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이 사라졌어요
그리스 신화를 보면 신발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윤기씨가 쓴 책에 그런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하죠. https://parkersland.wordpress.com/2014/12/24/monosandalos-%EC%8B%A0%ED%99%94-%EC%86%8D-%EC%8B%A0%EB%B0%9C/
요즘에야 그런 상징성을 가지고 신발을 해석하는 경우가 없겠지만 어제 제 신발이 사라졌습니다.
갑자기 신발에 의식이 생겨서 제발로 어디를 가지는 않았을 것 같구요. 출장가서 전주 팔복 피순대라는 곳에서 순대국을 맛있게 먹고 나오는데.. 멀쩡한 제 운동화는 사라지고 어디서 다 낡아빠진 그래서 차마 발을 넣기조차 꺼려지는 낡은 신발 한짝이 있더라구요.
CCTV는 모양 뿐인 물건이고.. 당최 그 짧은 시간에 남의 신발을 신고 사라진 사람이 누굴까.. 물론 남겨진 신발의 주인을 안다면 당연히 찾겠지만 일도 해야 하고 일부러 식당주인을 잡아가며 내 신발 내놓으라고 할만큼 새신발도 아니어서 주인 아저씨 낡은 신발을 신고 오는 걸로 퉁치고 말았습니다.
낡은 신발이 뭔가를 상징한다면.. 그건 과거의 액운이라거나.. 노력했는데도 보상을 못받게 만든 장애물이라거나.. 이유없이 시시때때로 가족들에게 끼어들던 불화였으면 좋겠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했고 그만큼 나에게 편안함을 주었던 신발이라 아쉽지만 그렇게 생각하기로 마음을 다잡아 먹습니다.
그리고.. 같은 신발을 다른 소재로 지르게 되어버린 어제. 한줄로 요약하면 새신발을 샀다... 정도 일 것 같네요.
그나저나.. 요즘같은 시기에 신발 잃어버린 분들 또 계실런지.. 휴..
왜 신발이 정체성을 상징할까 생각해 보니 아무리 멋지고 좋아도 내 발에 맞지 않으면 쓸모없는 것이어서
그런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신발만큼 길이나 너비, (발등까지의) 두께, 재질까지 모든 것들에
예민한 의류가 없는 것 같아요. 안 맞으면 일단 발이 아파서 견디질 못하니... 갑자기 신발이 담고 있는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궁금해지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신발이 없어져서 황당하셨겠어요.
어디서 그러죠? 신발 가지고 가세요,
정말 어이없고 화났겠어요.
난 누가 내우산 지꺼 놔두고,그냥 비맞고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