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영화의 속도감에 깜짝 놀랬습니다. 아직 러닝타임이 절반은 남았을텐데 뭘 이렇게 빨리 마무리하나 했더니 2시간이 다 되어 있더라고요. 눈 깜빡 한 사이에 뭐가 확 지나간 것 같았죠.
언론인을 다룬 영화를 기대한 사람이나 페미니즘 서사를 기대한 사람들 다 살짝 배신하는 영화입니다. 둘 다 맞긴 한데요. 전자는 후반부에, 후자는 전반부에 배신당하죠. 스필버그 감독이 관객들을 가지고 놀아요.
모두가 대통령인 사람들이나 스포트라이트를 언급하기도 하는데 사실 언론은 배경이고 메릴 스트립의 진짜 주인공인데, 전반부에 노출이 적고 무게가 덜해서 저도 보면서도 왜 나왔지? 하며 집중이 잘 안되었어요. 반면 톰 행크스를 비롯한 신문사 사람들, 제보자들은 엄청 분주한데다 그림도 참 액션영화 뺨치게 흥미롭고 리듬감 있죠. 전반부만 보면 메릴 스트립 조연인 줄.
그런데 우정출연 수준으로 잠깐 나온 사라 폴슨의 대사가 머리를 탁 치고 그러면서 이야기가 바뀌고, 그 대사처럼 톰 행크스 쪽이 쪼그라듭니다. 이게 신기하고 재밌더군요. 이렇게 이야기의 중심이 바뀌는 영화가 이전에도 있었을텐데 당장 생각나지 않네요.
높은 위치에 있는 여성들은 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의심당하며 스스로도 의심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나탈리 포트만이 대학시절에 대해 했던 이야기도 생각나고요.(인터넷 찾아보면 나오고 뉴스페퍼민트에 번역되어 있습니다.) 페미니즘 서사의 주인공의 전형성에서 벗어난 것 같은데 오히려 이게 현실에 가까운 것 같고요. 픽션 속 인물들이 좀 사기캐들이 많죠.
마지막 장면은 포레스트 검프의 그 장면과 너무 똑같지 않습니까. 실제 사건이 그런 장면이었나요.
이전에 스파이 브릿지에서도 입이 딱 벌어지는 오프닝을 보여주더만 이번 영화에서도 롤러코스터 태워주고 스필버그 감독 요즘 신 내리신 듯 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