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미워서 집을 나갔어요


말도 없이 이사해 독립한지 어언 2개월차인데

엄마가 직장으로 찾아오시겠다지 뭡니까

오늘 출근했는데

오후 내내 일은 하나도 못하고 울었어요

카톡 답을 했어요

오후 내내 엄마도 우시겠죠

이러고선 저녁엔 남자친구 어머님 입원한 병원에 병문안 가요.

내 엄마는 울리고 남의 엄마 문안 여쭙는 멋진 하루에요.











오지 마세요

자꾸 직장으로 찾아오시면 어떡해요

기껏 안 마주치고 숨 좀 쉬어보겠다고 나간 사람한테

왜 자꾸 의사는 묻지도 않고 찾아와요

내가 얼마나 만만하면.



그릇 가져가라고 말할 거였으면

내가 머그컵 몇 개 사왔을 때

부엌 좁다고 나중에 네 부엌에서나 사다나르라고 하지 마시지



내가 닭가슴살 샀을 땐 닭갈비인지 뭔지 쓰잘 데 없는데 돈 쓰지 말고

제 때 자고 제 때 일어나면 살 잘 빠진다고

유난떨지 말라고

네 살림 네 냉장고 생기면 그 때 채워나르라고 하시지나 마시지

(남동생2)가 닭가슴살 살 땐 단 한 마디도 안 했으면서.

네가 사놓은 닭가슴살 동생한테 양보 좀 하면 어떠냐고 

몰아세웠으면서.



선풍기 가져가라고 말할 거였으면

내 방까지만 문 닫아두고

거실에서 에어컨 켜면서 부르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수박이나 먹지 말지



10분만에 샤워하고 화장실 다 쓰고 나오라고

남처럼 구박하면서

하숙받는 사람에게도 그렇게는 말 못하겠더만

자긴 부모대접 못 받는다고 서운해 하지나 말지



내가 그렇게 걱정되면

(동생1)이 누나는 유부남밖에 만날 사람 없다고 할 때

가만히 듣고 있을 게 아니라

누나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냐고 

따끔하게 야단치셨어야지



아주 어릴 때부터

애들이 누나 취급을 안 해줬는데

그게 다 누구 때문이었겠어요.



나 수능치고나서도

다른 애들 다 놀러다닐 때에도

(동생1)이 고3이니 공부 분위기 조성해야 한다며

놀긴 커녕 늦잠도 못 자게 하고.


대학생 때 술 좀 마시며 놀 수도 있는 거지

12시 조금이라도 넘길라치면

나라 판 매국노처럼 혼냈으면서.

덕분에 눈치 보며 벌벌 떠느라

남들 오늘 모인다 할 때 맨날 빠지는

재미없는 대학생으로 남게 만들고.



조금 늦게 들어왔기로서니

키스방 다니나고

딸년 창녀 취급하는 부모 밑에서.


남자친구랑 헤어져서 슬픈 와중에도

여자가 되어서

첫 남자랑 헤어졌냐고 비난하는 부모 밑에서.


언제나 내 편이라곤 들어줄 줄 모르던 부모 밑에서.

왜 착한 딸 하고 싶어 아둥바둥거리며 살았을까.





지금도 봐

이사 나가기 전날까지도

나가라고 언제 나갈 거냐고 제발 좀 나가라고 소리쳐놓고선

내가 오죽 그랬으면

조용히 혼자 좀 지내보겠다는데

거기다 대고

적당히 하라고 이제 그만 좀 하라고.



오직 가족이 화목해야 한다고만 전전긍긍

내가 뭐라도 얘기할라치면

맨날 나보고 너무 그런다고.

도대체 내가 뭘 너무 그런데

내가 봤을 땐 엄마아빠가 더 너무 그래요.



이보셔요들

나도 그 가족구성원이에요

내가 행복해야 한다구요

내가 조용히 입 다물고 참아서

가정의 평화를 지켜야 하는 게 아니고요.




혼자가 된 지금에서야

비로소 행복해요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거

그런 기본적인 걸로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


내 맘대로 하면서도

단 한번도 지각한 적 없는데.

왜 집에선 낙오자나 실패자처럼 취급받은 걸까.


왜 우리 엄마아빠는 

불 안 끄냐 빨리 자라 일어나라 밥 먹어라

앵무새처럼 반복했을까.

여긴 집인데. 

군대가 아닌데.

이 얘기는 아직도 주변 사람들이 안 믿어요.

진짜 그런 집이 있냐고.

진심이야

엄마 아빤 정상적인 부모가 아니에요.



트러블이 있어도

오직 돈으로 위협해서

입 다물게 하면 그 뿐인 부모.


이제 그 돈돈 거리며 협박당하던 거에서 벗어나니

돈은 못 모아도

나의 가난이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왜 이렇게밖에 안 되었을까

이런 고요한 행복이

왜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는 불가능했을까 생각하면

슬퍼서 아직도 종종 울어요


슬프지만 어쨌든 숨은 쉬고 사니까.

숨막혀 죽을 것 같은 것보단 훨씬 나으니까.

숨 잘 쉬고 잘 지내고 있어요.



얼마 전 갑자기 회사로 찾아오셨을 때에도

나는 최소한 미안하다거나 마음이 좀 어떠냐거나 하실 줄 알았는데

그 상황에서마저 돈 좀 줄까 하시더군요


그러지 마세요

돈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시려거든

어디 시장바닥에 나가서 하세요


직장으로 찾아오지 마세요

나의 살아보겠다는 발버둥이 우스운 게 아니시라면.




    • 마음 고생이 많으셨겠네요.. ㅠㅜ 힘내시기를.. 응원합니다!

    • 독립하신 거 축하합니다. 부디 꿋꿋하게 행복하시길. 주변에 아난님을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도요.

    • 전 상상도 하지 못 할 환경을 견뎌내셨네요. 훗날 가족을 이루게 되면 사랑을 듬뿍 나눠주기길 바랄께요.
    • 참 잘했어요. * 10000

    • 독립 축하드립니다! 행복하실 거예요! 힘 내세요!

    • 힘내세요..때로는 타인이 더 도움될 수도 있으니..얼굴모르는 여기서라도 힘을 얻으시길
    • 독립 축하드리고 힘내세요!
    • 독립 정말 잘하셨네요 나중에 연이 남아있다면 그때나.

    •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로는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피해가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이직은 힘드신가요? 그리고 우편물 고지서 주소 싹다 돌려 놓으시고요.

      독립하셨는데 세대주인 경우는 가족이 등초본을 뗄 수 있기 때문에 추적이 가능한가 보네요. 미리 조치하셨길 바라요
    • 고생 많으셨네요. 독립 축하드립니다! 행복하시길 바라요.
    • 제가 독립했을때 생각이 나네요. 집에서 숨죽이기 싫어서 회사에서 야근한다고 집에 일부러 늦게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게 너무 너무 행복했어요.


      부모라고 다 같은 부모 아니에요. 이제 와서 제 어머니는 너는 왜 이리 나에게 화만 내냐고 난리지만 저는 이제 엄마 보고 싶지 않으면 안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부모라도 이제는 경우 없는 행동하면 봐주지 않을 만큼 저도 힘이 있거든요. 힘든 시절 다 이겨내셨으니 앞으로도 잘 하실 겁니다. 독립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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