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 혼밥은 사회적 자폐
이미 다른 게시판은 다 쓸고 간 이슈라서 쉴 대로 쉬어버린 떡밥이지만요,
김어준과 황교익이 대화하는 8분 남짓 되는 클립을 보고 나서 든 생각입니다.
"사회적 자폐"라는 문제적 표현을 빼고 나면 한 번 생각해볼만한 말 같습니다.
물론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사회적 자폐"라는 표현 자체도 문제가 있지 않나요? 비사회적 자폐도 있나요? 자폐라는 게 병명(진단명)이 되기 이전에 증상을 묘사하는 단어로 먼저 만들어진 것 같은데.
"자폐"라는 단어가 묘사하는 증상은 다른 사람과 교류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행동양식인 듯 한데요.
그렇다면 자폐라는 단어 그 자체가 이미 비사회적 혹은 반사회적 행위를 일컫는 말이기 때문에 "사회적 자폐"는 불필요한 수식어가 덧붙여진 좋지않은 조어라고 보여요.
뭐 그건 중요하지 않구요.
그것보다 마음에 안 드는 건, 꽤 오랫동안 유행을 타고 있는 진화생물학의 설명방법을 동원해서 혼밥을 비판하려고 하는 황교익의 시도가 논리적으로 매끄럽지 않다는 겁니다.
황교익의 논리는 이거죠. (1)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같이 밥을 먹는 생활을 해왔고, 인간의 몸은 같이 밥 먹는 생활에 맞게 진화했다.(2) 혼밥은 진화를 통해 함밥("함께 밥먹기")에 맞추어진 인간의 몸을 불편하게 한다. (3) 혼밥은 인간에 해로우니 함밥을 해야 한다.
(1)에 대해서 황교익은 김어준과의 대화에서 설명합니다. 인간이 먹기 어려운 음식도 먹어야 할 때가 있는데, 그 때 함밥을 하면 맛없는 음식도 먹어지게 된다. 함밥을 하는 개체들은 먹기 어려운 음식도 먹어냄으로써 기근을 견뎌냈고, 혼밥을 하는 개체들은 그러하지 못했다. 기근이나 전쟁 같은 시기를 견뎌낸 유전자는 함밥 유전자이고, 혼밥 유전자는 대부분 소멸했다.
과연 그럴까요?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대기근 같은 재앙적 사건들이 큰 영향을 주었을 거라는 건 쉽게 상상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대기근을 견뎌내는 방법으로서 함밥이 유리했다는 설명은 약간 갸우뚱해지는 지점이죠.
함밥이 대세가 된 이유를 다르게 설명할 수는 없을까요? 함밥이라는 행위는 인간 사회에서는 사냥/채집에 대한 보상의 메커니즘 아니었나요? 그런 보상의 메커니즘이 잘 작동하는 부족들은 잘 살아남고, 보상 메커니즘이 허술한 부족은 혼밥이 대세였는데 허술한 보상메커니즘 때문에 다른 부족과의 전쟁에서 패배해 사라졌다고 설명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황교익이 혼밥/함밥의 진화생물학적 설명방식을 단정적으로 제시하는 장면에서 좀 놀랐습니다. 진화생물학에 대해서는 비전문가이면서 어떻게 저런 자신감을!!
다른 설명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저는 진화생물학 쪽 전문가가 아니라 혼밥/함밥을 설명하는 정립된 이론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2)와 같은 주장은 "우리 몸은 석기시대" 같은 책에서 주장하는 논지입니다. 인간 문명이 기원 후에 급격히 발달하면서 식문화도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인간의 몸이 진화하는 속도는 엄청나게 느리고 여전히 인간의 유전자는 석기시대 인류의 유전자와 거의 같다. 석기시대에는 식문화의 변화 속도가 빠르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의 몸과 식문화는 싱크로율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싱크율이 엄청 낮아져 있고, 점점 싱크율이 낮아지고 있다. 낮은 싱크율은 몸에 해롭다. 이런 논리 흐름입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이런 논리 전개를 황교익의 혼밥/함밥 주장에 적용해보면 어떨까요?
인간의 몸은 대기근 시기에 먹기 힘든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함밥을 하게 진화했다. 인간은 먹기 힘든 음식을 먹어야 할 때는 함밥을 하는 경향이 있다. 현대에도 대기근이 발생해서 먹기 힘든 음식을 먹어야 한다면 인간은 함밥을 하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가 논리적 귀결이겠죠. 하지만, 현대에는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대기근이 없어졌습니다. 이제는 대기근을 넘어가기 위해 칡뿌리를 생으로 씹어야 할 필요가 없죠. 그러니까 유전자 내에 프로그램된 함밥 스위치가 켜지지 않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혼밥을 한다 해도 유전자에 프로그램된 본능을 거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황교익의 결론과는 반대 아닙니까?
