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쇼맨]에 대한 냉탕 온탕 (스포 포함)


0-1) 제목을 '불만'이라고 썼다가, 다 쓰고 나니 굳이 저격같은 제목을 쓸 필요는 없겠다 싶어 바꿨습니다. (여러 논란들이 있는 것에 제 불만도 추가한다는 의미였어요)


0-2) 스포 포함이라고 썼지만

사실 서사 자체가 헐겁(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스포를 피하려고 애쓸 필요가......? 라는 생각은 드네요. 



여기부터 스포 포함이요.



1. 서커스 단원들이 바넘을 이해해주고, 용서까지 먼저 해주고, 끝까지 남아주고, 껄껄껄 같이 웃어주고, 그런 캐릭터로 설정되는 게 불만스러워요.

차별받고 피해받는 약자들이 자비로움과 선함까지 갖춰야 하나요? 그게 끝내 맘에 걸리네요.


(...'그들이 끝까지 그의 곁에 남아있었다는 게 팩트다' 라고 해도,

'실제가 그러니까 이야기 안에서도 넘어가자-' 라는 건 변명이 될 수 없지요.)


바넘이 그들을 등한시하고 무시하고 배척했던 건 사실이잖아요. (그리고 그렇게 '변한' 걸 꽤 중요하게 대비시켜 보여주고 있죠)

그런데 굳이 그들이 '먼저' 찾아와주고, 용서를 구하기도 전에 먼저 용서를 선사해주고, 그럴 필요가 있나요?



1-1. 으...<또 하나의 가족>에서, 피해자 가족이 사측 사람에게 
껄껄껄 너털웃음 지으며 '들어와서 소주 한 잔 하고 가시라'고 하던 그 장면 또 생각났어요. 


약한 캐릭터가 선함까지 가져야 하는 건 아니지요.


1-2. 이 장면이 은근한 불만으로 계속 남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사건의 '당사자'들끼리, 그러니까 말하자면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해버리면
주변에서 같이 힘을 합치고 응원하던 사람들이 머쓱해지거든요.
"아니 뭐.. 당사자가 용서한다는데 우리가 나서서 뭘...쩝" (아이구야..)

그런데 그런 속 터지는 상황을 이야기 안에서 이렇게 휘둘러버리다니요!


1-3. 이야기도 분명 관객/독자/를 사건 안에 끌어들이는 일인데 
잘 끌고가주는 듯하다가 갑자기 툭, 자기들끼리 그렇게 해결했다고 통지해버리면
약간 배신감이 느껴져요.


2. 그런데, 혹여나 그 전의 장면(예를 들면 바넘이 그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한다거나 하는)이 애초엔 있었다고 해도 왠지 나중에 잘라냈을 것 같아요.
그런 과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음 쇼를 보여주는 게 더 이 영화의 주안점이었을 테니까요.

- 그런 점들이 중요했다면, 이 문제적 인물을 다루는 데 있어서 다른 접근을 했었겠죠.


3.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이상)이나, 단원들이 바넘에 의해 소외되는 장면을 넣은 건, 
오로지 "This is me"를 부르기 위한 단계일 뿐,

단원들이 찾아와선 구하지도 않은 용서를 먼저 베풀어주는 것도, 
필요한 단계를 점프점프해서 얼른 넘어가고 다음 쇼 장면을 펼치기 위한 최소한의 도움닫기일 뿐.


4. 그래도 그렇게 넘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은 들었는지 이런 이유를 들어요. 

'당신이 우릴 무시한 건 맞지만, 당신만큼 우릴 받아준 사람은 없었다.'
'너의 목적은 진짜 우리를 존중해서라기 보다는 서로 간의 비지니스가 더 크긴 했지만 어쨌든 우리가 행복했던 데에 니 도움은 있다.'

이걸로도 다소 부족해보였는지

'"가족"도 우릴 버렸는데 너가 우리에게 "가족"을 선사해줬다!'

이라고, 뭔가 삼단논법이 맞아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말들로 이 순간을 넘어가는데,
아...ㅋㅋ 뭔가 석연치 않은데 또 뭐가 아예 없진 않아서 반박하기엔 애매한 이런 장치로 어물쩍 갈등을 풀어버리네요.


4-1. 쓰다보니 또 하나 비슷한 게 생각났어요! 
바넘이 제니와 과연 바람을 피웠냐 아닌가! 하는 점에 대해서ㅋㅋ

웃긴 게,
바넘이 그녀를 결국 밀어내는 장면이 나오긴 해도,
마차 안 시퀀스에선 둘이 점점 가까워지는 걸 보여주긴 하죠. (다소 떨어져 앉아있던 두 사람의 몸이 점점 가까워지는. - 아! 물론 친한 동료끼리 가까이 앉을 수 있지만, 이 시퀀스는 분명 관객이 어떤 짐작을 하게끔 하죠)

그런데 여기에서도 바넘에게 변명할 거리를 남겨놔요.ㅋ 제니가 바넘에게 기댔을 때, 분명 둘은 가까워져 있었지만 바넘은 
자고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난 몰랐다, 난 안 그랬다!' 라고 할 수 있는.ㅎㅎ


5. 뭐 애초에 이야기 아다리가 중요하진 않았던 것 같고요.


6. 각 노래들의 연출과 안무가 정말 너무 훌륭해서
각각의 클립으로는 진짜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7. 그리고 배우들도 정말 너무나 고생+열연을 한 것 같아 박수 보내고 싶고요. 
연습 과정 중 노래 맞춰보는 영상인데 진짜 Keala Settle (수염 여성으로 나왔던) 대박이에요. 밴드와 앙상블 분위기도 엄청 뜨거워서 보는 제가 다 감동이.
https://www.youtube.com/watch?v=XLFEvHWD_NE
https://www.youtube.com/watch?v=PluaPvhkIMU



...불만으로 시작해서 박수로 끝났네요.
뭐, 장단점이 명확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쭈욱 볼 생각이 없어 스포 걱정 없이 읽고 다닙니다만 1. 예?!?!?! 그런 내용 이었단 말입니까? 휴잭맨 당신 그런 영화 만들라고 울버린 봐준거 아니야... 소리가 여기저기서 과연 나올 법 하네요.
    • 휴 잭맨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지는 알겠고 개별 넘버들은 좋았는데 실제인물이 너무 쓰레기네요. 실제 그의 서커스는 동물학대로도 유명했다네요. 굳이 이런 걸 하고 싶었으면 좋은 작가를 구해다가 오리지널 각본을 써 보지. 개인적으로는 저 시대 버전의 글리 본다는 느낌이었어요. This is me는 나무랄 데 없이 좋았고 제니 린드? 배우는 립싱크라는 사실이 흥미로웠고 하이스쿨뮤지컬 출신 잭 애프론은 영화찍으며 감회가 남달랐을 거 같았어요.
    • 멋진 킬라 세틀과 젠다야를 보는 재미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던 영화... 아, 쇼의 단원들도 멋졌습니다

    • 이런 글을 진작 봤더라면 영화 안 봤을 거예요. 저는 골든글로브 보다가 낚여서 이미 끝물인 이 영화를 보기 위해 평소 가지도 않던 극장까지 갔더랬습니다. 몇몇 노래하는 씬 말고 볼 게 없어서 대실망. 게다가 휴잭맨에게는 미안하지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만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창법이 너무 올드하고 안 어울린다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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