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홈 커밍 봤습니다(주의: 스포 많음)

메가박스 코엑스 MX관 I열에서 3D로 봤습니다. 시야는 적당했습니다. 지난 번에 H열에서 봤을 때에는 목이 조금 아팠는데, 한 줄 뒤에서 보니까 한결 낫네요. 3D효과는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효과를 잘 느낄 수 있는 장면 (예컨대 줄을 타고 멀리 날아가는 장면이라든가) 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것 같고, 자막의 3D깊이(?)가 가끔씩 바뀌는 게 조금 불편했습니다. 다른 영화에서는 이런 경우에 자막을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옮겨서 보여줬던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네요.

내용은 평범한 남학생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성장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예전과는 달리 피터 파커는 생활비나 학비 걱정 없이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타크 인턴십(?)으로 수당이 조금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영화는 그런 먹고 사는 문제보다는 주인공이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듯 합니다. 너드인 단짝 친구를 둔 인기 없는 주인공이 예쁜 여학생에게 반한다는 설정은 진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 영화가 여자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정치적 공정성을 의식해서인지 리즈를 흑인 배우로 캐스팅하긴 했지만 (거기에다가 아빠는 백인), 영화는 리즈가 왜 피터 파커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저 남학생의 판타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피터의 숙모는 별 생각이 없는 사람 같고, 잠깐 나오는 페퍼 포츠는 토니 스타크 뒤치닥거리하는 엄마+애인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서로 좋아해도 그렇지, 반지만 던져주면 바로 키스가 나오고 결혼 승낙이 되나요? 그것도 해피의 호주머니에서 땀과 먼지에 절었을 반지를 받고서 말입니다.

반면에 아이언맨과 비교되는 부분은 괜찮았습니다. 피터 본인은 뭔가 거창한 일을 하고 싶겠지만, 자신의 능력이 대단치 않으니까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는 거죠. 악당도 그 수준에 맞춰진 듯 합니다. 벌처는 잔인하기는 하지만, 큰 욕심없이 그저 잘 먹고 잘 사는데 만족하는 좀도둑 같습니다. 요컨대 고만고만한 수준의 영웅이 자신의 능력에 맞게 고만고만한 악당과 싸우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스파이더맨을 보고 저는 피터팬 생각이 났습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에 영원히 머무르면서 미숙했다가 약간 성숙해지기를 반복하는 피터팬 말입니다. 학생 신분이라서 그런지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서 그런 게 더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 리즈던가 걔는 정말 보살이더군요.

      중요할 때마다 사라져놓고는 어느샌가 다시 얼굴 들이대는 녀석한테 그토록 호의적이라니.

      그래도 영화의 기본 구조는 꽤 마음에 들었고, 요 근래 본 액션 영화들이 다 쓰레기였던지라 더더욱 가뭄에 단비같은 영화였어요.
      • 네. 리즈는 '내가 무슨 일을 저질러도 나를 이해해 주고 좋아해 주는 예쁜 여자' 류의 판타지라고 봤습니다.
    • 생각해보니 여성 캐릭터의 역할이 아주 미미했던 것 같아요. 1편이라고 해도요. 다인종 캐스팅이라는 거 외에는 정말 그렇네요.

    • 페퍼 포츠가 아이언맨 시리즈 내내 역할이 그랬죠. 사실상 토니 엄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데 프로포즈는 이미 그전에 해서 승낙한 상태이고 작중에서는 스파이디의 어벤져스 합류 발표를 못하게 되니 대신 깜짝발표로 대중에게 공개하기로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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