(3)의 결론은 (1)과 (2)가 허술하기 때문에 지지받기 힘든 주장 같은데요.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진화는 중단이 없는 과정의 연속이고 인간의 몸은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현대 문명의 발전 속도에 비해 인간의 진화는 턱없이 느리지만, 만약 혼밥이 생존에 유리하다면 결국 혼밥족이 함밥족보다 많이 살아남고, 혼밥 유전자가 대세가 되지 않을까요? 혹시라도 함밥족만 잡아서 납치하는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한다면, 지구에는 혼밥족만 남게 되고 그들의 자손이 자손을 낳고 자손이 아브라함을... 해서 혼밥이 몸에 맞는 사람들만 사는 지구가 되는 급격한 진화를 겪을 수도 있으니 뭐 완전히 불가능한 상상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뭐?)
오오 그렇게 혼밥족이 지구를 점령하는 날이 오는 거군요! 아름다운 미래를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__)
[인터뷰] 황교익 "'혼밥'으로 내모는 자본 횡포 직시하려 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79&aid=0002993615
오늘 인터뷰 기사가 떴더군요. 무려 '자본의 횡포'에 대한 저항으로 자신의 발언을 포장...
흔히들 착각하는 게 자본에 의한 공동체의 파편화를 극복한답시고 공동체의 회복을 강조하는데
이때 공동체에 내포된 전근대성에 대한 비판은 사라지죠.
이것과 관련해 어떤 선생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근대적 공동체의 회복이 아니라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으로서 '사회'라는 근대적 기획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황교익이 참조했으면 하는 발언이네요.
황교익은 근데 저번에도 자신의 주장에 논란이 일자 "나는 맛 칼럼니스트이지 사회학자가 아니다"란 말로 내빼지 않았나요?
이번엔 "나는 생물학자가 아니다" 뭐 이런 말로 내빼진 않으려나 ㅋㅋ
그런데 혼밥 저렇게 마다하는 사람들은 남의 밥상은 얼마나 차려본 적이 있나 모르겠어요.
남의 밥상 차리다보면 'XX, 지 밥상 지가 알아서 차려먹으면 좀 좋아' 싶을 때가 많단 말입니다.
해당 방송내용 몇 주전즘 아니었나요? 당시 학자가 학술지에 발표하는 논문도 아닌 글 써서 먹고 사는 사람의 주관적 견해로 즉, 독특한 해석 내지 시선의 하나로 치부하고 넘어갈 정도였는데; 이런 진지한 반응들이 좀 신선하네요;;
다만 한가지 아쉬운 부분은 있었습니다. 삼겹살이나 삼계탕에 대한 기존의 대중적 시각, 일반적 통념의 뒷통수를 시원하게 후려패는게 황씨의 매력포인트였는데 '혼밥'은 좀 핀트를 잘못 맞춘거 같아요. '혼밥'은 아직 한국에서 주류적 문화, 지배적 문화가 된적이 없어요. '한국적' 식당들 대부분은 혼자 와서 밥 먹을 수 밖에 없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매우 형편 없었거든요. 이제야 조금씩 혼밥족들을 고려한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는터에 뭔 호들갑스러운 반응(황교익의 혼밥에 대한 반응) 인지 좀 뜨악했어요. 뭔 말을 하고 싶은건지는 알겠는데, 그닥 심각하고 신중하게 고민하지 않고 툭 내뱉은 말을 뒤늦게 수습하는 인상을 줍니다. 그런데.... 본인이 무슨 학자도 아니고 수습 같은거 하려고 하지 않았음 좋겠어요. 저널리즘 분야에 일을했던 관성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냥 해오던 대로 되는 말이던 안되는 말이던 뒷통수 휘갈기는 좀 다르게 보고 이야기 하는 태도를 유지하면 충분하지 않나 싶습니다. 김어준의 표현을 그대로 빌자면 '동심파괴자' 로서 말이죠.
뉴스공장인가요? 뉴스공장에서 젤 재미없는 코너라 유일하게 스킵하는 부분인데 찾아 들어봐야겠네요. 그나저나 혼밥이 이럴일인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