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쓰여진 시

윤동주 문학관을 다녀 왔어요.

너무 날씨 좋은날 내려다 보이는 서울이 이쁜데 길가에는 폐업한 조선소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타고 올라온 버스가 줄지어 서 있고 시인의 삶과 시는 왜 이리 슬픈지


쉽게 쓰여진 시

윤동주

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詩人)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學費封套)를 받어

대학(大學)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敎授)의 강의(講義)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慰安)으로 잡는 최초(最初)의 악수(握手).
    • 텅텅 비어 그냥 살든 시인이 살았든 고달픔니다.

      • 댓글 쓰랬더니 시를 쓰는 가영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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