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에선 어쨌어야 했을까요...

국회가 이렇게 개판으로 돌아가는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제가 꼬꼬마때도 신문, 티비에서는 "국회에서 오늘도 몸싸움이.. 부끄러운.. 심지어 외신에도.." 하는 소식이 나왔었으니까요. 어릴 땐 단순한 정의감에 "폭력은 무조건 나빠. 때린 사람 무조건 나빠." 라고 생각했는데, 크면서 보니 일이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더군요. 그렇다고 폭력을 쓰는 걸 잘했다고 할 수도 없고...

 

또 포커스는 '폭력'이 있었다는 것에만 맞춰지고 있습니다만.. 어젠 일이 어떻게 되었다면 아름다웠을까 생각해보면.. 뭐라 답을 낼 수가 없어 참 답답합니다.

 

1. 한나라당이 4대강 예산을 완전 포기 혹은 대폭 삭감하고 평화롭게 예산안을 통과시킨다.

 

언뜻 봐도 불가능할 뿐더러, 환영할 사람도 많겠지만, 반대할 사람도 사실 많을겁니다. 이명박은 4대강보다 더한 대운하를 공약으로 걸고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한나라당이 4대강을 강하게 밀어부치고 있는 중에도 한나라당 지지율은 높습니다. 그 말은 4대강을 안하면, 정말 실망하고 안타까워할 유권자도 많다는 뜻입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지지자를 실망시키는 그런 선택은 할 수가 없습니다.

 

2. 다수결 원칙에 따라 야당은 평화롭게 본회의장에서 반대표를 던지고, 그 결과 통과된다.

 

폭력은 없어서 좋습니다만, 계속 이 원칙으로 간다면 그냥 국회에서 한나라당 혼자 일해도 됩니다. 과반 의석을 확보한 거대여당으로서는 야당 의원들은 집에서 쉬라고 하고 혼자서 법안 다 통과시켜놓고, 개헌 등 더 많은 쪽수가 필요할 때만 야당과 협의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것 역시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죠.

 

3.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서로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 계속 협상만 한다.

 

그 협상 언제 끝날까요? 올해안에 끝나긴 할까요?

 

 

전 한나라당이 해도 너무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지금 상황은 한나라당으로서도 별 뾰족한 답이 없습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별로 주고 받을 게 없기때문에, 정치적인 협상을 할 여지도 별로 없습니다. 피차에 단독 통과시킬 힘이 없어야 서로 양보할 건 양보하면서 상대방의 표를 얻어오지, 한 쪽은 마음대로 다 통과시킬 수 있고, 한 쪽은 아무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데 무슨 협상이 있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거대 여당이 눈치를 보게 될 유일한 이유는 '다음 선거'인데, 지금 상황은 그렇게 행동해도 다음 선거에서 별 불이익이 없을 것 같지 않습니까?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라는 큰 사고를 쳤을 때나 한 번 역풍을 맞아봤지, 그 외의 소소한 사고 및 도덕적 부패로는 별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다수당이라고 함부로 까불면 다음 선거에서 극소수당으로 전락하는 꼴을 보여줘야 하는데, 당분간 가망없어 보입니다. 유권자들이 당분간 그렇게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해주지 않을 거라면... 요즘 개헌 이야기 많던데, 개헌하는 김에 어느 당도 과반 이상의 의석을 가지지 못하게 의회독과점금지 조항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싶습니다. '정치적 수완' '정치적 능력' '정치적 멘트' 등 '정치'라는 단어는 수많은 분야에서 사용되지만, 정작 '정치판'에서는 '정치적' 이라는 단어가 주는 늬앙스를 느낄 수 없으니 희한한 일이네요.

