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인간)
1.인생은 대체로 두 파트로 나누어지죠. 일하는 파트와 노는 파트요. 경제재를 충분히 가지지 못한 신세이기 때문에 경제재를 방출하면 다시 경제재를 모으고...방출하고 모으고를 반복해야 해요.
2.경제재를 모을 때는 혼자가 좋아요. 효율이나 결과는 상관없어요. 돈을 버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남의 발목을 잡는 것도, 남에게 발목을 잡히는 것도 싫어서요. 하지만 식사를 하거나 놀거나...이야기하거나 할 때는 인간과 같이 있어야 하죠.
예전 글에서는 인간을 비타민에 비유했어요. 비타민이란 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단 뜻이기도 하지만, 많이는 필요없다는 뜻이기도 하죠. 비타민은 아주 소량만 공급되어도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는 영양소니까요. 그런데 요즘의 나는 인간이 필수 영양소가 됐어요. 특히 모임 세개가 나가리된 이후는 그게 더 강하게 느껴지고 있어요. 식사를 하든 애프터눈티 한잔을 하든 뭘 하든...인간이 필요하죠.
3.요전에 듀게생파에 온 분이 말했어요. 예전에는 인간이 필요 없었는데 이제 하루에 30분은 인간이 필요하다고요. 나에 비하면 이건 꽤 강한 거 아닌가 싶었어요.
그 분이 투덜거렸어요. 춤을 배우고 싶어서 스윙댄스 모임에 가입했는데 사람들의 진짜 목적은 스윙댄스가 아니라 이성간 만남인 것 같다고 말이죠. 그 분은 댄스 모임 이후의 빌어먹을 술자리와 빌어먹을 술자리의 50문 50답이 짜증나서 때려쳤다고 했어요.
4.휴.
5.하긴 많은 모임이 그래요. 대체로 목적은 인간인 법이죠. 그래서 나도 모임에 대해...정확히는 모임에서 보는 인간들에 대해 의아했었던 점을 말해봤어요. 모임에서 보는 인간들은 이상하게도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과 다정하고 열정적으로 지낸다고요.
꼭 그렇거든요. 새롭게 시작하는 모임이거나, 모임에 여러 뉴페이스가 충원되면 모임은 매우 잘 돌아가요. 가끔 늦잠을 자고 단톡방을 확인해보면 어김없이 아침 8~9시에 모두가 아침 인사를 하고 있죠.
그리고 정모를 두 번 정도 하면 모두가 여름 휴가나 겨울 휴가에 대해 말해요. 이번에 다같이 여름 휴가를 가자고 말이죠.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리조트가 있으니 거길 가자거나, 수상스키를 다같이 배우러 가자거나, 자신의 단골 스키장에 다같이 가서 2박3일을 하자거나...하고 말이죠.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입이 근질거려요.
'이봐, 잠깐 정신 좀 차려 봐! 우린 그렇게 친하지 않다고! 우린 이제 겨우 두 번 봤어! 두 번 본 사람들과 리조트나 스키장에 갈 순 없다고!'
라고 외치고 싶죠. 그리고 그렇게 1~2달 정도 지나면 사람들은 다시 새로운 모임을 찾으러 나가요.
6.그 얘기를 하자 듀게 생파에 온 분이 투덜거렸어요. '그 사람들은 자신의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 아침 인사를 하거나 휴가를 같이 가자고 하기나 할까? 라고요.' 흠...뭐 이 말도 맞긴 하지만 사람들이 그러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긴 해요. 그래서 Q와 나눈 대화 얘기를 잠깐 했어요.
7.어느날 Q의 가게에 갔어요. 마지막으로 갔을 때 서로 미친듯이 돌직구를 날렸기 때문에 그 날은 서로가 서로를 조심조심 대하고 있었어요. 한 쪽이 포문 하나를 열면 다른 한 쪽은 포문 천 개를 동시에 열어제끼고 그후로는 양쪽 모두가 가진 총알을 다 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는 걸 서로 잘 확인했으니까요. 옆에 앉아 있던 직원이 물었어요. 왜 늘 혼자 오시냐고요.
