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다들 데츠카 오사무를 일본 만화의 신이네 뭐네 하는데...

234726385948A14127C91A


맞다고 생각합니다. ㅋㅋㅋ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꼽아 보라면 아다치 미츠루나 타카하시 루미코를 꼽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장 뛰어난 사람 하나 뽑으라면 이 사람 말곤 생각이 안 나요. 그냥 비교하고 견줄만한 클라스가 존재하지 않는 절대 무적 유일무이의 존재 수준.



뭐 워낙 유명한 작품이 많은 사람이긴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그래서 위의 생각을 굳히게 됐던 작품은 '불새' 인데요.


불로불사의 존재로 영원한 생명을 가진 신비로운 존재 '불새'를 소재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고대와 까마득하게 먼 미래를 오가며 보여주는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입니다. 근데 뭐 다루는 범위가 그야말로 엄청나요. 신화, 전설, 민담급 이야기부터 환타지에다가 (나름) 하드한 SF까지. 애틋한 러브 스토리도 있고 호러에 가까운 이야기도 있으며 사회, 문명 비판 얘기도 있고 사극에 가까운 이야기도 있는데 이렇게 시대와 배경, 장르와 분위기를 마구잡이 오락가락하면서도 이야기의 퀄리티가 후져지지 않는 가운데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흐트러트리지 않고 끝까지(비록 완결을 못 한 작품이긴 하지만) 유지해냅니다.


아톰이나 블랙잭 같은 작품을 전집으로 구입해 읽으면서도 꽤 감탄하곤 했었지만 그래도 이야기꾼으로서 이 양반이 보여준 수준에 확실하게 감동 받았던 건 이 작품이었네요.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얘길 하냐면,

엊그제 엔딩 봤다고 글 올렸던 '니어: 오토마타' 때문에 괜히 생각이 났습니다.


이게 뭐 나름 과격하고 독특한 스토리를 가진 게임이라고들 평을 하는데, 이 게임과 상당히 비슷한 설정과 구조를 가진 이야기가 이미 '불새' 중에 있어요. 그리고 심지어 '불새'의 비슷한 에피소드 쪽이 더 건조하고 삭막하면서도 감동적이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불새'란 만화는 무려 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연재된 작품이란 말이죠. ㅋㅋㅋ


그 외에도 주로 하드코어한 팬층을 가진 막장 스타일 스토리로 유명한 일본의 게임, 아니메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보면 역시 그 발상이 이미 '불새'에 비슷하게 존재했던 것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 양반들이야 '불새' 말고도 다양한 작품들에서 영향을 받긴 하겠지만 어쨌거나 이미 수십년 전에 발표된 '국민 만화가'의 작품들이 지금까지 이렇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만 봐도 게다가 완성도는 차원이 다르고요 데츠카 오사무가 '일본 만화의 신'이라고 불리는 게 전혀 허언이나 과언이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겠죠.


그래서 뭐... 결론 같은 건 없구요.

그냥 참 신기합니다. 어떻게 이런 괴물 같은 작가와 작품이 그 오래 전에 존재할 수 있었는지.



+ 여담으로. 이 작품의 에피소드 중엔 한국과 관련된 이야기도 있어요. 멸망한 백제의 귀족이었나 왕족이었나... 하는 사람이 일본으로 흘러들어가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무려 에피소드의 주인공일 뿐더러 꽤 폼나게 나오구요. 일본에 가서 차원 높은 존재로 예우 받는다는 설정도 있으니 국뽕 한 사발 들이키고 싶은 분들께 추천해 드립... (쿨럭;)


++ 정말 무의미한 덤으로



역시 '니어: 오토마타'로 부터 시작된 의식의 흐름의 결과물인데... (이게 왜;;)

그 게임이 음악이 꽤 괜찮은 편이라 '내가 가장 맘에 들어했던 게임 음악이 뭐더라...' 라고 생각을 해보다가 이게 딱 떠 오르니 바로 사고가 정지해버려서. ㅋㅋ

게임을 해 보시고 엔딩까지 보신 분이라면 대부분 동의하시겠지만 정말 이렇게 게임의 분위기를 잘 표현한 음악이 없습니다.

