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본 어느 트롤

한 20년전의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이 통신상에서 트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사람의 정치적 성향이 A라고 합시다. 그러면 이 사람은 극렬 B의 흉내를 내면서 악마같은 글을 올립니다. 그래서 중도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람들 조차도, 난 B의 입장에 대해서 호감을 가졌는데, 역시 B는 안돼, 이런 생각을 갖게끔 하는 트롤이었습니다.


또 어떨 때는 반대의 놀이도 합니다. 갑자기 극렬 A의 흉내를 내면서 논리가 허술한 글을 올립니다. 그러면 A 성향을 가진 사람 중에서 조리있게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또 우르르 글을 올립니다.


제가 이걸 보고 얼마나 놀랐나 모릅니다. 겉보기에는 얌전하고, 머리도 아주 좋진 않지만 똑똑한 편이고, 좋은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통신 상에서 사람들을 갖고 놀면서 즐거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 처음에 이 사람이 도대체 뭘 하길래 이렇게 흐뭇하게 웃고 있나 의아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인터넷 상에서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사람들의 캐릭터, 정치적 성향을 믿지 않습니다. 내가 저 사람하고 같은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으니 도와줘야겠다 라는 생각 역시 전혀 없습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 싶으면 그건 그냥 말도 안되는 소리로 간주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념하고 상관없이.

    • 그러게요, 이념이나 성향에 상관 없이 개소리는 개소리인거죠
    • 전형적인 다중이네요. 그런데 다중이가 서로 생각이 다른 경우도 있군요. 보통 서로 도우려고 여려개의 캐릭터를 만드는 줄 알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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