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버드를 보고(약 스포)

이 영화를 보면서 제가 개명했던 것을 떠올려 봤습니다. 그리고 어딘가에 뿌려놓은 id들을 떠올려 보곤 했습니다. 뭐랄까 이 영화는 정체성을 바꾸기 위해 사춘기적 소망을 이루는 소년 소녀의 굴곡을 다루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게 이 영화가 가진 현실성이면서 동질감이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에 가서 짠해지는 감동도 있지만, 원하는 바를 이루었으되 그 꿈의 실체가 부질없는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끔 드네요. 고향을 떠나는 것, 어딘가에 정착하여 꿈을 이루는 것. 돈을 버는 것, 성공하는 것. 그런 것들이 무너질 수 있다는 미래적 환영을 본 것 같아요. 그래서 엄마가 하는 대사들이 와닿는 건지도 모르죠. 모녀단위로 극장관람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이동진과 이다혜기자님의 해설도 좋았습니다. 이 영화가 노아 바움백의 프란시스 하의 전작처럼 보이기도 한다는데 줄거리를 따라가면 그럴 거 같기도 해요. 많이 흥행했으면 좋겠어요.


ps- 티모시 살라메를 빼고 영화에 나오는 남성 캐릭터들에게 악의가 없는 걸 보고 일종의 영화적 선의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 ps. 어디선가 읽었는데 티모테 샬라메가 그레타 거윅에게 “얘 나쁜 거 아닌가요?” 했는데 그레타 거윅이 나쁜게 아니고 자기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는 애라고 했죠.

      카일 캐릭터 보고 좀 뜨끔 했습니다. 제 그 나이때 모습이랑 비슷해서. 그 시기 흔히 볼 수 있는 본인이 특별한 줄 아는 애들의 과장이 들어간 모습인 듯.
      • 자신이 옳다고 믿는 그런 게 강해지면 독선이라던가 남에게 상처를 주는 그런 방향의 캐릭터인 것 같아요. 사실 그렇게 나빠보이는 캐릭터는 아닌데 뭔가 얄미운?

        • 자기가 얄미운지도 모르고 살겁니다. 그러다가 30대 넘으면 자기 자신에 대해 후회하고 심히 부끄러워 하지만 지 버릇 못 고치고...
      • 영화 속 레퍼런스로 들어가 있는 뮤지컬 <Into the woods>(네, 그 <숲속으로>ㅋ) 에도 good과 kind는 다른 거다..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영화에서도 초반에 대사로 자주 언급되었던 것 같네요.
    • 저는 2000년대 초반을 그린 방식이 ‘보이후드’보다 좋더군요. 보이후드는 진짜 그 시기에 장면을 담은거지만 레이디 버드는 우리가 기억하는 그 시기를 담은 거라서 지나온 사람들의 감정적인 부분이 들어간 것 같아요.
    • 카페 뒷문 앞에서 레이디 버드와 대니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 참 좋았습니다. 그레타 거윅이 대니(스포라 말은 못하지만)를 바라보는 시선같은 것이 느껴져 전 내적 물개박수 쳤네요

      • 저는 거기서 그냥 멈춰버리거나, '잘가' 그럴줄 알았어요. 그런데 오히려 그게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들에게 애정깊은 영화라는 걸 느끼게 되더군요.

    • 기대한 것 이상으로 귀엽고 사랑스럽고 좋은 영화였어요. 부모의 입장에서 보니 좀 더 뭉클했던 것 같아요. 

      • 저에게 이 영화는, 늙어서 나중에 청춘의 한 페이지를 기억하는 영화로 남을 것 같습니다. 좋은 영화였어요.

    • 저도 이 영화를 보면서 보이후드를 떠올렸는데, 전 레이디버드보다 보이후드가 훨씬 울림이 컸어요. 그제 배캠에 나온 김세윤씨가 이 영화 소개하면서 극찬을 했건만, 전 딸이자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확 와닿지 않더라구요.

      일요일에 재밌게 본 레디 플레이어 원의 여파일까요...
      • 저도 같은 시간에 배캠을 듣고 기대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는 싱겁다는 반응도 예상할 수 있겠더군요. 어떻게 보면 뻔한 영화일수도 있겠죠.
    • 아무래도 이 영화 마렌 아데의 ‘토니 에드만’과 닮았어요. 부모와 자녀 모두 불완전하고 각자의 세계는 참 다르며, 성장이란 건 끝이 없는 듯 인물들의 변화까지. 토니 에드만에서 이네스의 세계에 들어가고 그 중에 실수한 자신에게 당황한 듯한 피터 시모니셰크의 표정이 자꾸 기억이 났는데.

      콜비 바이 유어 네임과 레이디 버드 두 영화가 동일하게 감정적 타격이 컸는데 일정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레이디 버드가 더 오래 생각이 나고 너무 좋네요.

      그나저나 그레타 거윅이 앞으로 세크라멘토 배경 영화 2개 더 찍는다고 그러고 미아 한센 러브의 영화에 출연한다니 정말 만만세네요! 오래 건강하게 살아야겠어요. 그레타 거윅이 있어서 너무 좋네요.
      • 와 이 소식들 다 넘넘넘 좋네요! 롱 리브 멋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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