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잡담 (의식의 흐름)

.옥자 어떻게 봐? 넥슨프리 그거 깔면 돼? 라고 누가 그러더라고요. 옥자가 봉자나 순자로 종종 헷갈리는 것처럼 넷플릭스도 처음 들으면 개념부터 헷갈리겠죠. 

아무튼 칸에서의 논란도 그렇고 넷플릭스는 옥자로 홍보 쏠쏠하게 한 것 같아요. 옥자에 좀 실망한 사람들이 넷플릭스가 500억 호구 잡힌거 아니냐는 세심한 걱정까지 하던데, 넷플릭스는 자체제작 컨텐츠에 투자할 올해 예산만 6 billion=6조 6천억원인 천조국 회사인 것을.. 로컬화 전략에 힘쓰고 있어서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 쪽으로 많이 투자하는 듯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옥자를 비롯해 김은희 작가, 천계영 작가 작품으로 시리즈물 제작 중이라고. 아마존, 페이스북, 유튜브도 자체 컨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고, 바야흐로 영상물들이 쏟아져나오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듯합니다. 시장이나 사람들의 생활 면에서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궁금해져요. 


.옥자 재밌더라구요. 계속 얘기하고 싶어져요. 생각해보니 최근엔 볼만한 영화도 참 없었던거 같고요. 집에서도 보고 극장에서도 보고 GV도 보고 여러번 봤는데, 마케도니아에서 녹음했다는 뽕끼어린 관악 선율과 존 덴버의 애니송이 계속 귓가에 맴도는건 함정.. 

어린이가 주인공인 만큼 너무 깊은 주제의식을 다룰 의도는 아닌 것 같고, 만화같은 모험 스토리와 마지막으로 향하면서의 여운을 그냥 즐기면서 봤어요. 사는게 재미없는 어른 입장에선 정교하게 구현된 커다란 하마돼지와 소녀가 나오는 모험 얘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벤트 느낌이어서요. 스토리 텔러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양반이 과감하게 전형적인 이야기를 내세운건 마치 달리는 미자의 정면돌파 같았어요.


.어떤 사람들에게는 심심한 얘기이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괴작으로 받아들여지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전반부는 12세 정도의 정신연령으로 보면 행복한데 뒤로 갈수록 애들이 보기에는 하드한게 나오니, 누구 보라고 만든건지부터 헷갈리는 영화이긴 하죠. 거기에 각종 이질적인 톤의 조합, 투박하거나 유치뽕짝한 요소 등, 뒤죽박죽한 것들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것 같습니다. 


.옥자랑 미자가 산에서 노는 장면은 귀여워서, ALF가 처음 등장하는 추격씬과 지하상가 씬 등은 재밌어서 몇 번씩 돌려 봤어요. 봉준호 표 우당탕탕 촌극을 원없이 본 기분이랄까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정교한 노력으로 그 장면들을 만들었을까 싶더군요. 강물에 유성처럼 떨어지는 ALF들이나 경찰차한테 어서옵쇼 하는 능청스런 제스쳐는 왜 자꾸 봐도 웃긴지ㅋㅋ 그러나 가장 웃겼던건 역시 제이크 질렌할이 강원도 산골에 등장하는 순간인듯.. 이거 실화냐      


.저 정도의 배우들을 저렇게 소모해버려도 되는거야? 라는 반응들도 많더군요.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개별 인물은 평면적이고 분량도 별로 없는 편인데, 캐스팅의 비결은 봉준호이기 때문인지 플랜B 덕인지, 넷플릭스의 힘인지 궁금..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가 좀 튄다는 의견도 많은 것 같은데, 저는 그보다는 틸다 스윈튼이 그 역할에 베스트는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처음에 설명하며 시작하는 부분에서는 발성도 발음도 외모도 더 어울리는 다른 배우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  


