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의 팽창.

보통 저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제 이야기 마냥 아는체 하는 것도 싫고, 적어도 직접 본 이야기만 쓰는게 원칙이었어요. 흥미로운 자료들을 파고들어 차분히 정리하는 것도 감정이 동인으로 꾸준히 불태워줘서 할 수 있었던 일이었죠. 최근에는 어딘가, 제 자신이 땡볕에 내버려둬 바싹 말라버린 말미잘처럼 느껴져 고심해봤습니다. 왜 예전에 흥미 있던 것들은 흥미가 없어지고, 거대 담론은 흐릿하게 존재감을 잃고, 난제들은 마치 배수로인 마냥 통과해버리는걸까 하고요.

오래 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갑자기 사라져버리지 않을꺼라고 다짐한 적이요. 이는 웹에서 바라본 관점으로, 넷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면서 다른 이들의 삶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한 명 한 명 조금씩 흐릿해지다 보이지 않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지요. 그 기분은 실제로 말을 섞지도 만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오랫동안 알고 있던 상대를 남에게 빼앗기거나 잃어버렸다는 기분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저도, (아마도 그리 유심히 본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 흐릿해져가니 전언을 적어보는 심정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웹-이주론을 가정해서 모든 사람들이 적당한 시간을 웹에 쓰지만 다른 공간으로 가버린다고 생각했는데 개인적인 체험에 의하면 그도 아닌듯 싶더라구요. 다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꾸준히 다니게 되니 회사 이야기는 못하게 되고, 사람을 꾸준히 사귀게 되니 사귀는 이야기는 못 하게 되더군요. 내가 회사에 취직한다면 회사 내의 이야기를 할꺼야, 연애를 하게 된다면 시시콜콜한 연애 이야기들을 할꺼야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들을 웹으로 들고 나오려하자 재로 변해 사라져버렸습니다.

지금도 휴대폰에 잠금 패턴이나 비밀 번호를 적용해 놓진 않습니다만, 이제는 누구에게 보라고 선뜻 건내주지는 못 합니다. 보여 주기 싫은 나만의 것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죠. 컴퓨터나 타블릿도 마음껏 쓰라고 타인들에게 빌려줬었는데 (추가로 이상한 것을 설치하거나 조작하는 것만 막는다면..) 이제는 그 정도로 투명한 상태를 유지하진 못 합니다. 내 이야기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버린 거죠.

내 이야기이긴 한데 나만이 포함된 이야기가 아닌 걸 제 마음대로 이야기해버릴 수는 없게 되더라구요.

뜬 구름 잡는 글을 자주 쓰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의도적으로 어떤 부분을 비워놓고 쓰는건 제 성격상 어려운 일이고, 그렇다고 전부 다 쓸 수는 없는 일이고 해서, 삶에 끼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또, 아무것도 안 쓰는 삶은 너무 황량하고 쓸쓸하네요. (후후, 창작 계통으로만 그렇다는 말입니다.)

너무 잘 지내서 방만하게 살고 있습니다. 될 대로 되라 싶고 이렇게 적당히 사는 거겠지 합니다.

그래도 뭔가 이렇게 내버려두면, 주변의 송진이 굳어서 호박 속에 갖히는 느낌이라 팔이라도 흔들어 봅니다. 못 보는 사이에 맛있는 것들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냥 대충 먹기 싫은 것들이 엄청 늘어났고, 별 것 아닌 것에도 웃게 되었고, 흔히 함께 하던 우울함은 가끔 벽 너머로 사라지는 자락 정도나 보게 되었습니다. 글을 안 쓰면 안 되는 사람인데 너무 오랫동안 내버려둔게 아닌가 싶어요. 그 벌로 (전에 비해 더) 멍청해지고 있습니다, 하하. 명사가 생각나지 않기 일쑤고.

다 잘 지내고 있을꺼라 생각합니다. 네, 그러겠죠.
    • 고마워요, 이런 생존글!
    • 그래서 알든모르든 밉든곱든 팔팔할 때가 좋다 그러죠 전 이상황을 성장이라고 확신하지 못합니다.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 어딘가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아마도 '웹-이주론'에 어긋나지 않는 예제가 된 것 같은데, 다른 소셜미디어들을 접었더니 듀게접속 시간이 늘었네요. 

      • 글은 안 써도 홈페이지 접속이 안 되니 웹 마실이 덜컹덜컹하더군요. 들어와봐야 글이 얼마 올라오지 않는데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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