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청춘시대 2 후기
청춘시대1을 보고 폭풍 감동했으며 시즌2를 원했지만 시청률이 너무 낮았던지라 '설마 제작되겠어?'라고 기대도 안 했었죠. 그런데 깜짝선물과도 같이 시즌2가 나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 jtbc 아주 칭찬해..!
그런데... 다 보고 난 소감은... 화도 나고 찝찝하고 허무하네요. 배우들은 다 제 역할을 잘 해냈어요. 작가와 연출도 그대로인데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걸까요?
바빠서 이번 주에야 정주행 시작했어요. 1화는 느닷없이 스릴러였고 좀 억지스런 느낌은 있었지만, 신선한 느낌 주려고 예고편처럼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구성했나 싶었어요. 그런데 시즌 전체가 스릴러였을 줄이야.
1. 조은에게 치마 입히기, 이성애자 정체성 씌우기는 너무 고루해서 시공간이 오그라지는 기분이었어요.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앰버에게 포토샵으로 긴 머리를 덧붙이는 것과 똑같은 짓을 왜 이 드라마에서 보고 있어야 하는 거죠? 게다가 순진한 소녀가 우연히 벗은 몸의 남자와 마주쳤는데 그 남자와 사귀게 되는 설정은 클리셰 중의 클리셰라서 내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기분이었어요. 게다가 조은과 서장훈은 서로 전혀 끌리지 않아 보였고, 교감할 만한 부분도 없었는데 걍... 사귑니다. 대체 왜?!!
2. 조은의 어머니는 남편의 바람을 용서하지 못해 8년 동안 이혼 안 해주고 버티며 버림받은 상처가 히스테리로 나타납니다. 하아... 이 쌍팔년도 같은 설정은 뭐죠. 제 주변의 잘 사는 이혼녀들을 생각하며 이마짚.
3. 유은재가 실연으로 허우적거리는 내용이 시즌 내내 지속되네요. 유은재에게는 다른 스토리가 전혀 없어요. 실연 후의 찌질한 모습을 낱낱이 보여주는 건 괜찮지만, 너무 길어지니 보다가 지치네요. 연애에 연연하는 여성 역시 시즌1에 비해 퇴행적입니다.
4. 정예은의 친구 둘과의 갈등은 너무 뜬금포예요. 아무리 정예은 뒷바라지가 힘들었다고 해도 앙심을 품고... 이건 너무 나갔잖아요. 그리고 그 뒤의 감정선도 너무 개연성이 없어요. 아니, 그런 협박을 했다는 걸 들키고도 어떻게 그 자리에 앉아서 와인을 마시는 겁니까. 그리고 예은에게 문자테러한 친구는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취업준비로 힘들어 하는 대학생이라고 하기엔 맨날 신부화장에 고데기 머리에 레드카펫 밟을 것 같은 드레스 차림이에요.
5. 정예은의 새 남친, 사회성 없는 범생이 공대생 캐릭터는.. 역시 이마짚. 이과생들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캐릭터로 만든 무사안일한 설정입니다. 볼 때마다 화났어요.
6. 문효진의 애인이 하메들을 살해하려 했는데 어떻게 경찰에 신고도 안 하나요. 그 집에서 어떻게 그대로 사나요. 전기충격기로 범인이 기절했을 때 왜 그 공간에서 다들 뛰쳐나가지 않고 벌벌 떠는 거죠?
7. 송지원은 워낙 말도 안 되는 사고를 많이 치기도 했지만, 마사지숍에서 직원에게 거짓말하는 건 좀 심했어요. 그런 모습을 보고도 임성민은 아무 소리도 안 하는 것도 이상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트폭력의 트라우마가 길게 지속되는 모습을 드라마에서 진지하게 다루다니, 이건 모두가 시청해야 할 계몽 드라마가 분명해! 라고 혼자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아동성폭력 피해자를 중심에 놓고 죄책감, 속죄, 내가 나도 모르게 준 상처 등에 대해 숙고하게 해서.. 저도 어제 밤에는 고등학교 시절의 성폭력 꿈을 꾸었네요. 이건 기회가 있으면 언제 긴 글로 다시 써야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이진광(헤임달)이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제발 핸드폰 한 번만 빌려주세요..' 하고 행인들에게 사정하는 장면에서 가슴이 가장 먹먹하더군요.
스포일러가 있을까봐 후기들을 피해다녔는데.. 방금 듀나의 후기를 읽었는데 저랑 거의 비슷한 평이군요. 다만 듀나와는 다르게 저는 윤진명의 스토리라인은 괜찮다고 봤어요.
그러네요. 4화 정도 징징거렸을 은재는 14화 내내 징징, 4화 정도의 짧은 인연이었을 헤임달은 메인 스토리텔러 중 하나로 등극...
그냥 길게 늘인 것이었다면 캐릭터 성격이 그대로 유지되면 되지 왜 퇴행씩이나 했을까요. 레드퀸 이펙트인가..
시즌 1부터 보세요. 숨겨진 걸작입니다. 시즌 2는 기대했다 실망해서 그렇지, 다른 드라마와 비교하면 여전히 감지덕지, 이 정도면 어디야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