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산.

최근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답답함을 걸치고 시간을 보냅니다. 삶을 지탱하는 것들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몇 개의 두터운 지지대들은 현재의 제 위치를 잘 붙잡아 주고 있으며, 공을 들인만큼 단단하게 고정해 줄 수도 있습니다. 그 위를 덮는 피륙을 선택하는데 시행착오를 하는 기분입니다. 시간의 뼈와 연골을 채워넣을 때, 불 조절을 부주의하게 하여 연골이 다 녹아 없어진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 되면 일주일과 한 달이 금방 사라져버립니다.


시간의 산을 오를 때는, 고생스러운 만큼 걸음 걸음이 몸에 박혔다면, 현재는 시간의 산에서 손에 아무것도 붙잡지 못한 채 계속 굴러떨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후크도 얼음 도끼도 없이 꾸준히 굴러 떨어지다보면 주말에 도착합니다. 주말과 평일이 다른 점이 있다면, 눈을 뜨고 굴러 떨어지느냐 눈을 감고 굴러 떨어지느냐 정도 인 것 같습니다. 알 수 없는 불안감과 답답함으로 매 주 낙하감을 맛 봅니다.


현기증 날 것 같은 빠른 속도에 적응할 것인지, 비탈길에 구멍을 뚫고 징을 박아 넣을 것인지 고민합니다. 사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를 고민하는건 아니고, 어떻게 하면 이 빠른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을까, 늦출 수 있긴 할까 고민하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해도 시간이 느려지진 않습니다. 공부, 독서, 관람, 만남, 운동, 살림... 분량이 고정되어 있는 것을 시작하려면 조바심에 가득 찹니다. (2시간 영상을 보고 난다면 2시간이 소모 되며, 2시간 후로 이동해 있을 자신을 생각하는 것처럼.) 분량이 고정되어 있지 않으면 어림짐작으로 예측하려 합니다. 그리하여 선택 가능한 시간에는 알 수 없는 것들로 채우게 됩니다. 보통은 선택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후회할 것들로.


시간의 빠른 흐름에 적응한다는건 어떤 것일까요? 내가 가용할 수 있든 없든, 앞으로의 시간들이 오래 전과는 다르게 아주 적은 기억만 남길 거라는걸 받아들이는 것 말입니다. 정리해보니 아직도 과거의 감수성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네요. 앞으로 내가 거쳐갈 일과 후 6시간은 과거의 1시간 만도 못할 것이고, 이틀 간의 주말은 4시간 정도도 안 될 것이다는 것을요. 붙잡지 못하면, 받아들여야 하겠네요.


혹시 같은 경험을 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어떤 선택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참 빨리 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뇌과학자는 그게 단지 느낌만이 아니라 우리의 뇌가 나이 먹을수록 퇴화되어 단속이 잦아져서 그렇다는군요. 정확히 기억 안나니 대충 전하자면, 예를 들어 20대 초반까지는 1분 동안 0.1초 정도 10회 가량 정도의 단속구간이 있었다면  40대 넘어서는 같은 1분동안 0.3초 정도 20회 넘는 단속 구간이 발생한다는 거죠.   조형적으로 설명하자면 속이 꽉찬 두부같던 뇌가 시간이 지날 수록 구멍이 숭숭 뚫린 해면체가 되는;  그래서 시간이 점점 빨리 지나가고 ‘시간의 산’에서 굴러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지는건 생체적 노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흐름이고 그것을 지연하는 방법은 결국 뇌건강을 지키는데 있다고 하더군요. 가장 좋은 방법은 ‘산책’ 같은 가벼운 운동이라고


      이상 뇌과학자의 주장이고


      전 주중에 최대한 노력해서  잠시라도 브레이크를 겁니다.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것들 중 최대한 많은 것을 중단하는거죠.


      가장 확실한 것은 멍 때치는거.... 그런데, 별로 효과가 있는건 아닌거 같아요. 아무래도 뇌과학자 말이 맞는가 싶습니다. 오늘은 퇴근후 꼭 한시간 이상 산책을 해봐야겠네요 ( 참, 여성들이 종종 아이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뇌에 좋다는군요) 




      그런데 이실직고 하자면 전 이제 포기 직전입니다.  마치 산비탈을 바둥거리면서 굴러 떨어지느니 차라리 보드를 타고 즐기자는 .... 

    • 점점 지날수록 기억할만한 게 없어지니까 시간이 줄어들게 느낀다죠.


      나이 들면 자동으로 타임머신을 타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면 이것도 저것도 못느끼게 될 때가 오겠죠 그러니 지금은 좋을 때란 생각입니다.

    • 저는 쓸데 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일한 만큼 놀아야 되는 사람이라 그런지 노는 시간, 아니 그냥 흘려버리는 시간이


      그렇게 무의미하게 느껴지진 않아요. 허송세월은 허송세월로서의 용도가 있다고 할까... 


      아무렇게나 흘려보내는 그 시간들은 제 기억 속에는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겠지만 


      제가 기억하지 못한다고 그 시간들이 아무 의미가 없고 중요하지도 않은 시간은 아닐 거예요. 


      (그렇게 믿어요. ^^) 저는 그렇게 시간을 버릴 수밖에 없는 사람이고 그 시간들은 


      제가 기억하는 시간들을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불해야 하는 인생의 비용이라고 생각해요. 



    • soboo_ 저도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영역으로 들어가는 듯 합니다. 명상 혹은 멍 때리기라.. 보드를 타고 내려가며 즐기잔 말에 조금웃었습니다. 아무 것도 안 하는건 정말 힘든 일이더군요. 그런만큼 필요성을 더 자주 느끼고 있습니다.




      가끔영화_ 나중보다는 현재가 낫다, 유구한 명제네요.




      underground_ 언젠가 시간의 평야에 도착해 편하게 걸을 수 있다면 좋겠네요. 지불한 비용으로 얻게 될 것이 없다면 괴로울 겁니다.

    • 글이 좋아요 오후님.


      전 그냥 차라리 과거를 회상하는데 시간을 아끼지 않고 다 씁니다.. 과거를 생각하는 시간도 지금인걸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몰입만 잘되면 좋다고 생각해요.. 이게 좀 부작용이... 복기하는 습관이 있다보니 막상 뭔가를 하는 당시에는 입 다물고 있다가 다음날쯤 아.... 그랬지 그건 그랬고 그건 저랬지 하면서 미소 짓거나 울컥 하는 뒷북 현상이 좀 있단 건데요. 뭐 어차피 즉흥에 반발심 있는 저 같은 인간의 숙명 같은 거다 해요. 시간을 보내려하기 보다는 시간을 곰곰히 마주하며 느끼고 바라보면, 한시간을 더 세세히 끌어안게 되는 것 같아요... 전 그래서 지금의 오감이든 과거의 추억이든 가만히 느끼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인가 점점 말수가 적어지는 것 같아요... 수다스럽게 시간을 쓰면 왠지 나를 잃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누군가를 만날때도 가끔 가만히 입을 다물고 턱을 괴고 그를 바라보며 집중해서 상대방이 몸둘바를 모르게 만들기도....;;


      시간이 흘러가는 걸 가만히 느껴보시길 권해볼게요. 이 늙음에 순응하다 보면 조바심도 조금은 누그러지지 않을까요...
      • 그럴수가 있군요. 수다스럽게 시간을 쓰면 나를 잃는 기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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