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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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의 포옹]

 작년에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콜롬비아 영화 [뱀의 포옹]은 실존인물인 테오도어 코흐-그룬베르크와 리차드 에반스 슐츠의 여행기에 영감을 받은 픽션입니다. 영화는 콜롬비아 아마존 지역을 배경으로 각기 다른 시간대의 두 이야기들을 병행하여 전개하는데, 하나는 1909년 독일 민속학자 테오도어가 원주민 무당 카라마카테와 함께 자신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한 희귀식물을 찾으러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고, 또 다른 하나는 1940년대에 미국 식물학자 에반스가 늙은 카라마카테와 함께 문제의 그 식물을 찾으러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요. 이 두 이야기들이 강을 따라 느긋하게 같이 전개되는 걸 보다 보면 [아귀레 신의 분노]나 조셉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이 절로 떠오르는데, 35mm 흑백 필름으로 촬영된 본 영화는 여러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순간들을 선사하면서 남미 식민화의 어두운 면들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인내가 요구되지만 쉽게 잊을 수 없는 아트하우스 영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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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여인들]

 감독 마이크 밀스의 전작 [비기너스]가 아버지에 관한 영화라면 그의 최근작 [20세기 여인들]은 어머니에 관한 영화입니다. 참고로 전자는 밀스의 아버지에 영감을 받았는데, 후자는 밀스의 어머니에 영감을 받았다지요. 영화는 1979년 캘리포니아 주 산타 바바라를 배경으로 한 성장담인데, 십대 주인공과 그의 어머니를 비롯한 여러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이리저리 굴러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가면서 웃음과 훈훈함을 자아냅니다. 출연 배우들의 호연도 여기에 한 몫 하는데, 아네트 베닝, 그레타 거윅, 그리고 엘르 패닝이 그들 각자의 자연스러운 매력을 풀풀 풍기니 이 배우들 팬이시라면 꼭 챙겨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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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아웃]

 스포일러 아직 안 당하셨으면 빨리 가서 이 흥미로운 수작 스릴러 영화를 관람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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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Not Your Negro]


모 블로거 평

“Considering that it mainly focuses on Baldwin’s ideas and philosophy instead of providing a wider view of his life and career, I may not be an ideal audience for Raoul Peck’s Oscar-nominated documentary film “I Am Not Your Negro”, but the documentary still engaged me thanks to its compelling collage of words and images, and I came to reflect more on his sharp, eloquent observation on the inconvenient sides of the American society. While there have been some progresses in the American society indeed, race is still a troubling issue there as shown from many recent incidents, and his words accordingly feel relevant as before.“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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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파리]

감독/주연/각본을 공동으로 맡은 피오나 고든과 도미니크 아벨의 전작 [룸바]처럼 [로스트 인 파리]도 일련의 우스꽝스러운 슬랩스틱 코미디 장면들과 함께 통통 튀어가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80여분의 상영 시간이 비교적 잘 지나간 가운데 보는 동안 간간히 웃곤 했지만, 전반적으로 얄팍한 인상을 지우긴 힘들더군요. 제 주변에 있는 관객들이 더 많이 웃었던 걸 고려하면 아마 저보다 더 즐겁게 보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1/2)  

             

P.S.

 올해 초 사망한 엠마누엘 리바의 마지막 영화들 중 하나입니다. 다시 한 번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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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슬로운]

TV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나 다른 여러 최근 정치 스릴러 영화들에 비해 딱히 신선한 느낌은 없지만, 제시카 차스테인 덕분에 영화는 흥미도와 몰입감을 어느 정도 잘 유지한 편입니다.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갈지는 뻔히 보였지만, 한 목표를 위해 가차 없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밀어붙이는 주인공으로써 차스테인은 정말 근사하고 그것 하나만으로도 영화는 꽤 볼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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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리발광 17세]

 [난리발광 17세]는 한마디로 전형적인 성장통 코미디 드라마입니다. 우리의 17세 주인공 네이딘은 자신의 유일한 친구 모나가 네이딘의 오빠와 사귀게 되면서 질풍노도의 상황으로 굴러 떨어지게 되는데, 그녀가 좌충우돌하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영화는 진솔함과 유머를 노련하게 섞어가면서 그려냅니다. [더 브레이브]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던 헤일리 스타인펠드가 [주노]의 엘렌 페이지나 [이지 A]의 엠마 스톤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산하는 가운데, 우디 해럴슨과 키라 세지윅을 비롯한 조연 배우들도 든든합니다. (***1/2)  


 P.S.