    • "다수당이라고 함부로 까불면 다음 선거에서 극소수당으로 전락하는 꼴을 보여줘야 하는데" 정말.. 가망이 없을까요?
    • 근데 생각해보니 헌법에 그런거 만들어놔도, 선거때 되면 한나라당이 분당해서 30%씩 먹은 후에 선거 끝나고 합당할 것 같군요. ㅡㅡ;;
    • 어제 같은 경우는 2번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사실은 그 이전에 친수법 하나 빼고 표결하자 라든지 대중들이 저 정도면 많이 양보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마지노선을 그었어야죠. 무조건 다 반대가 아니라 우리가 양보할 것 다 했는데도 쟤들은 저런다,는 인상도 못주고 법안 통과도 못막고, 싸움해서 양비론으로 얻어맞고...

      야당이 무력한 것 아니냐는 사람들에게, 이젠 민주주의의 시대니까 표를 달라고, 말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서울시 의회에서는 너희들이 좋아하는 다수결로 우리의 정책을 펴겠다고 밀어 붙여야지요. 사실 6.2 지방 선거에서 봤듯이 기회는 분명히 올 겁니다.
    •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 지역주의의 폐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정책대결이 가능해질겁니다.
      지금같은 결선투표 없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에서는 지역주의에 의한 한나라당의 우세는 무너지지 않을겁니다.
    • 솔직히 지금 상황에선 싸움질한것 자체가 문제라고 보기엔 어제 통과시킨 법안들이 너무 한심하더군요.
      폭력 쪽에만 포커싱하는게 오히려 문제를 가리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 어제 그 자리에 민주당만 있던 건 아니죠.. 강기갑, 이정희 의원 보이는 것 보니 민노당도 합세했었죠. 진보신당은 안보이더군요. 있었는데 눈에 안뜨인 것일 수도 있지만..
      대의 민주주의라고 해서 표만 던지고 나면 나머지는 국회에서 다수결에 따라야 한다는 말은 일견 맞는 말이지만 정말 국민의 뜻이 반영되느냐 감시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게 투표로만 되어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구요. 하다 못해 주요 결정 사안에 대해서는 여론 수렴이나 국민투표를 시행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다수결이라도 당적이 1당에 치우친 경우 별도의 의결 심사 과정을 거치던지.. 이대로는 죽도 밥도 안될 것 같아요.
    • 저도 제발 언론에서 폭력사태에 대해서 그만 좀 이야기하고 무슨 법안이 통과되었는지나 분석했으면 좋겠어요. 하긴 기자들이 좋은 그림 놔두고 그런 공부를 할 리는 없겠죠. 그러니까 야당에서 그런 보도자료라도 만들어서 줘야 하는데...
    • 한나라당 지지율이 높다는 것은 모르는 일이죠. 요즘 워낙 여론조사란게...
    • 요즘 같아선 정치 철새들이 좀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게 한편으론 국민 여론 신경쓰는 행위일수도 있잖아요.
      물론 워낙 철새이미지가 너무 안좋아서 그런 결정하기 어렵겠지만.

      여당이 좀 거대해야 말이죠.
    • 저도 2번이 옳았다고 생각해요. 모르겠어요. 친수법 법안 통과가 165명 참석에 164명 찬성? 뭐 여튼 이렇게 나온걸로 알아요.
      한나라당밖에 참석안한 상황에서 만약 개별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지고 싶어도 던질수 있었을까요? MB한테 다들 설설기는 판국에? 반역자 굴레를 쓰고 움직일 수는 없을 거잖아요.
      차라리 다 들어가서 제대로 투표를 했을때 민주당 83석, 한나라 172석 일때 반대표가 딱 83표가 나와도. 이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고, 만약 100표를 넘어가는 상황이 나왔으면 이것도 오히려 기사가 될 수 있었을거라고 생각해요. 이거야 말로 거대여당의 횡포잖아요. 야당이 다 반대를 하고 그에 동의하는 일부 여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과라니, 국회 바뀌어야 한다. 비판할 수 있잖아요.
      무조건 폭력이 보기 싫다는게 아니라, 수를 잘못둔거예요. 반대론자들의 비난이 이거잖아요. '너희가 다 들어가도 질게 뻔하니깐 그런거지?' 저는 안 그럴수도 있었을 것 같단 말이죠. 이걸 정당간의 대결로 몰고간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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