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treasure)
1.요즘은 운동을 하루에 두 번 가곤 해요. 운동도 도박과 비슷한 면이 있거든요. 카지노에서 많은 돈을 써버리면 돈이 아까워서 카지노를 떠나지 못하듯이 운동 또한 그래요.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하면 할수록 '이 정도 했으면 됐겠지.'가 아니라 '여기서 조금만 더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더 많은 칩(리워드)을 따갈 수 있어.'라는 마음이 드는 거예요. 조금만 더는 또 조금만 더가 되고 계속 그러다보면 더이상 팔이 안 올라갈 때까지 하는 거죠.
그러다보면 '어차피 똑같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데 부스터나 약을 안 먹고 하는 건 그만큼 손해야.'라는 생각도 들게 되는 거죠. RPG게임에서 레벨업할때 레벨업을 도와주는 포션을 마시면서 레벨업하는 것과 같은 거예요.
2.요전에 썼던 댄스수업은 재미없어졌어요. 잘할 수 있게 됐거든요. 다음에 무슨 동작이 나올지 다 알게 됐으니 동작도 쉽게 따라갈 수 있게 됐고 정박이나 반박같은 박자 감각 부분은 뭐, 초등학교 때 바이올린을 10년 했던 내겐 껌 같은 거니까요.
그러다가 어느날 아침 댄스수업을 갔어요.
3.늘 느끼는 건데 오전 GX수업은 카르텔이예요.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어 있죠. 그들은 절대로 빠지지 않아요. 한 번 수업에 빠진 멤버는 다음 수업 시간에 자신이 왜 빠졌는지 다른 멤버들의 취조를 겪어야 하죠.
물론 그건 좋은 면도 있겠지만...문제는 진입장벽이예요.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다 보니 수업 수준이 몇 년에 걸쳐 계속 올라가는 거죠. 저녁 수업은 그렇지 않거든요. 상황에 따라 올 수 없는 사람도 있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도 있으니까 수업 수준이 언제나 비슷해요. 새로 오는 사람도 7~80%는 따라갈 수 있어요.
그러나 아침 GX라는 건 몇 년에 걸쳐 계속되는 수업시간 같은 거예요. 왜냐면 아침에 그곳으로 운동을 오는 아줌마들은 아침에 그곳으로 운동을 오는 것 말곤 할일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끝나지 않는 계속되는 1학기 같은 거죠.
대학교만 해도 학기 단위로 과실 멤버가 바뀌는데 아침 GX는 몇 년에 걸쳐 계속 레벨을 올려온 곳인 거예요. 어느날 아침 요가 수업에 들어가 봤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스트리트 파이터의 달심이 하는 요가가 이런 요가일까?'
그리고 다시는 요가 수업에 나가지 않았어요. 어지간한 스트레칭이나 요가 수업에 가면 완전히는 아니어도 60~70%는 따라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운동은 나 자신을 위해 하는 거라서 못 해도 창피할 일은 없어요. 하지만 20% 따라가기도 힘든 수업에 들어가면 아인슈타인이 왜 김나지움을 자퇴해야 했는지 알 수 있죠. 그게 어떤 곳이든 열등생이 되는 경험은 좋은 경험이 아니예요. 물리 수업이나 수학 수업이라면 묻어갈 수도 있겠지만 요가 수업은 그렇거든요. 한 시간의 수업시간 동안 열등생의 기분을 계속 느껴야 하는 거예요. 1초도 쉬지 않고 한 시간 내내 말이죠.
4.휴.
5.어쨌든 카르텔의 공포가 옅어져 있어서 아침 댄스 수업에 다시 갔어요. 그리고 3분 정도 지나자 이런 의문이 들었어요.
'이 사람들 아이돌을 준비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요. 저녁 수업에서 배우는 춤은 그랬거든요. 팔과 다리, 허리 정도로 강사를 3분할...많아봐야 5분할 관찰하며 따라가면 돼요. 그러나 이곳의 안무는 손가락 손목 팔꿈치 어깨 목 허리 골반 무릎 발목 발 모든 부분에 동작이 들어가 있었어요. 그리고 저녁 수업 시간과 달리 두 발이 모두 땅에 붙어 있는 순간이 사실상 없는 수준의 춤이었어요. 나의 미래시 능력과 퍼펙트 트레이스 능력을 최대한으로 가동해도 잘 따라할 수가 없었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왜냐면 다음에 어떤 동작이 나올지 알면 아주 힘들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다음에 어떤 동작이 나올지 모른다면 다음에 예측되는 동작 3개 정도를 찍어서 그 3개 중 뭐든지 바로 나올 수 있도록 몸을 계속 긴장시켜야 해요. 열심히 춤을 따라갔지만...수업 중간쯤부터 도망가고 싶은 기분이 들었어요. 끝났을 때는 땀으로 목욕을 한 것 같았죠. 그냥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어요.
'그거 알아? 이건 정상이 아니야! 돈이 안 되는 걸 이렇게 완성도 높게 할 필요가 어디 있냐고!'
6.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상이 아닌 건 내 쪽 같기도 했어요. 뭐 그렇잖아요. 주위 사람들을 보면 돈은 안 되지만 열심히 하는 무언가를 하나씩 가지고 있으니까요. 골프, 등산, 프라모델 만들기, 연애, 요리, 아이돌 덕질, 피아노...뭐든간에 말이죠.
그리고 요즘은 알 것도 같아요. 그런 것들은 그들을 한심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그들을 살아있도록 만들어 준다는 걸요.
7.휴...뭐 그래요. 요즘은 삶에서 중요한 것은 살아있다는 느낌이라고 여기고 있어요. 그야 어렸을 때는 몰랐죠. 그 땐 살아있다는 느낌을 얻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었거든요. 하루하루가 힘들었기 때문에 매 순간 리얼하게 살아있는 느낌을 느껴야 했어요.
하지만 늘 그렇듯이 현실을 진단하는 건 똑똑하지 않아도 할 수 있어요. 약간 똑똑하면 솔루션도 만들어낼 수 있겠죠. 그런데 현실을 진단하든 해법을 내든 별로 바뀌는 건 없어요.
중요한 건 의지력이거든요. 바라는 게 있어도 몸을 움직여서 실행할 의지력이 없으면 매일 매일 똑같은 신세로 사는 거죠. 하긴 그래서 술집에 가는 거겠죠. 아무리 성의없이 굴어도 성의있게 대해주는 유일한 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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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은 treasure, diamond를 연습하고 있어요. 노래를 불러야 하거든요. 어지간하면 노래를 불러야 할 상황 자체를 잘 만들지 않아요. 모임에 가서 노래방에 가는 코스가 끼면 그냥 빠지곤 하죠.
피할 수 없이 노래를 불러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면 그냥 아는 걸로 때우지만 오늘은 Q의 가게에서 계왕권을 쓰기로 해서요. 계왕권을 써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Q를 묶어놓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모처럼 사람-npc가 아닌-을 묶어놓고도 성의없게 굴면 얻을 수 있는 게 없어요. 눈앞에 있는 사람이 노래 세 곡을 부르면 어쩔 수 없지만 나도 한 곡씩은 불러야 하죠. 6시 전에는 퇴근시간을 피해서 운동을 가야 하니 연습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요.
몸만들기 운동도 그럴거란 생각이 드네요.
가벼운 운동도 안빠지고 매일하다 빠진 날은 운동 시작하기 전 처음보다 못한 상태가 돼요 중독은 병입니다.
오래 사는 사람의 특징은 병 없이 그냥 사는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