쳇, 늘 말하지만 과녁을 벗어난 질문에는 좋은 대답이 나올 수가 없어요. 그래서 '남자 놈들에게 돈을 쓰기 싫으니까.'라고 때웠어요.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돈을 내는 사람들은 점잖은데 꼭 낑겨서 오는 것들이 우리보고 뭐라고 해요. 그리고 꼭 갈 때 번호 딸려고 하고.'라고 투덜거렸어요. 직원이 맞장구를 잘 쳐줘서 아까 질문에 사실대로 대답해 줬어요.
여기 오는 건 외로워서 오는 거라고 하자 직원은 '대박 솔직하다.'라고 말했어요. 흠...나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게 더 이해가 안 가요. 사랑하면 사랑한다...외로우면 외롭다고 말한다고 해서 자신의 입지가 약해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차피 200년 후면 다들 먼지가 되어있을 신세인데 말이예요.
직원은 그럼 '우리 사장님'은 어떻게 보냐고 물었어요. Q가 재빨리 치고 들어왔어요. '은성이가 날 아주 사랑해.'라고요.
물론 이건 사실이니까 고개를 끄덕였어요. 'XXX이는 매우 특별하지.'라고요. Q는 나를 가리키며 '이거 봐, 아직도 사람을 이렇게 불러.'라고 했어요. 직원도 두 분 사이에 성까지 다 붙여서 부르는 건 이상하다고 했어요.
하지만 이건 엄청난 호감의 표시예요. '님'이나 '씨'를 붙이지 않고 ~~이라고 부르잖아요. 이렇게 부르는 사람은 이 세상에 두명밖에 없어요.
8.직원이 잘 믿지 않는 것 같아서 내가 Q에게 가지고 있는 엄청난 사랑에 대해 설명했어요. 어떤 사람이든, 성인이 되어서 만난 사람이면 흥미가 떨어지는 시점에서 더이상 안 보게 된다고요. 하지만 Q는 알게 된 지 1년 반이나 됐는데 아직도 보고 있다고요. 그것도 내가 일방적으로 돈을 쓰고 몸을 움직여서 오고 있다고 말이죠. 더이상 낯설지 않은 어떤 사람을 1년 반이나 만나러 온다는 건 그 사람이 어지간히 특별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해 줬어요.
Q는 '그럼 밖에서 만난 애들이랑은 두세 달 보고 끝인 거야?'라고 물었어요. 그래서-
'내 쪽에서도, 그 쪽에서도 그래. 사람들 쪽에서도 나를 보려고 하지 않거든. 내겐 너처럼 특별한 구석이 없으니까.'
라고 하자 Q와 직원은 입을 모아 그렇지 않다라고 말해 줬어요. 물론 의례적으로요. 이 말을 믿을 수 없는 이유는, 내가 정말 특별한 사람이었다면 Q와 Q의 졸개는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와서 술을 따르고 있었을 거니까요. 고개를 젓고 대답해 줬어요.
'위로할 것도 없어. 어차피 이 세상에 특별한 인간은 거의 없거든. 대부분의 인간은 평범해. 그리고 평범한 인간들이 서로에게 특별할 수 있는 기회는 서로가 낯선 사람일 때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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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나는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특별해질 수 있고 자신에게 특별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계속 새로운 모임을 찾아다니는 거라고 여기게 됐어요.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요. 나처럼 평범한 사람에겐 오직 '낯섬'만이 내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특별함이니까요. 저주스럽고 슬픈 일이지만 어쩔 수도 없는 일이죠.
나가리 났단 말이 친근하게 들리네요 요즘 뭐가 있어야 나가리가 나든지 말든지 할텐데 그렇습니다.
처음 만나는건 모르는 새거와 만나니까.
석 달에 한 번 정도 만나서 낯섦을 계속 유지하면 아는 사람을 만나도 새롭고 흥미진진해요.
애써 낯선 사람을 찾아다니지 않고 아는 사람과 시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