게다가 그냥 소리만 들어도 흥겹고 좋아요. 영상의 내용이 좀 부담스러우실(...) 분들이 많으실 텐데, 심심하면 그냥 음악만 한 번 들어보세요. 아주 신납니다. ㅋ

    • 요즘 개인적으로 '데츠카 오사무 선생 다시 읽기'를 하고 있는 중이라 더 반가운 글입니다.


      지금 읽고 있는 작품은 '붓다'.


      이 글을 읽고는, 다음 순서는 '불새'로 결정했습니다 ㅋ

      • 저는 '붓다'는 못 봤는데 그 작품도 괜찮은가요?


        '불새'는 심심할 때 정말 아무 권이나 꺼내서 쓱 읽어도 재미가 있고 끝을 보게 되어서 좋습니다. ㅋㅋ 다시 읽기가 즐거운 시간 되시길.

    • 제 어린 시절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만화 <사파이어 왕자>의 원작자이시죠. NHK TV시리즈로만 보다가 데츠카 선생의 원작 만화를 보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지만 말입니다…^^;;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원작이 가부장적인 스토리라 깜놀했었거든요. 그런데 당시 NHK는 공중파답게 애니메이션도 어린이 교육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비단 <사파이어 왕자>만이 아닌 <들장미 소녀 캔디>나 <미래소년 아톰> <베르사이유의 장미>같은 작품들도 상당히 '민주적 시민의식'을 함향할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들어졌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데츠카 선생 인터뷰를 보니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당신의 작품으로 생각하지 않으신다고 불편한 심정을…;;
      • 원작이 무려 50년대 작품이라는 걸 생각하면 오히려 가부장적 느낌이 오히려 덜 하다... 고 생각하지만 그냥 봤을 땐 그렇긴 하죠. 하하;


        원작자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게 '리본의 기사'(=사파이어 왕자)의 경우엔 개작이 상당히 심한 편이라 좋든 싫든 자기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 데츠카 선생은 확실히 전전 사람이라, 그가 그린 원작 만화를 보면 애니메이션에서는 알 수 없었던 지난 시절의 상흔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 예로 그의 작품에는 중국인 혐오가 굉장히 강합니다. 이슬람 혐오도 역시 말할것도 없고요. 원작 만화 보던 중 이런 인종주의와 차별의식 때문에 한 두번 깜놀한게 아니었는데, 문득 전집 전문에 있는 편집자의 글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 소학관 편집자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그런 문장이 있었어요. 데츠카 선생은 전전 사람이라 민주적 민권의식에 대한 소양이 부족하다고요. 이건 선생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그 시절 사람들이 처했던 환경 탓이니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는 내용이었죠.


      그 구절을 읽으니 이해는 됐습니다. 기분은 여전히 나쁘고 당황스러웠지만 1945년에 패배하기 전까지, 선생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일본 제국의 분위기가 정말 그 따위였으니 말입니다.


      소학교 선생이 과학 시간에 개구리 해부하다가 무섭다고 우는 아이 귀싸대기를 갈기며 " 장차 커서 군인이 되어 중국인들을 해치울 아이가 이런 걸 무서워하면 안돼!"…―,.― …이러던 시절이었거든요.
      • 만화의 신일 뿐 그냥 신은 아니어서 그런 한계는 어쩔 수 없더라구요.


        근데 또 그러는 와중에 당시 일본과 한국의 관계에선 '그 당시 일본인치고는' 꽤 진보적인 축에 속해서 일본측의 잘못은 인정해야한다는 뉘앙스를 종종 작품에 풍기기도 했구요. 개인적 한계는 존재하지만, 역시 또 시대적 한계를 감안할 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 동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인간사의 잔혹한 면을 더 선명하게 그려낼 수 있었을까…생각도 됩니다.
    • 데츠카 오사무의 아톰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우라사와 나오키의 플라토는 감명 깊게 읽었네요. 헐리우드 애니 아스트로 보이도 재밌게 본 기억이 있네요.

