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충이 극히 드문 이유

어제 아내가 글을 쓰러 나간다고 아이와 함께 뭘 하라고 합니다.

평소 로망이 아이와 함께 미술관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 갔습니다.

아이는 시청 분수대를 힐끗보더니 분수는 무섭다며 가지 않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지금 하이라이트전을 합니다.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죠.

아이는 보는 작품마다 무섭다며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아이의 나이가 아직 미술관에 올 만큼 들지 않았나봅니다.

아이는 미술관 계단 오르내리기에 흥미를 보이며 여러번 왔다갔다 하더니 아까 봤던 분수대에 가자고 합니다.

시청 분수대에 가니 쉬는 시간인지 분수는 꺼져 있고 안내푯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슬슬 유모차를 밀고 광화문 쪽으로 향했습니다.

광화문 광장의 분수나 교보문고 유아코너에 가려고 했죠.

아이의 선택은 광화문 광장의 분수였습니다.

처음에는 주저주저 하더니 조금 옷이 젖기 시작하면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옷이 흠뻑 젖었은 상태에서 아빠도 들어오라며 성화를 부렸습니다.

나는 아이에게 핸드폰이 젖으면 안된다는 핑계를 대며 몸을 사리며 놀았습니다.

아이는 핸드폰을 유모차에 있는 가방 안에 넣으라고 했습니다.

아이 말에 핸드폰을 가방 안에 넣고 신나게 놀았습니다.

아이도 나도 흠뻑 젖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아이가 한참 재미있게 놀다가 분수 밖으로 가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아이가 홀딱 젖었는데 갈아입을 옷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아내에게는 분명 미술관에 간다고 나간거였거든요.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리저리 우왕좌왕.

일단은 아이의 바지를 벗겨 쥐어짰습니다.

물이 흥건히 흘러 나왔습니다.

그렇게 해도 아직 아이 옷은 젖어 있었습니다.

아이는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그때 구세주가 나타났습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부부가 저에게 큰 수건과 아이 옷을 건네 준겁니다.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우물쭈물 하니 옆자리 여성분이 자기 아이에게 작다는 이야기를 덧붙혔습니다.

옆자리 부부 덕분에 아이는 물기를 닦고 뽀송거리는 옷을 입을 수 있었습니다.

그 부부는 배고파 하는 아이에게 과자도 하나 주었습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이십여분이 지난 다음 조금 밖에 마르지 않은 옷을 다시 갈아입히려니 옆자리 여성분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냥 준거라고 말을 하더군요.


집에 오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맘충이라는 단어가 일반적인 반면 파파충이란 단어는 드물게 보일까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결론은 아빠가 육아를 담당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주변의 시선이 엄마에 비해서 따뜻하다는 겁니다.

그게 당연한 것인가?

그렇지는 않죠.

첫째로 아빠와 엄마가 공동으로 육아를 하는데 누구는 엄격하게 누구는 따뜻하게 대하는 것은 아닌 거죠.

둘째로 맘충이라는 단어가 너무 광범위하게 쓰인다는 겁니다. 걸핏하면 맘충이라고 말하는게 온당하지는 않죠.

누구나 아이를 키울때 초보자로 시작합니다. 경험 없이 이것저것을 하게 되는데 남자라고 우대를 받고 여자라고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아닌 거죠.

저는 맘충이라는 단어의 유래를 교보문고 식당 사건(주변을 보지 않고 식당을 뛰어가던 아이가 뜨거운 국물을 들고 오던 사람에게 부딪쳤는데 그 아이 엄마가 부딪친 사람을 고소하겠다며 난리를 친 사건)에서 시작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걸핏하면 맘충이라고 말하는 세상.

맘충이라는 단어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아이와 특별한 날이었네요.

    • 옆자리 부부가 멋졌네요. :) 언젠가 사팍님도 누군가에게 선뜻 아이 옷을 건네시길...!

    • 좋은 결론이네요. 맘충이란 말이 진짜 손가락질 할 대상은 '충' 수준의 인간이지 '맘'이 아니죠. 남자나 여자나 가리지 않고 '충'들의 비율은 일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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