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케르크와 군함도(스포 포함)

덩케르크를 봤습니다.

잘 만들었더군요.

그래서 군함도가 더 형편없게 느껴졌습니다.


류승완감독은 조선인 중에서 배신자가 없었겠느냐라며 군함도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군함도에서 조선인 지도자로 나오는 이경영이 어김없이 배신을 하더군요.

근데 그러면 안됩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가 중요한게 아닙니다.


왜냐고요?


덩케르크의 예를 들겠습니다.

덩케르크에서 민간인 어선 징집 장면이 나옵니다.

실제로 많은 선주가 직접 덩케르크에 몰고 갔답니다.

근데 영화에서는 표현이 되지 않았지만 그 이유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배가 상할까봐였습니다.

웃기죠.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런 사실을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영화는 집중합니다. 

전쟁에서 군인들의 처절한 상처를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영화는 전쟁의 참상과 탈출을 위해서 몸부림 치는 사람과 그들을 구출하기 위한 노력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 영화는 관객에게 많은 상황을 체험하게 해줍니다.


근데 군함도는요?

군함도라는 장소가 탈출 영화의 오브제로 쓰였을 뿐입니다.

조선인이 하나로 뭉쳐 뭔가를 할 것 같다가 계속 분열하고 또 하나로 뭉쳐 뭔가를 할 것 같다가 분열하고 그런 상황이 반복됩니다.

계속 그런 식입니다.

황정민은 누가 봐도 군함도의 주인공입니다.

황정민은 걸핏하면 조선인이라서 이렇게 산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감독은 주인공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덩케르크에서 영화가 끝나고 마지막 엔딩 크레딧 올라가기 직전 이런 자막이 나옵니다.

이 영화는 덩케르크 작전에 참가했던 모든 분들에게 바칩니다.

군함도는 영화 시작하기 직전 이렇게 자막이 뜨죠.

이 영화는 군함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맞을 겁니다.)

둘의 의미는 확실히 다릅니다.


류승완 감독인 이상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군함도는 역사영화라는 탈을 쓰고 대중오락영화를 말입니다. 

이야기에서 소재를 사용할 때는 그 의미와 주제를 세밀하게 다듬어야 합니다.

군함도는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다른 면에서는 확실히 실패한 영화입니다.   

    • 황정민 같은 캐릭터를 왜 주인공으로 삼았는지 저도 참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덩케르크에서는 처음 보는 무명의 신인 배우가 주인공이잖아요. 당시 실제 참전했던 갓 스무살 언저리의, 수많은 평범한 말단 소년병들을 대변하기에 제격인 캐스팅이었죠. 감정이입도 효과적이었고, 유명 배우들은 오히려 조연으로 나와 무게감을 더해줬고요.


      근데 군함도는 그처럼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백하게 그려져야할 소재를 선택했음에도, 피해자 집단을 전형적으로 대표할만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지 않았어요. 굽실거려 잘 먹고 살고 끝까지 자기 딸만 위하는 전혀 감정이입이 안되는 인물이 주인공이니, 주제의식도 흐려지는데다 막판에 그렇게 신파를 찍어도 감흥이 없죠.


      군함도 얘기에 조선인끼리 반목하는 내용이 주가 될만큼 나오는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니, 요새는 친일파 비판 영화라고 뭍밑 홍보를 하는거 같더군요(...)

      처음에는 대놓고 애국심 마케팅을 하더니 사실은 그냥 블록버스터 영화였고, 그 와중에 친일파 비판도 해야하고 액숀도 넣어야 하고 탈출 스토리도 있어야 하고.. 욕심이 너무 과한 영화였어요.
      • 류승완 감독은 이야기를 너무 편하게 가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 후폭풍은 생각하지 못한채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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