어요. 받고 내 인생에서 꺼져요./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죠. 


법정에서 포드씨는 슬로운씨에게 몸을 판 적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없다고 증언합니다. 몸을 팔았다고 증언해서 슬로운씨를 인신공격했어도 슬로운씨는 이겼겠죠. 하지만 이 남자 입장에서 이런 관계는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요? 


사랑했었다고 호감이 있었다고 나만이 그 사람의 약한 부분을 봤다고, 섹스 없이도 대화를 나누면서 교감을 느꼈던 관계라고, 설명하기 시작하면 구차해지기 때문에 그냥 아무일도 없었다고 해야하는 그런 관계는 어떻게 말해야 좋을까요? 


제시카 체스테인의 발성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 영화에선 그럭저럭 잘 어울립니다. 아래는 티저 트레일러. 


https://www.youtube.com/watch?v=AMUkfmUu44k





    • 저는 법정에서 상황이 그 남자가 주인공에게 감정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이 글 읽고 보니 구매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해준거네요.
      • 그렇게도 볼 수 있네요. 저는 그 남자가 슬로운씨와 인간대 인간의 대등한 관계를 맺고싶어한다고 느꼈어요. 구매한 만큼 서비스를 한 거라면 그 역시 대등한 관계 (등가교환)라고 할 수 있겠군요.

    • 마지막 만남에서 정신적으로 약해진 모습을 보고 약간의 동정심 같은게 발동한게 아닐까 그렇게 봤습니다.

    • 둘 사이에에 뭔가 로맨틱한게 있길, 예를 들면 출소 날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던가 하는 흔한 장면을 내심 기대했지만..


      현실적으론 청문회 의원들이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걸 알았고 본인 직업과 다른 고객들 잃으면 안되니 그렇게 '프로페셔널'하게  대답했겠다,


      슬로운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 원한은 없구나라 생각했어요

    • 처음엔 굳이 저 캐릭터.  그리고 연관된 에피소드를 사용할 필요가 있었나.  심지어 극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로?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넘 진부한 설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며칠 지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그냥 역전을 보여주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더군요.  최고 실력을 가진 로비스트를 원톱으로 하는 영화.  일과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주인공.  그동안의 많은 작품들은 이런 역할을 남성이 대부분 수행했고 그런 남자주인공은 성구매 행위도 매우 사무적으로 처리하죠.  그런데 상대 여성은 그런 남성에게 호감을 가짐.  주인공도 좀 흔들리지만 돈이나 가지고 꺼져~ 라는 식으로 상대 여성을 대하죠.  그런데 결국 그 여성이 남성에게 큰 도움을 주고.  물론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고 말입니다.  -_-;;




      아..  쓰다보니 이거 정말 진부진부진부한 설정이네요.  -_-;;;;  여튼 이런 진부한 설정을 그대로 차용했다고 봐요.  대신 성별만 바꿔서.  성별이 바뀐 역전된 모습을 그냥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 음 뭐 섹스는 파워와 떼어놓기 힘드니까, 여주인공의 사회적 정치적 파워를 보여주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장치였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저 남자가 전형적인 hunk (미국식으로 근육을 많이 만든 덩치좋은 남자)라서 눈길이 갔어요. 아니 여리여리한 미청년이 나올 줄 알았는데 키가 188 cm인 어디 미식축구 주장같은 남자를 쓰다니 하고... 그게 슬로운씨가 놓친 인생 - 고등학교에서 만난 덩치좋은 모범생과 결혼해서 행복해진 인생을 보여주는 장치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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