서울여성국제영화제에서는 [지랄발광 17세]였는데 이젠 [난리발광 17세]로 제목이 바꾸어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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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루다]

  감독 파블로 라라인의 최근작 [재키]처럼 [네루다]도 흥미로우면서도 차가운 인상을 줍니다. 형식적인 전기 영화의 틀을 벗어나서 허구와 사실 간의 묘한 혼합을 시도하는 걸 보는 재미가 있는 가운데 영화 속 분위기와 배우들 연기도 점수를 줄 만하지만, 딱히 와 닿는 느낌이 없어서 찜찜했습니다. [재키]가 재감상 후 전보다 더 흥미롭게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본 영화도 재감상을 통해 더 재미있어 보일 수 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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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 

 짐 자무쉬의 신작 [패터슨]의 주인공 패터슨은 뉴저지 주 패터슨 시에서 버스 운전사로 일하면서 간간히 시를 쓰곤 합니다. 이 문장을 쓰고 나니 좀 웃음이 나오는데, 사실 영화도 상당히 웃기는 편입니다. 주인공의 반복되는 일상을 덤덤하게 보여주는 동안 영화는 건조한 유머 감각을 간간히 발휘하고, 이를 보다보면 킬킬거릴 수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동시에 영화는 주인공만큼이나 진지한 편이고, 여러 근사한 시적 순간들에 따라 나오는 패터슨의 시들은 애덤 드라이버의 가식 없는 연기만큼이나 진솔하게 느껴집니다. 시에 대해선 맹탕인 건 기본이고 자무쉬의 영화들 대부분에 딱히 열렬하게 반응하지 않아 왔던 저도 본 영화를 많이 좋아하게 되더군요. (***1/2)


 P.S.

  [문라이트 킹덤]의 자레드 길먼과 카라 헤이워드가 잠깐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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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입니다]

 어제 오후에 부모님과 함께 전주 디지털독립영화관에 가서 봤는데, 유달리 많은 관객들이 상영관에 들어와 있었고 이분들이 간간히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걸 보면서 노무현이 전보다 더 그리워졌습니다. 전반적으로 평범한 편이지만 본 다큐멘터리의 감정적 호소력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 



    • <패터슨>이 마음에 드셨다니 반갑네요. ^^ 저에게는 <문라이트>와 함께 작년 최고의 영화예요. 


      이제까지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에 뭐 대단한 호감을 갖지는 않았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이 감독이 드디어 거장의 반열에 오르는 건가 싶은 느낌이 삐리리 들더군요. 


      주인공인 애덤 드라이버가 아주 자연스러운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과 함께 


      강아지 Marvin도 <아티스트>의 강아지 Uggie 이후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 



      • 참고로 Marvin을 연기한 Nellie는 [아티스트]의 Uggie처럼 깐느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지만 불행히도 영화제가 열리기 몇 달 전 사망했지요.  

        • 앗, 극 중 이름이 Marvin이었고 실제 이름이 Nellie였군요. (제가 듀게 영화상에서 Nellie한테 올해의 


          동물배우 상을 줬는데도 헷갈렸네요. ^^) <패터슨>이 유난히 상복이 없는 것 같아 참 이상했는데 


          Nellie가 칸 영화제에서 Palm Dog를 수상했다니 정말 반가워요. 


          (그런데 벌써 세상을 뜨고 다시는 그 명연기를 볼 수 없다니... ;;;T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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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와의 저녁 산책이 참 정답게 느껴졌던 영화...) 

    • 어디서 보다 만게 두편 있네요.


      겟아웃은 여간 흥미롭지 않은데 꼭 봐야겠네요.


      똑똑한 헤일리 스타일펠드가 나오는 지랄발광과


      아담 드라이버의 페터슨을 조금 보다 말았아요.


      다시 다 보려고 합니다.


      진솔하게 사는 아담 드라이버 느낌이 참 좋더군요.

    • 저도 패터슨 참 좋았습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달까... 문라이즈 킹덤의 두 주인공 너무 반갑더군요. 카라 헤이워드는 최근 맨체스터 바이 더 씨와 또 다른 작품에서 얼굴을 봤었는데 자레드 길먼은 오랜만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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