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전에 EBS에서 굿 윌 헌팅


해주길래 맥주 한 캔 하면서 보고 왔어요.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이전에 못 봤던 장면,

놓쳤던 대사들이 들어오면서 새삼 좋네요.

그리고 굿 윌 헌팅 하면 듀게가 떠올라서 영화만큼이나 오랜만에

게시판에 방문했습니다.


윌과 션이 부둥켜 안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이 필요했나 생각해봅니다.

치료자로서 션이 가진 능력만으로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특정한 상담 기법만으로도 설명할 수 없고요.

오히려 션은 사랑하는 아내와 사별한 상황이었고,

윌은 이제 막 사랑하는 여자를 만난 상태였다는 점이라든가,

두 사람 다 어린 시절의 학대 경험이 있다는 것과 같은,

두 사람의 의지와는 상관 없는 요소들의 중요성이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요소들만으로 저절로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여튼 두 사람의 만남에는 의도나 의지를 넘어선 화학작용 같은 게 있었다고 생각하고,

그런 화학작용은 늘 저에게 마법처럼 보입니다.

아름다운 영화가 만들어내는 어떤 것도 마찬가지의 마법이지요.

그런 마법이 일어난 순간들을 듀게에서 몇 번쯤 지켜볼 수 있었고,

그게 제게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기왕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까, 영화에서 일어난 마법에 대해

제 나름의 얄팍한 분석을 시도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션은 윌에게 많은 조언을 해줬지만, 그렇다고 션이 완벽하고 완전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았죠.

어쩌면 서로에 대한 공감대 위에 션 또한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면을 지닌 채

그러나 삶이라는 바다에서 자신의 키를 놓치 않고 항해해온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윌이 션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삶에서도 키를 잡아보는 힘이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션이 그린 그림과 그에 대한 윌의 섣부른 해석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어요.


물론 "It's not your fault."의 힘도 어마어마하지요.

하지만 두 사람이 쌓은 관계가 토대가 되지 않고서는 

처음 저 말을 들었을 때 윌의 반응처럼, 어깨를 으쓱하며 '나도 알아' 하게 되는 말이잖아요.

나도 알아, 내가 몰라서 이러는 줄 알아? <- 이렇게 잘못하면 역효과를 내기에 충분한;;;


그리고 오늘 새롭게 들어온 대사는 "give it a shot!"이에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게 어려운데,

상처 받는 게 두려워서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요즘입니다. 

연륜이란 게 쌓인다면 회복력도 함께 증가했음 좋겠는데 말이죠.

그렇게 용기를 잃을 때, 굿 윌 헌팅 같은 영화를 보면 

마음이 좀 말랑해지면서, 그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



맷 데이먼의 앳띤 얼굴과

이제 이 세상에 있지 않다는 게 믿기지 않는 로빈 윌리엄스를 보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슬프지만 좋았어요. 좋은 영화는 힘이 쎄네요. 굿 굿 윌 헌팅!




    • 천재 작가의 천재 이야기죠.

    • 오랜만에 다시 보니 좋았네요. 국가안보국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속사포 해명도 기억에 남고 엘리엇 스미스의 음악도 좋았네요. 벤 에플렉과 맷 데이먼과 로빈 윌리엄스의 과거 시절을 다시 보게 된 것도 좋았구요. 천재의 삶이냐 평범한 삶이냐의 딜레마를 다루는 구스 반 산트 감독의 화법이 새삼 와닿더군요.

    • 저도 마음이 울적할 때면 늘 꺼내보는 영화인데,, 볼때마다 로빈 윌리엄스 때문에 눈물나요.
    • 영화도 영환데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갑툭튀했던 엘리엇 스미스를 정말 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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