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이 끝났네요.
그래도 1년에 한번씩은 꼭 기다렸다가 가슴 두근거리면서 보게 되는 드라마가 있어서 다행이예요.
작년이 시그널과 디어마이프렌즈였다면 올해는 단연 비밀의 숲이네요.
1화에서 살인사건이 나고 곧 상해사건이 나는데
12화에 와서야 범인이 누군지 밝혀지고
13화에 다시 살인사건이 나는 구성이라니.
한 살인사건을 가지고 검찰과 경찰을 저렇게 찬찬히 다 둘러보면서 보여줄 거 보여주고 깔 것 깐 작가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어요.
연출은 어떻구요. 좋은 각본을 망치는 연출은 너무나 흔하죠.
저는 영검 죽고나서 충격받은 황시목이 병원에서 쓰러졌다고
응급실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카메라도 같이 흔들리는 거 보고 깜짝 놀랐다니까요.
보는 시청자도 어지럽게 만드는 연출.
사전제작의 득을 톡톡히 보는 잘 계획된 촬영이 아주 돋보였어요.
배우는 말하면 입아플 듯.
감정없는 황시목 검사가 표정으로만 의중을 전달하고
일잘하는 한여진 경위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경찰다운 경찰로
용의자가 황검사일 때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죠.
그러면서 따뜻하고 배려하고.
검사들도 그렇고 경찰들도 그렇고 배우 복도 많아요, 이수연 작가님.
어제 마지막회에서 특히 리얼함이 느껴졌던 건 뭐냐면,
이창준이 마지막 선물인 큰 서류가방을 들고 황시목이 나타나자
강원철 검사장이 자기 명패 가리키며
'나 이자리 잃기 싫어'합니다.
그러나 곧 검사들이 몰려와요.
황시목이 브리핑을 하고 가방안에 있는 서류와 usb등을 나눠주자
검사들의 눈치를 보고, 또는 분위기에 동화되어
강원철도 바로 합류하죠.
해보자고, 끝까지 해서 반격당하지 말자고 수사개시를 지시합니다.
역시 혼자는 힘든거죠. 남들의 눈치도 좀 봐야 하고 으쌰으쌰도 해야 됩니다.
작은일이라도 시작할 용기가 나죠, 함께라면.
서동재, 김가영 다시 옛생활로 바로 복귀하는 것도 현실적이네요.
남편 무덤에서 술을 뿌리면서 '얘기하지 그랬어'하던 연재도 부친 부재라
한조그룹 대표이사 바로 이어받는 것도 현실적이죠.
별 변화는 없겠지만 좀 다른 리더쉽을 기대할 순 있겠죠. 세대가 바뀌는 거니까.
윤과장이 한참 어린 박무성의 유가족 아들에게 존대말로 죄송합니다 몇번이나 사과하는 장면, 좋았어요.
유가족의 마음을 이해하긴 하지만 다들 그렇게 나섰다간 공동체가 살아남을 수가 없겠죠.
한여진, 영은수같이 일 욕심 많은 여주인공, 연애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여주인공 더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있네요.
*이 드라마로 새삼 발견한 한국의 놀라운점
-적어도 서울이라면 CCTV로 모든 인간의 모든 행적이 복구가능할 듯. 후덜덜하더군요.
한경위가 우실장 행적 조사하는 것.
-역시 가장 서울서 낭만적인 곳은 옥탑방인가...
-검사와 경위의 봉급차이는? 왜 주거지 차이가 이렇게 나는 거지...
-과학수사 상당히 발전한 듯. CSI하나도 안 부러웠음.
저는 황시목검사가 영검사 부검 끝내고 화장실에서 손씻고 거울보는데 주먹쥔 손끝에 물방울이 하나씩떨어지는 장면을 보고 허걱했습니다..한장면도 버릴게 없더라구요....
루카ppl이랑 조르지오아르마니는.... 머 그정도 광고는 애교죠...머....
그 립광고 없었으면 배두나와 조승우의 입술어때요 대화가 나올수 없었을테니 저는 그마저도 좋았습니다..
전 이 드라마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모르겠는데... 애니하우님처럼 감탄, 찬양, 분석하는 분들의 글이 재밌어요.
시청자들의 수준이 참 높은 거 같달까.
시청률이 5,6에서 왔다갔다한걸 보면, 중간에 유입되는 시청자들을 못잡은 거 같아요.
어렵기도 했고. 인터뷰같은 거 보면 작가님이 긴 시간 동안 작품을 준비한 것 같은데,
다음 작품은 꼭 시청률도 잘 나왔으면 좋겠어요. 어떤 걸 쓰실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