.오바마의 회의 장면을 따라한건 이미 유명하고, 26개국의 축산 농가 중에 티벳과 조지아가 껴있는거, 게이 커플이 무지개색 우산으로 마취총을 막는 장면, 실버가 미란도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거 등등 볼때마다 깨알같은 디테일이 새롭게 보이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영어자막을 켜놓고 보면 느낌이 또 다르고요. '내 이름은 구순범이야' 부분은 아예 다른 영어자막이 들어갔는데, 영문 작가와 상의해서 넣었다고 하더군요. '통역은 신성하다'는 언어유희가 아닌가 싶어요. 제이가 신성하게 여기는게 '전통'과 '통역' 두 가지인데, 영어로는 tradition과 translation, 불어로는 la tradition과 la traduction으로 비슷해서요.


.스티븐 연이 옥자 홍보차 tv에 나와서 송강호가 너무 멋지다고 하더군요. 어느 영화에서 그렇게 연기를 잘했냐고 하니까 밀양이라고.. 그랬나? 하고 오랜만에 밀양을 다시 꺼내 봤네요. 다시 보니 보통의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의 정서, 다소 폐쇄적인 지역사회의 공기 같은게 진짜 현실적으로 묘사됐더라고요. 정말 노총각 삼촌같은, 진짜 '밀양'같은 송강호.. 뜬금없는 밀양 얘기였네요. 이창동 감독님 영화 언제 찍으실건지..


. 알고 보니 ALF는 진짜로 있는 단체라능.. 사실은 봉준호 감독이 ALF 단원이고 그 홍보영화가 옥자라면..  

 mirandoisfucked.com도 있어요. 물론 이건 넷플릭스로 링크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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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감독님 폴 다노 사랑하시는거 알겠습니다. 일관된 취향 알겠고요...




    • 글 재미있게 읽었어요. ^^ 보고 싶은데 의외로 <옥자>를 상영하는 극장이 별로 없더군요. 


      이 영화 보려고 넷플릭스 가입하기는 좀 그렇고... (외장하드에서 썩어가는 좋은 영화들이 수백 편인데...)


      앗, 한 달 무료 이용이 있었군요!! 오늘 당장 <옥자>를 봐야겠습니다. 



      • 저도 무료 이용으로 봤어요! 한 달 가기 전에 뭐볼까 생각 중..
    • 저는 지방사는데 상영관이 한개 있더라구요


      그 극장 찾아가서 봤는데 관객들이 꽤나 많더라구요..주말엔 하루 두번상영하는데 매진도 되고....


      (여담이지만 지정좌석제 아닌 극장 정말 오랜만에 가봤어요 ㅋ)


      옥자 정말 봉준호 닮았어요... 틸다스윈튼이 옥자is봉준호 이렇게 외치는걸 보았는데ㅋㅋㅋ


      그뒤로 옥자 볼때마다 봉준호 생각이 ㅋㅋㅋ


      틸다스윈튼이 봉준호를 정말 아끼는게 눈빛에서 보여요ㅋ 봉준호는 외국인들이 사랑하는 감독인가 싶고ㅋ


      배우들이랑 통하는 면이 있나 싶고 ㅋㅋ

      • 진짜 닮았어요.. 폴 다노가 봉준호 감독을 공연장에서 처음 봤는데 관객석에 웬 춤추는 라지 코리안 맨이 있더라고..

    • 내용이나 지향점이 꽤 직선적인지라, TV무비로서는 상당히 괜찮은데 극장에서 보긴 좀 애매한 그 어드메쯤 있기 때문에 평이 갈리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는 티비무비에 충실하게  집에서 티비 넷플릭스 앱으로 틀어놓고 저녁 먹으며 봤는데 재미나게 잘 봤습니다.ㅎㅎ


      • 다리우스 콘지 촬영감독과 알렉사65 카메라가 섭할 듯..

    • 통역은 신성하다는 전작 설국열차에서 엔진은 신성하다 셀프 오마주 같았어요.

      • 이것이 정답일듯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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