      • '플루토' 가 국내 출시 명입니다.

        나오키 선생 작품은 몬스터 가 최고였죠.. 1편을 우연히 애니메이션으로 접하고 책 구입..
        • 앗 제가 오기의 향연을ㅎㅎ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몬스터도 단연 최고고 마스터 키튼도 재미졌네요~

      • 둘 다 원작과는 비슷한 듯 다른 작품이라... 사실 아톰 원작 만화의 경우엔 어린이용 느낌이 좀 강해서 처음엔 진입 장벽이 있기도 합니다. 언젠가 기회 생기면 불새 한 번 읽어 보세요. 좋은 작품입니다. 하하.
    • 불새 몇몇 에피소드는 세간의 도덕률 따위는 신경도 안쓰는 대범함이 아주 소름돋지요.




      후세 작가들이 '이것봐라 난 이렇게 기발나고 끔직한 상상도 했다!' 식으로 호들갑 떠는거에 비해 그냥 덤덤하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역시 대가!란 말이 절로 나옵니다.

      • 맞습니다. 정말 처음 읽을 땐 놀라움의 연속이었어요. 아니 이런 막장(...)을 이렇게 오래 전 만화가가!!? ㅋㅋ 게다가 그냥 막장도 아니고 다 이유가 있고 생각이 있으며 매끈하게 풀리기까지 하니 말입니다.
    • 당연히 만화의 신... 이라고 말하려다가 보니 제가 이분 작품을 제대로 읽은 게 하나도 없군요. 추천하신 불새하고 예전에 읽다가 만 붓다를 마저 읽어야겠네요.


      여담이지만, 데즈카 오사무를 잇는 만화의 신은 토리야마 아키라나 오다 에이이치로가 아니라 타카하시 루미코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그 각각에서 다 높은 완성도를 보인 측면에서 평가하면 말이죠. 여성작가라 오덕들 사이에서 저평가 받는 건지 (소위 '소년만화' - 이런 구분을 좋아하진 않지만 - 를 그렇게 많이 그렸는데도!) 좀 의아합니다.
      • 다카하시 루미코가 저평가라뇨 일본의 5대작가 3대작가 뭐 이런거에 늘 들어가는 작가인데요.
        • 그런데도 2대 만화신은 토리야마 아키라, 3대 만화신은 오다 에이이치로... 뭐 이딴 소리가 많이 보여서 하는 얘기입니다.(물론 그 작가들의 만화들이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만) 제 생각에는 현세대에서 데즈카 오사무에 견줄만한 작가 1순위는 타카하시 루미코라는 거고요.

          • 잘살아보세님 말씀도 맞긴 하지만 저도 개인적으로 eltee님께 적극 공감하는 입장입니다. 루미코 정도의 다재다능 & 퀄리티 겸비 만화가는 한 세대에 한 명도 보기 힘들 거에요.
          • 토리야마 아키라야 3대작가 5대작가 반열에 들어가고 충분히 들어갈만하지만  오다 에이치로를 만화신이라고는 평가하지는 않죠. 그냥 상업적으로 성공한 만화가일뿐. 대체로 데즈카 오사무 밑에  토리야마 아키라, 다카하시 루미코 뭐 이 두사람은 거의 필수로 들어가는데요. 애초에 인간계 최고의 작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 그럼 2,3대 만화신 어쩌구는 한국 덕후들 한정인가 보군요. 전 웹 돌아다니면서 그런 소리들 볼 때마다 뭔가 좀 거슬려서 한마디 써봤습니다.

    • 불새. 예전부터 보고싶었는데 게으름탓에 아직 보질 못했습니다.

      아톰의 아버지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요즘 시선으론 막장(?)이야기를 그린 작품들이 많은게 흥미롭더군요. 그동안 세상이 많이 변하긴 변했나봐요.
      • 전 반대로 세상이 참 많이 변한 줄 알았는데 그 뿌리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완성형이었다는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뭐 막장의 역사 자체는 수천년을 올라가겠지만 이 경우엔 디테일 측면에서 확실히 원조 느낌이 나서 말이죠.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1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3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2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